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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별일호와얼룩소] 유아인은 왜 얼룩소가 되었을까?

by 여히_ 2014. 9. 25.

소극적인 당신, 얼룩소가 될 지도 모른다!


비가 오는 어느 쌀쌀한 겨울이었던 것 같다.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 하며 이리저리 개봉작을 검색하던 도중 애니메이션 영화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별 1호와 얼룩소? 이 말도 안되는 조합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하는 생각을 하며 시놉시스를 읽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스토리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흡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영화를 보고싶다는 이유가 2가지가 있었으니.. 첫 번째는 주인공 얼룩소의 내레이션을 유아인이 했다는것! 그리고 두번째는 영화관람 후 감독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코너가 함께 마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 영화를 관람할 당시 회사에서 KAIST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 때 우리별1호에 관한 기사를 이것저것 많이 보다보디 괜히 관심이 갔던 것도 있다. 아무튼 이러한 이유로 이 국산 애니메이션을 관람하게 되었다. 





전체적인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천이는 좋아하는 여자가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지 못하고 수줍어 하는, 음악을 하는 청년(청소년?) 이었다. 매일매일을 비슷한 패턴으로 살던 경천이에게 어느날 갑자기 마법이 걸리고, 그 마법으로 인해 경천이는 얼룩소가 되고 말았다. (심지어 말하는 얼룩소). 사람들에게 이 마법을 걸고 다니는 마법사는 나태하거나 게으르거나 소심한 사람들 등등을 동물로 변하도록 마법을 부리는 녀석이었는데 명확한 이유는 잘 기억이 안난다. 아무튼 얼룩소가 된 경천이는 영문도 모른 채 소각로의 모양을 한 괴물에게 먹히지 않기 위해 이리저리 도망다니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휴지의 신을 느닷없이 만나면서 북쪽마녀를 찾으면 다시 사람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해서 마녀에게 도움을 요청하려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않다. 그렇게 도망치던 나날을 보내던 중 어느날, 하늘에서 우리별1호가 내려온다. 그것도 소녀의 모습을 하고 말이다. 우리별1호는 지구를 빙글빙글 돌면서 사람들의 다양한 소리를 들었는데, 그 중 경천이가 연주하는 음악에 꽂혀 있었다. 해서 소녀의 모습을 한 우리별1호는 경천이를 찾아오게 되고, 경천은 자기가 인공위성이라고 하는 소녀와 함께 다시 인간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기 시작한다. (우리별1호의 성우는 요즘대세 정유미. 맞나?)








사실, 영화를 보는 내내 무슨 생각을 하고 봤는지는 잘 모르겠다. 스토리가 뭔가 엉성한 느낌도 들고, 이러저러한 상황이 밑도끝도 없이 시작되서 갑자기 다른 이야기로 바뀐다던가 하는 부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나름 쫓고 쫓기는 상황이 재미있어서 흥미롭게 관람했던 것 같다. 소심한 경천이가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되는지, 자기가 인공위성이라고 말하는 우리별1호를 사람취급하더니 좋아하게 되는 모습까지 보면서 참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고 생각했다. 또 마지막에 가서는 경천이가 다시 사람이 되기 위해 어떤 가상의 공간에 들어가게 되는데, 그 공간 속에서 했던 대사들이 영화가 끝난 직후에는 꽤나 괜찮았던 것 같다. 지금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아마도 그 영화의 하이라이트 부분은 그 장면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감독님에게 이러저러한 것들을 물어보는 시간이 주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질문을 했다. 그리고 나도 여기에 빠질 수 없는 두 가지의 궁금증이 있어서 감독님께 물어보았다. 첫 번째 질문은 우리별 1호라는 캐릭터를 사용하기 위해 실제 인공위성센터에서 뭔가 정보를 얻은것이 있는지 혹은 연계되어있는 무언가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는데 그런건 없다고 한다. 우리별1호라는건 뭔가 우주에서 독립적인 객체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는 이야기를 하셨던 것 같다. 두 번째로 궁금했던 건, 영화를 보다보면 경천이 얼룩소가 된 이후에 귀 한쪽에 소들이 달고 있는 꼬리표를 계속 착용하고 나오는데, 자세히 보면 그 꼬리표에 숫자 4자리가 적혀 있다. 계속 같은 숫자가 눈에 띄길래 그 숫자는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대답을 해주셨다. 자기 자동차 번호라는 것. 뭔가 숫자 하나에도 큰 의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내가 조금 우습기도 했지만, 굳이 그런것에서까지 진정성이든 뭐든 찾으려고 했던게 어떻게 보면 바보같은 행동이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이 어느정도 끝나고 나서, 이 영화가 개봉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처음 기획의도를 잡을 때 부터 시나리오 작성, 성우 섭외, 작가 섭외 등 다방면에 있어서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그만큼 국내 애니메이션 영화 시장에서의 성공이 정말 어렵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국내의 실력 좋은 애니메이터들은 이미 해외의 굵직한 회사에 들어가 대단한 작품들에 참여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그들이 성공할만한 상황도, 조건도 아니라고 했다. 조금 더 나은 작품을 만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투자와 실력을 갖춘 사람들이 필요한데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정도의 필요충분조건이 성립되지 않은것이다. 정말 탄탄한 스토리에 빠방만 마케팅까지 가미된 그런 애니메이션을 당장 기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국내에서 애니메이션을 꾸준히 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아직은 남아있기에, 그래도 한국 애니메이션에 희망이 있다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왠지 다음 작품이 개봉하게 된다면 또 보고싶어졌다.


끝으로 휴지마법사 멀린의 깨알같은 개그코드를 다시한번 떠올려본다. 재미있었다.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 (2014)

The Satellite Girl and Milk Cow 
7.2
감독
장형윤
출연
유아인, 정유미, 이돈용, 황석정, 조영빈
정보
애니메이션, 판타지, 어드벤처 | 한국 | 81 분 | 2014-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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