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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말레피센트] 요정입니다, 존중해주시죠.

by 여히_ 2014. 6. 3.

British pronunciation

말레피센트는 영국요정





아직 겨울왕국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아서 그런건지, 아니면 정말 스토리의 유사성이 분명히 존재하는건지에 대해서 명확히는 모르겠으나, 겨울왕국과 비슷하다는 느낌은 차마 지울 수 없다는 치명적인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던 영화였다. 물론 실사와 애니메이션이라는 차이점은 있지만,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않느냐고...


여하튼 나는 안젤리나 졸리는 좋아한다. 뭐랄까, 전지현의 헐리우드 버전같다는 생각이 든달까? 여성스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뭐 그렇다. 딱히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에 대한 기준을 놓고 좋아한다기보다는 그냥 그녀(혹은 그녀들)이 표현하는 장르가 맘에 든다는 것이다. 특히 이번 말레피센트의 역할로 나온 안젤리나 졸리의 모습은 정말 딱 졸리가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매치가 자연스러웠다. 외모며, 성격이며 모든 면에서 말이다. 뾰족한 광대뼈가 부각되어 보이던 그 메이크업 마저도 그녀가 아니면 해서는 안될것 같다는 느낌까지 들었으니 말이다.


안젤리나 졸리가 표현한 말레피센트는, 예고편에서 주구장창 얘기했던 것처럼 우리가 알고 있는 숲속마녀와는 굉장히 다른 캐릭터였다. 사실 우리가 어린 시절 자라며 접했던 동화들을 보면, '선'에 대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왜 그녀가 그런 처지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막상 악역으로 등장하는 캐릭터에 대한 이유 (왜 '악'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타당한 이유들) 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어린이들에게 왜 악이 되었는지에 대해 설명할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그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는 게 조금이라도 나타나 있었다면 조금 다른 시각으로 동화를 해석하는 아이들도 분명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어른들의 생각이 달랐던게 문제라면 문제다. '권선징악'만 잘 얘기하면 되는데 굳이 인과에 대한 부분까지 언급할 필요가 없었다고 판단한 걸까? 왜?






각설하고,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느껴졌다. 내가 이해한 그 의도가 맞다면 말이다. 나는 충분히 말레피센트에 대해 연민을 느꼈고, 애착이 갔고, 왜 그녀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당위성에 대해 수긍하고, 그녀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을 갖고 하는 모든 것들이 감독이 의도한게 맞다면 나는 영화를 올바른 방향으로 본 것 같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를 동정했고, 함께 속상해 하고, 같이 걱정했으니 말이다. 내가 이 부분에서 하려던 얘기가 뭐였지? 갑자기 생각나질 않는다.


이 영화에서 한가지 재밌던 점은, 그 동안 이름조차 몰랐던 캐릭터들의 이름을 공개했다는 것과 (마녀-말레피센트 / 공주-오로라 / 왕자 - 필립 등), 의외로 왕자의 비중이 너무 깨알같았다는 점이다. 오리지널 동화에서는 왕자가 등장함과 동시에 동화의 스케일이 거대해지면서 용과 맞서 싸우는 그의 용맹함을 볼 수 있었지만, 영화 속 필립은 나약했고 심지어.. 아 이건 너무 스포일러라서 안되겠구나. 아무튼, 우리가 알고 있는 왕자의 모습과 역할을 좀처럼 보기가 힘들었다는 점이 재밌었다. 그의 이름은 단 한번밖에 불리지 않은것도 뭐랄까, 재미요소중에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이 영화는 공주와 왕자보다는 말레피센트의 인생 (요정한테 인생이라는 단어를 써도 될랑가) 에 대해 조금 더 근접해 있다. 누구도 궁금해 하지 않았던 존재에 대해 생각치도 못하게 많은 부분을 갑자기 알게 되어서 조금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이런 스토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다시금 인식하게 됐다. 이런 이야기는 필요하다. 그동안 우리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했던 그 주인공들이 조연의 자리로 물러나고, 조연의 자리에 있었던 사람의 인생을 넓게 보는 (혹은 상상해보는) 것이 생각의 폭을 넓히는 데 꽤나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러고 이 영화는 그런 행동을 하기 위한 적당한 촉진제의 역할을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고마운 영화인지.




좋아하는 배우가 나왔으니 사실 구체적으로 왈가왈부할만한 게 많지 않다. 그냥 다 맘에 들었다. 이렇게 되면 참 객관적이지 못한 평이 되겠지만, 평가를 하기 위한 평이 아니라 그저 기록하기 위한 평이라면, 이 또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기분이 그렇다. 마치 랩을 하듯 주문을 외던 그녀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는다.




말레피센트 (2014)

Maleficent 
8.6
감독
로버트 스트롬버그
출연
안젤리나 졸리, 엘르 패닝, 샬토 코플리, 샘 라일리, 이멜다 스턴톤
정보
판타지 | 미국 | 97 분 | 2014-05-29
글쓴이 평점  



"Before the sunset on her sixteenth birthday... She will fall into a sleep like dea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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