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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 그렇다고 인서울 4년제 나온 20대가 저 회사에 입사를 희망할 것 같나? 아닐걸?

by 여히_ 2015. 10. 5.

그렇다고 인서울 4년제 나온 20대가 저 회사에 입사를 희망할 것 같나? 아닐걸?

영화 '인턴'




인턴 (2015)

The Intern 
8.4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앤 해서웨이, 로버트 드 니로, 르네 루소, 냇 울프, 애덤 드바인
정보
코미디 | 미국 | 121 분 | 2015-09-24
글쓴이 평점  



입소문을 타고 차트를 역주행 하는 영화라는 수식어가 붙은 영화, 인턴. 사실 예고편만 봐도 굉장히 흥미롭고 보고싶은 스토리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왠지 오피스에서 일어나는 훈훈한 이야기들은 언제나 내가 새로운 자극을 준다. 그것이 일에 관한 것이든, 아니면 사람에 관한 것이든 말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영화 또한 나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기엔 충분했던 영화였다.


극중 앤 헤서웨이는 젊은 나이에 창업을 시작해 성공을 이루기까지 단 9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던, 우리가 충분히 열망하고 질투할만한 캐릭터로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실력파 캐릭터도 비껴갈 수 없는 것이 있으니 바로 '경험'과 '연륜'이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의 상황에 정말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의 '올해 스포츠인'상에 김연아 선수가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수상의 영예를 얻지 못했던 상황과도 왠지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기업을 만들어 놓고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운영하는 것이 어려워진 주인공의 옆에 홀연히 '노인 프로그램'을 통해 입사한 로버트 드니로. 나는 영화를 보면서 로버트 드니로가 앤 헤서웨이가 찾던 그 CEO가 될거라고 나름 상상했었다. 공간에 대한 애착도,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열정도, 그리고 나이로 미뤄봤을 때 느껴지는 연륜까지도 딱 그녀에게 필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이야기 하자면, 그는 그 회사의 CEO가 되지는 못한다. (설마 이런 상상을 나만 한거야?)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직장을 만드는 데에 일등 공신이 되는 것 만큼은 확실하다.


영화를 보며 느낀 점이라고 하기엔 조금 거창하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취업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취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젊은 청년들이 정말 많다고 한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또 상황이 약간 다르다. 중소기업의 입장에서는 일을 잘하는 혹은 가르치면 잘 할수 있는 인재를 찾는 것이 정말 어려워졌다. 성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도 당연히 있고, 회사를 학교쯤으로 여겨 뭔가를 자꾸 배우기만 하고 업무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사례들도 비일비재하다. 그렇다 보니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점점 경력직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사회가 만들었다고? 중장년층이 만들었다고? 아니다. 그들 스스로 만들었다. 대기업에 가기 위해 오버 스펙을 쌓고, 그 스펙으로 대기업에 서류를 내밀었지만 결국 떨어지고, 정처없이 떠돌다 입사한 조그마한 중소기업은 자신의 성에 차지 않아 일을 대충하게 되었고, 결국 직원들의 신임을 얻지 못해 짤리거나 스스로 중도에 포기하고 만다. 회사의 입장에서 이런 직원들이 점점 늘어날 때마다 '신입은 뽑지 않는다'는 신념만 더 커지는 것이 당연하다. 


만약 주인공이 설립한 회사가 우리나라 기업이라고 가정해보자. 회사가 생긴지 9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사장은 여자고 심지어 젊다. 직원들의 숫자는 많지만, 대부분의 직원들이 사장보다 나이가 많다. (그만큼 사장의 나이가 어리다.) 심지어 분야 또한 비전이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안그래도 전쟁터라 불리는 패션업계인데다가 이제는 한 물 간것같은 인터넷 쇼핑몰이라니. 인서울 4년제 대학을 나오고 석사 학위를 취득하고 대기업 인턴 3개월에 외국 어학연수까지 다녀온 사람이 과연 이런 회사에 취직하고자 하는 생각을 할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비전을 내다보는 것보다는 당장의 회사의 타이틀, 근로조건, 복지, 월급 등을 더 중시하는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대기업은 당연하거니와 중소기업에서도 반기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스스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제대로 파악할 줄도 모르면서 모든 걸 사회탓으로 넘기려는 그 오만한 태도가 참 맘에 들지 않을 때가 많다. 물론 모든 미취업자들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자신의 목표를 확고히 하고 하고 싶은 일에 제대로 매진하기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기업의 규모를 떠나 이런 인재는 어디서든 웰컴이다. 함께 일하면 행복해지고,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돕고 결국에는 win-win 할 수 있는 동반자로 함께 성장해 나갈 인재라면 나라도 당장 데려다 쓰고 싶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흔치 않다. 그게 문제다.


영화 속에서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를 '경험 많은 70세 인턴'이라고 표현했지만, 이는 단순히 나이가 많다는 것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영화를 있는 그대로 단편적으로만 해석해서는 안된다. 영화를 보며 끊임없이 'so how?'을 물어야 한다. 그래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생각해 봐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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