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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ip & travel/국내

Earth hour in Busan

by 여히_ 2013. 3. 24.

어제는 지구와 환경을 생각하는 'Earth hour'가 진행되는 날이었다. 호주에서 시작해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참여범위가 넓어진 이 행사는 매년 3월 마지막주 토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1시간동안 진행된다. 사람들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에너지 절약에 대한 필요성도 깨닫고, 실제로 소등을 통해 절약할 수 있는 에너지의 양을 통해 에너지 자원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는 범세계적인 캠페인이다.


부산에 내려온지 2주가 지나도록 다른 동네로의 외출이 없었던 나는, 부산에서도 열린다는 이 행사를 참여하기 위한 첫 외출을 다녀왔다. 주말 업무를 마치고 회사가 있는 센텀시티에서 서동시장까지 이동하면 되는 루트였다. 부산에는 1~4호선이 존재하는데, 이 중 1~3호선만 타보고 4호선을 타보지 않았던 나는 4호선의 새로운 이미지에 조금 들뜨기도 했다.


부산 4호선과 서울 지하철의 차이점

1) 편성된 차량의 수가 적음 (서울은 9~10량, 부산4호선은 6량)

2) 1칸당 2개의 문만 존재한다.

3) 좌우로 열리는 형태가 아니라, 한쪽 방향으로만 열리는 문이다.

4) 1칸에 노약자석을 제외하고 16명만이 앉을 수 있다.

5) 1칸의 크기가 서울 지하철의 1/2정도에 해당한다.

6) 무인으로 운행된다.


이게 핵심은 아니고.. 아무튼 2호선과 3호선과 4호선을 번갈아 타며 마침내 도착한 행사장. 

벌써 낮부터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고, 


 행사를 시작하기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손에 하나씩 양초를 들고 있었다.




행사가 진행된 곳은 서동시작으로, 작년에 행사가 열렸던 장소라고 한다. 시장 내부라 다소 공간이 협소했지만, 행사의 의미를 되새겨보려는 많은 부산 시민들과 시장 관계자분들의 참여가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메인 행사가 진행된 서동시장의 부산서동우체국 앞. 행사를 알리는 커다란 현수막이 우체국 입구에 걸려 있었고, 우측으로 보이는 스크린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었던 행사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윽고 진행을 맡은 담당자가 앞으로 나와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촛불을 들고 순간을 기다렸다.




행사장 앞에는 오늘을 기념하는 의미의 60 + 를 형상화 한 촛불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 촛불을 켤 수 있게끔 도와준 곳은 다름아닌 스타벅스. 손님들이 이용하고 버려진 컵을 세척하여 이번 행사에 재활용 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으로 보였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이 촛불을 보고있자니 뿌듯한 기분이 앞서기도 했다. 그렇게 웅성거림이 잦아들 무렵, 8시 30분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되었다.




10초를 앞두고 카운트 다운이 시작되었다. 진행자의 구호에 맞춰 사람들은 카운트다운을 따라 불렀고, 0이 되었을 때 근처의 매장들이 하나 둘 소등하기 시작했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이 행사가 강제성을 띄고 있지 않고 자율적 의사에 따라 진행되기 때문에 참여율이 다소 낮았다는 점이었다. 매장의 점등이 곧 매출의 가능성이 있다는 걸 의미하는 시장의 특성 상 이 행사에 함께 참여하는 것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짧게는 10분, 길게는 1시간동안 불을 켜고 끄는 것에 따라 매출이나 매상이 얼마나 떨어지고 올라가는지는 사실 중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내 가게가 아니라 그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봤지만, 그래도 의미있는 행사에 참여한다는 그 마음만으로도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행사가 진행되는 근접한 곳의 상가 일부는 소등 행사에 참여해 주셨고, 심지어 직접 촛불을 들고 행사장에 나와 흥겨운 분위기를 한껏 즐기셨지만, 저 멀리 보이는 일부가게 (특히 편의점)는 아니었나보다.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극적인 암전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는 다소 실망감을 안겨줄 수도 있었지만, 행사에 참여해 준 몇몇 가게가 있었기 때문에 그래도 의미있는 행사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곧바로 시장 안에 숨겨진 형광막대기 찾기 이벤트가 진행되었다. 사람들은 하나 둘 불 꺼진 시장으로 들어가 어둠 속에 빛나는 형광 막대기를 찾아 돌아다녔다. 평소 밝을 때에만 주로 보던 시장을 어둠 속에서 보니 다른 느낌이 든다는 사람들이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불 꺼진 시장 사이로 빛나는 둥근 등이, 

어둠 속에서도 환하게 켜진 사람들의 마음처럼 느껴지는 따뜻한 기분이 들었다.




작은 촛불이 모였을 때 이렇게 환한 빛을 낼 수가 있다는 건 텍스트로 많이 읽어보았지만, 실제로 눈 앞에서 보게 되니 그 느낌이 많이 남달랐다. 그리고 앞으로는 이런 행사들이 더 많은 곳에서 개최되고, 또 참여도 높아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봤다.


내년 이맘때에는 어디서 이 행사를 보게 될까, 내년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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