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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빈센트]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 중 '성인'에 가까운 사람은 누가 있을까?

by 여히_ 2015. 3. 19.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 중 '성인'에 가까운 사람은 누가 있을까?

<세인트 빈센트>


우정에 관한 영화가 자주 개봉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꼭 동갑끼리의 우정이 아니더라도 나이나 성별, 국적을 떠나 진정한 우정을 실천하는 스토리의 영화들 말입니다. <세인트 빈센트>를 두고 우정영화라고 해도 좋을까, 하는 생각이 잠깐 들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나이를 떠난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록 그 우정이 시간당 10불짜리 우정이라고 해도 말이죠.


극 중 우정을 쌓는 두 사람은 영화의 제목에도 언급되어있는 '빈센트'라는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와 초등학생 '올리버'입니다. 올리버는 변호사 아버지의 바람기를 견디다 못한 엄마의 손을 잡고 집을 나와 살게 된 아이이고, 빈센트라는 할아버지는 모두에게 까칠해서 다가가기 힘든 그야말로 난폭함에 가까운 성격을 지닌 채 외롭게 살아가고 있는 할아버지이지요. 이 영화는 이 두명의 캐릭터에 대해서 처음부터 모든 것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스토리가 진행함에 따라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그들의 인생에 담긴 이야기와 힌트들을 던져주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홀로 살아야 했는지, 왜 의사 가운을 입고 누군가를 찾아갔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가 그것들입니다. 심지어 관객마저도 '에이 거짓말이구나!'하고 넘어간 부분들도 영화의 뒷부분에서는 사실로 드러나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구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무언가 충분히 오해를 살만한 여러가지 요소들을 스토리 이곳저곳에 던져놓고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이후부터는 그 요소들이 왜 그렇게 될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는 구조 말입니다. 얼핏 보면 변명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아하!'라며 이해하는 순간 주인공들이 그동안 왜 그렇게 지냈었는지에 대해서 한번에 말끔하게 해소되는 기분도 들기 때문에 좋아합니다. 너무 처음부터 캐릭터에 대해서 구구절절 장황하게 설명하고 시작하는건 왠지 너무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것 같아서 흥미가 떨어질 때가 있었거든요.


사실 이 영화는 우정 말고도 또 다른 시각으로도 주제를 어림잡아 볼 수 있습니다. 바로 가족에 대해 사랑입니다. 엄마가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마음들이 아주 잘 표현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돌볼시간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남부럽지 않게 아들을 키우고 싶은 마음에 여러 고민과 문제점들은 숨긴 채 아들을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엄마의 마음도 짠했고,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인생마저도 포기한 채 살아가는 빈센트의 모습도 짠했습니다. 


상영이 거의 막바지에 치달아 상영관의 갯수가 현저하게 줄어든 이 시점이 되어서야 이야기를 할 수 있는거지만, 빈센트가 의사가운을 입고 찾아간 곳은 치매노인을 위한 병원이었고, 그곳에는 평생을 다바쳐 사랑했던 아내가 입원해 있었습니다. 빈센트는 언제나 술을 찾고, 또 흡연을 멈추지 않았으며 도박장을 자주 찾았기에 그의 인생이 비관적으로 보일 수는 있었지만, 사랑하는 아내를 끝까지 좋은 곳에서 지내다가 보내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전 재산을 아내를 위해 썼던 인물입니다. 그의 사랑이 얼마나 헌신적이었는지에 대해서 영화 후반부에서 알게 되죠. 하지만 이 모습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습니다. 아내는 길지 않은 생을 마감하고 죽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바로 이 영화의 명대사라고 할 수 있는 빈센트의 대사가 나옵니다. 


올리버 "돌아가셨나요?"

빈센트 "아니. 작아졌어. 작아져서 이 안에 있어."


아내의 죽음을 직접 보지 못했고, 본인 신변조차 제대로 가누기 어려웠던 상황에 화장까지 마친 아내의 유골이 담긴 유품박스를 보며 빈센트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었습니다. '아내는 어디있냐'는 말을 하는 모습에서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것이 맞느냐는 질문으로 보이기까지 했으니 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작은 함에 담긴 아내의 유골을 가리켜 '아내가 작아졌다.'라는 표현을 한 부분이 너무 크게 와닿았습니다. 아마 정말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이들만이 그 슬픔을 함께 공감할 수 있었을 것 같네요.


영화의 결말은 슬프지 않습니다. 뇌졸중으로 쓰러졌던 빈센트는 건강을 회복했고, 그의 곁을 지켜주던 밤의 여인(?)은 건강히 예쁜 딸을 출산했습니다. 올리버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지 않게 되었고, 올리버 덕분에 빈센트는 자신이 그동안 살아온 인생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까지 얻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결말이 훈훈한 영화를 보고 나니, 마음 한켠이 참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우리 주변의 가까운 사람 중 성인에 가까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고마운 사람들이 머릿 속을 스쳐 지나가더군요. 올 봄이 가기 전, 고마운 사람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해 보아야 겠습니다.









세인트 빈센트 (2015)

St. Vincent 
8.5
감독
테오도어 멜피
출연
빌 머레이, 나오미 왓츠, 멜리사 맥카티, 테렌스 하워드, 제이든 리버허
정보
코미디, 드라마 | 미국 | 102 분 | 201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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