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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생각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북포럼'을

by 여히_ 2014. 12. 19.

내가 스무살 무렵, 그러니까 2005년때 한창 싸이월드 클럽이 유행을 했더랬다. 물론 카페만큼은 아니었지만 싸이월드 클럽도 꽤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대다수의 동아리나 동호회, 각종 모임들이 싸이월드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매일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참여할만한 클럽을 찾았다. 


나도 그 중 한명이었다. 나의 취미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과 공간을 찾고 있던 찰나, 내 눈에 들어온 클럽이 하나 있었다. 바로 '1년에 책 100권 읽기' 라는 클럽이었다. 1년에 책 100권이라니... 3일에 한권씩 1년동안 꾸준히 읽어야만 달성할 수 있는 그런 원대한 목표를 꿈꾸는 사람들이 모여있단말인가...! 평소 책 읽는걸 (보기와는 다르게) 좋아했기 때문에 나는 냉큼 그 클럽에 가입했고, 가입한 날 부터 꾸준히 책을 읽으며 사람들과 친목을 도모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하루는 서울 근교에서 마련된 정모에도 참석하기도 했고 말이다. 


결과적으로 그 때 알게 된 몇 명의 사람들과는 지금까지, 그러니까 9년째 연락과 안부를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다. 9년동안의 시간 동안 한 길만을 쭉 이어오신 분도 있고, 고등학생이었던 친구가 어느덧 어엿한 직장인이 되기도 했다. 나도 대학생 신분을 벗고 지금과 같은 직장인이 되었든 말이다. 아무튼, 그때의 그 문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내가 지금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어떤 책을 다 읽었는지, 다른 사람들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에 대해서 공유하고 토론하는 활동이 좋았다. 꼭 100권을 달성하지 않아도, 책에 관한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는게 참 좋았다. 그러나 그 활동은 몇 년 이어지지 못했고, 결국 2~3년 사이에 내 스스로가 클럽 활동을 접게 되며 지금까지 많이 소원헤졌다. 마지막으로 방문한지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으니 말이다. 


그런데 요즘 새로운 관심거리가 하나 생겼다. 각 지역마다 우후죽순 생기고 있는 '북클럽' 혹은 '북포럼'이 그것인데, 나도 참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북포럼들은 강남, 역삼 등지에서 모임을 갖고 있어서 퇴근 후에 이동하기가 수월하지가 않다. 서울의 서남권에 거주하며 직장도 서남권인 나같은 사람들이 퇴근하고 그 모임에 간다 하더라도 이미 시간은 8시. 평일 모임은 생각하기 어려운 범위에 있었다. 


그래서 요즘 서울 서남권 지역을 기반으로 둔 북포럼을 생각하고 있다. 물론 우리 회사가 속한 동네가 '가산디지털단지'라는, 다소 책이나 인문학과는 거리가 멀고 IT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이지만 분명히 나처럼 책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어딘가엔 분명히 있으리라 생각한다. 지금은 머릿 속 계획에 지나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위한 기반을 닦아볼 요량이다. 거주지도, 회사도 모두 금천구이기 때문에 마을공동체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고 말이다. 내년에 해야 할 일을 하나 둘 씩 정리하고 있는 요즘, 참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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