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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씬시티] 흑백의 도시에 쏟아진 한 줄기의 붉은 빛

by 여히_ 2014. 9. 22.

흑백의 도시에 쏟아진 한 줄기의 붉은 빛, 씬시티 2005


내가 알고 있는 씬시티는 게임이었다. (아닐수도 있다.) 아무튼, 내 머릿 속에서 상상 가능한 범위의 씬시티는 어쨌든 이런 느낌은 아니었다. 이 얘기를 왜 하느냐 하면, 너무 충격이 컸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다시보는 지난 영화 치고 제대로 집중하고 몰입해서 영화를 봤던 기억이 거의 나질 않는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녀석은 두 시간가량동 나의 두 눈과 귀와 모든 오감을 묶어버리기에 충분했던 영화다. 그야말로 악마같은 영화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감독이 누구라고? 쿠엔틴 타란티노? 이 평범하지 않은 뉘앙스를 폴폴 풍기는 감독은 또 누구란말인가. 이런 부류의 영화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내가 이정도로 몰입할 정도로 영화를 구성하다니, 천재구만, 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영화는 보고싶어서 본건 아니다. 씬시티2가 개봉했다는 남자친구의 말에 "나는 그런거 본 적 없다."라고 했더니 선뜻 IPTV에서 결제를 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단 돈 900원밖에 하지 않았다.) 이윽고 시작된 영화. 마치 한 편의 흑백 애니메이션을 보듯 영화는 시작되었다. 온통 흑백으로 가득찬 도시 씬시티. 그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평범치만은 않을것이라고 말하는 듯 했다. 무엇보다 신기했던 건, 영화의 인트로 부분만 흑백인 줄 알았더니 이건 뭐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흑백바다였다. 붉은 색과 황금색이 정상적으로 나오는 걸로 봐서는 TV가 망가진 건 아닌데 왜 이렇게 흑백으로 표현을 했을까 한참이나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은 '범죄영화이기 때문이다!' 따위의 단순한 것들이었다. 그래. 범죄의 도시를 상징하는데 블랙만큼 좋은 컬러는 없지. 심지어 그 유명한 배트맨도 고담시에서 검은 옷을 입고 활동하지 않았던가? 그런 논리로 보자면 흑백의 화면 구성은 이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에 아주 중요한 장치였던 것이다.










| 주인공은 대체 누구냐


영화는 단편스러운 여러개의 꼭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본 영화와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 것 같은 타이틀 인트로 스토리가 지나고 나면 정의를 사수하려는 한 경찰에 관한 이야기와, 한 여자를 사랑한 외롭고 고독한 삶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무엇이 정의인가에 대해 심오하게 고민하는 아주 잘생긴 남자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다른 주제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이 3가지의 이야기는 하나하나 뜯어보면 엉킨 실타래처럼 얽혀있다. 범죄에 관한 것도, 등장하는 인물들도, 등장하는 자동차 까지도 말이다. 대놓고 연관성이 있다고 이야기 하고 있지는 않지만 집중해서 보다보면 앞뒤의 어떤 스토리와 한 맥락을 같이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된다. 그 중에서 가장 특징적인 연결고리를 꼽자면 '낸시'가 아닐까 한다. 이 영화가 개봉한 연도는 2005년이었고, 그 당시에네 내가 제시카 알바라는 존재를 처음 알았을 때였다. 1981년생, 그러니까 나보다 다섯 살이 많은 사람의 2005년도라면 제시카 알바가 25살 때 이 영화에 나온 것이다. 당시의 알바는 날려주는 탑모델에 속했는데, 감독이 단순히 스피드와 격정적 스토리만을 고려해서 제시카 알바를 선택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낸시라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제시카 알바의 표정, 몸짓, 눈빛 등 그녀는 모든 면에서 낸시 그 자체였다. 낸시가 가지고 있는 아픔, 슬픔, 외로움, 사랑에 대한 모든 감정들을 생각보다 솔직하고 담담하게 풀어내는 모습을 보며 영화배우로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 영화 덕분에 그녀의 연기를 인정하게 됐닫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낸시는 모든 이야기에 두루두루 걸쳐 있으며, 그 중심에서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에 꼭 필요한 인물로 스치듯 등장하곤 했다. 클럽에서 춤으르 추던 낸시, 8년동안 감옥으로 편지를 보내던 낸시.. 그녀가 표현한 캐릭터야말로 씬시티에서 가장 독창적인 캐릭터라는 생각을 곱씹으며 영화를 보니 생각보다 폭력적인 스토리가 아니라는 느낌마저 들었다. 굉장히 폭력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쏟아져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리 자극적이라 생각하지 않았던 건 이 영화가 흑백이라는 것도 있었겠지만, 낸시라는 캐릭터가 어느 정도 영화의 중화작용을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보는 것이다.




| 흑백은 단순한 색상의 반전만을 뜻하진 않는다


영화를 보다 보니 언젠가 다른곳에서 본 듯한 장면(혹은 느낌)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흑백이다보니 필연적으로 그럴수밖에 없었겠지만, 바로 사람이 사람을 해치는 장면이다. 팔이 잘리고, 머리가 잘리는 장면에서 흩튀기는 피는 모두 하얀색으로 보여졌는데 마치 킬빌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킬빌을 볼 때는 '아, 너무 잔인한 장면이라서 색상을 요따구로 표현했구나'라고 단편적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씬시티를 보고 나서 두 영화에 대한 느낌이 굉장히 달라졌다. 단지 피가 튀는 장면이 징그러워서만은 아닐 것이다. 흑백이 주는 대비, 그 무엇보다 강렬한 흑백의 대비는 흡사 정의와 반정의를 뜻하기도 하며, 가해자와 피해자를 상징하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무언가 상반되는 두 가지의 개념이 끊임없이 공존하는 이 영화의 스토리에서 흑백이라는 조건은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가 여러 꼭지로 구성되다 보니 어느 한 캐릭터에 연민을 느낀다던가 호감이 간다던가 혹은 이 많은 등장인물 중에 누가 주인공인가에 대한 호기심은 전혀 발동하지 않았다. 각각의 스토리에 등장한느 모든 사람들이 다 주인공 같았다. 특히 굉장히 빠른 발놀림과 재빠른 인간사냥(?) 솜씨를 내뿜던 안경쓴 친구는 마치 해리포터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아직 검색은 안해봤는데, 아 이거 누가 봐도 해리포터같다. 동그란 안경까지 말이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건가? 



| 당연히 다음에 이어질 스토리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영화


아무튼, 씬시티2편을 보기 위해 관람한 1편이지만 전체적인 스토리, 흡입력, 연기, 연출 모든 면이 다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스타일리시함을 한껏 뽐내는 CG마저도 너무 잘 어울렸다. 이토록 흑백이 조화롭게(?) 잘 구성된 영화는 본 적이 없다. 컬러TV가 나오기 이전의 흑백 필름이 아니라,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일부러 흑백으로 표현된 것 만으로도 굉장히 큰 매력이 느껴진다.


아직 1편에 대한 여운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조만간에 2편을 볼 준비를 해야 한다. 2편에서는 영화 300과 황금나침반에서 열연했던 (이 두작품 빼곤 못봤음) 에바그린이 아바 역으로 출연한다고 한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에바 그린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굉장히 뜨겁다. 어떤 핫한 뉴스로 등장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히 나도 기대하게 된다. 사진이나 표정을 보아하니 결코 곱지만은 않은 캐릭터로 등장할 것 같다. 예고편을 참고해야 겠다. 각설하고, 기대된다 씬시티2 다크히어로의 부활! (심지어 3D로 개봉한다고 하는데.. 얼마나 멀미를 하면서 봐야할지 사실 조금 걱정이긴 하다.)






씬 시티 (2005)

Sin City 
7.5
감독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출연
브루스 윌리스, 제시카 알바, 미키 루크, 제이미 킹, 베네치오 델 토로
정보
범죄, 액션 | 미국 | 125 분 | 200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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