본문 바로가기
>> in my life/생각

나의 삶은, 어쩌면 책이 전부인 것 같다.

by 여히_ 2014. 10. 29.



나는 개인적으로 여행에 관한 책을 참 좋아한다. 굳이 여행책이 아니더라도 책은 좋아한다. 매일매일 꾸준히 자주, 혹은 많이 읽는 편은 아니지만 언제나 손이 닿는 곳엔 책이 네다섯권은 있어야 마음이 놓인다. 셀 수 없이 많은 책들로 골머리를 앓다가 몇 개월 전에 중고서적으로 거의 다 처분하고 지금 남아있는 책은 정말 아끼는 책들, 아직 안읽은 책들, 또 읽고싶은 그런 책들만이 남았다. 물론 이것들만 합쳐도 100권은 족히 넘는다. 예전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책을 회사 책장에 갖다놨었다. 무언가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인터넷보다는 책을 먼저 열어봤었다. 그런식으로 회사에 갖다놓은 책만 해도 100여권이 훌쩍 넘었었다. 상황이 그렇다보니 나중에 퇴사를 하게 되었을 때 책의 양과 무게가 어마어마해서 타우너 퀵서비스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그정도는 아니지만 늘 6~7권 정도의 책이 책상 위에 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책이란 녀석은 읽는 재미도 있지만 사는 재미도 쏠쏠하다. 특히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 순간은 정말 재미있고 흥미롭다. 모든 책이 나를 봐달라며 손짓하는데, 그 중에서 한 권 혹은 몇 권만 골라내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그렇게 열심히 책을 고르고 나면 빈 손으로 매장을 나오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으로 책을 주문한다. 할인폭이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매장수령으로 책을 주문해놓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있으면, 내가 주문한 책이 매장에 준비되어 있으니 찾아가라는 알람이 온다. 그럼 유유히 책을 찾아 서점을 나오는 것이다. 


내가 책을 좋아한 게 언제인지 떠올려 보면 초등학교 2학년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물론 그 때는 책이 아니라 사전을 좋아했다. 국어사전, 영어사전, 영영사전... 이런 작고 두꺼운 사전을 읽는 취미가 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 4학년쯤이 될 무렵, 부모님이 2가지 종류의 전집을 사주셨다. 하나는 국내외 다양한 위인에 대한 위인전집이었고, 다른 하나는 과학에 관한 전집이었다. 둘 다 30권은 넘었었다. 하지만 책이 신기하고 재밌었다. 내가 모르는 곤충들, 동물들, 식물들에 관한 책을 읽으며 여름방학 숙제도 거침없이 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 있는 벌레는 찾겠다고 나서던 일도 생각난다. 위인전중에서는 특히 신사임당편을 좋아했다. 그림을 잘 그렸던 모습, 아들을 혼내는 모습 등 지혜로운 여성의 이미지가 폴폴 풍겼다. 그 때의 영향으로 지금도 우리나라 위인 중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누구냐고 물으면 신사임당이라고 대답하곤 한다. 아무튼, 누가 시켜서 그렇게 책을 읽어댄 게 아니라 그냥 뭔가를 읽는 행동 자체가 재밌다고 느껴서 책을 꾸준히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습관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다. 


내가 초등학교 6학년 무렵, 내가 살던 동네 근처에 구립도서관이 새롭게 개장했었다. 어린 나이에 읽고 싶었지만 살 수 없어서 읽지 못했던 책들이 가득했다. 제목만으로도 읽고싶은 책들이 참 많았다. 그래서 방과후에는 언제나 그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었다. 중학생때는 시집을 좋아했었다. 당시에 내가 누구의 어떤 시집을 읽었는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 때 읽었던 시집이 좋은 영향을 끼쳐 중학생때는 사내 시 짓기 대회에서 1등을 거머쥐기도 했었다. 


그렇게 구립도서관을 제집처럼 매일매일 드나들며 신기하고 새로운 책들을 읽었었다. 그 중에서 갖고 싶은 책이 생기면 가끔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곤 했었다. 지금은 11번가라는 이름으로 통합되었지만, 내가 중학생일 때 이용하던 온라인 서점이 있었다. '모닝365'라는 곳이었는데, 추천인에 따라 적립금을 주기도 했고 서평을 남기면 적립금을 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맘에 들었던 시스템으로는 지하철 역에서 책을 바로 찾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택배가 활성화 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책 한권을 택배로 받아본다는 그림을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모닝365는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 전철역 내부에 작은 키오스크를 만들고,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책을 주문하면 해당 지하철역 매장으로 갔다주는 시스템이었다. 그래서 당시의 일과에 책을 찾으러 구로공단(지금의 구로디지털단지) 역에 도장을 찍었던 기억이 난다. 


온라인 서점만 이용했던 것은 아니다. 지금이야 대형 서점이 이곳 저곳에 생겼지만, 중학생인 나에게는 먼 동네의 서점은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 때 가장 가까이에 있던 서점이 보라매공원 근처에 있던 골드북이라는 곳과 집 근처에 있던 '100평 서점'이었다. 골드북은 지금의 대형서점과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다보니 책을 찾기가 편리했고, '100평 서점'은 간판 없이 운영되던 가장 큰 동네 서점이었는데 책을 매대에 대충 쌓아놓고 팔았던 기억이 난다. 그 두 곳의 서점은 일주일을 번갈아 가며 한번씩 들렀었다. 그러다 가끔 먼 서점엘 가고 싶을 땐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종로서적'엘 갔었다. 친구와 함께 그 서점에서 '다이고로야 고마워'라는 책을 샀었던 기억이 난다. 책 앞쪽을 몇 번 읽고나서 바로 눈물을 그렁그렁거리며 이 책을 사야한다며 책을 구입했었다. 종로서적은 그 이후에도 여러 번 방문하게 되어는데, 중2 여름방학을 즈음하여 '좋은생각'에서 바자회 개념으로 지난 과월호를 저렴하게 판매하는 행사를 도와주는 봉사활동을 하러 종로서적엘 가기도 했었다. 당시의 종로서적 바로 옆에 버거킹이 있었는데, 일주일동안 매일같이 햄버거를 먹으면서도 물리지 않고 즐겁게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고등학생이 되었을 무렵엔 학급문고라는 시스템을 나름 애용했었다. 각자 학급문고에 책 한권씩을 갖다놓고 서로 바꿔읽자는 취지였다. 그 때 읽었던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을 꼽자면 '정상에서 만납시다'라는 책이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 무얼 어떻게 해야하는지에 대해 너무나도 자세히 나와 있었고, 나는 심지어 그대로 실천하기 위한 플랜을 짜기도 했었다. 아마 사춘기 시절, 방황보다는 '내 미래를 찾아야 해!'라는 생각을 더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하거나 열심히 한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때는 이제 어느 정도 대중교통을 널리 이용하게 되었다는 이유로 조금 더 먼 곳의 서점까지 갈 수 있었다. 그렇게 종로에 있는 교보문고, 영풍문고를 뻔질나게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 당시부터 서점 내에 아트숍이 들어서기 시작했는데, 서점에서 책은 안사고 다른 것들을 더 많이 샀던 그런 날도 있었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마치고 대학엘 갔고, 전공서적에 둘러쌓여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알다시피 전공서적은 결코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그렇다보니 자꾸 다른 재미있는 책에 눈이 갔다. 대학생 때 가장 좋아했던 책은 아마 '이다'라는 작가의 책이었던걸로 기억한다. 인터넷에서 자신의 다이어리를 스캔해 올리는 '이다'라는 필명을 쓰는 사람이었는데, 그 사람의 그림이나 글이 굉장히 뾰족하고 날카로우면서도 통쾌한 맛이 있어서 좋아했었다. 심지어 그 작가는 개인 전시회에도 찾아가 싸인까지 받았었다. 지금도 그 때 받은 싸인이 메모리박스에 들어있다. 


내가 본격적으로 책으르 사들이기 시작한 것이 이쯤부터다. 20살 때 알게 된 책 모임 '올 한해 책 100권 읽기'라는 클럽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교류하고자 했었다. 노력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다양한 지역,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꾸준히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 (서점에 근무하시는 분, 울릉도에 거주하시는 분, 대기업에 다니시는 분, 내가 좋아하는 지방도시에 계시는 분...) 그 때 그 모임엘 가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20대 초반을 보내고 본격적으로 내 수입이 생기기 시작하면서부터 책을 사들이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책을 사다 날랐고, 사자마자 그날 밤 사이에 완독해버리는 취미를 만들기도 했었다.


돌아보면 책과 서점에 관한 기억이 꽤나 풍부하다. 내가 이용했던 서점들의 이름, 위치, 언제 어디서 무슨 책을 샀었는지, 그 서점은 어떻게 알게 되었고, 그 책은 왜 구입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에피소드가 하나하나 생생하다. 책을 사들이는 습관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고, 국제도서전이라는 것이 점점 활성화 되면서 더 많은 책을 구입하게 되버렸다. 예전만큼 빠르게 많은 책을 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구입한 책은 무조건 완독하기 위해서 나름대로 노력하며 지내고 있다. 나는 책이 좋다. 책도 나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서점의 냄새를 맡으러 가고싶다. 일단 오늘도 한 권의 책을 또 주문했다.

'>> in my life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0) 2014.11.04
택배 왔습니다.  (0) 2014.10.30
노을에게 설렘.  (0) 2014.10.27
Cristina - Like a virgin  (0) 2014.10.24
스타벅스 닉네임  (0) 2014.10.2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