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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 나의 인생은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당신은 그 길을 알려줄 수 있습니까?

by 여히_ 2015. 2. 23.

나의 인생은 앞으로 어디를 향해 갈 것인지, 당신은 그 길을 알려줄 수 있습니까?

이다



지난 설 연휴가 시작되기 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한 편의 영화가 'CGV 아트하우스'에서 특별한 상영을 실시했습니다. 상영된 영화의 제목은 <이다> 입니다. 폴란드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삶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이 영화는 독특한 프레임과 구성으로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의 뜨거운 관심을 한데 받고 있는 영화입니다. 그도 그럴것이, 일단은 상업적 목적만 바라보고 제작된 영화가 아니다보니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나 구조 뿐 아니라 흑백처리된 화면, 1:1.66 이라는 프레임 등이 기존 영화와는 꽤 큰 차이점으로 부각되었기 때문입니다. 대략적인 줄거리만 어렴품이 알고 있는 상태에서 처음엔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영화를 관람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영화가 끝날때쯤엔 참 괜찮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가지 한정된 프레임 안에서,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프레임의 상식을 깬 구도로 촬영이 되었는데요, 이 부분이 아주 독특했습니다. 일반적인 시각으로 인물들을 바라보거나 혹은 카메라가 인물을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평론가의 말로는 두어차례 카메라가 움직인 적이 있다고도 했지만, 꽤 미묘했기 때문에 저는 눈치를 쉽게 챌 수 없었습니다. 아무튼, 카메라는 바닥에 고정되어 있는 멈춘 프레임 안에서 인물들이 장면 속으로 들락날락 하는 모습이 참 색다르게 와닿더라구요. 또한 앵글이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의 시점이 아니라 마치 제3자가 어딘가에서 그들의 인생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묘한 분위기를 풍기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하이라이트인 장면을 꼽으라면 아마도 마지막 장면이라고 얘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단 한번도 인물을 따라 움직인 적이 없는 카메라가, 마지막 장면에 가서는 걷고 있는 주인공을 따라 격하게 흔들리며 뒷걸음질 치듯 함께 이동했기 때문입니다. 이전까지의 모든 고정된 장면들이 사회의 억압이나 외부적인 요인으로 인해 자유롭지 못했던 주인공을 표현했다면, 마지막 장면은 모든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이 앞으로 어떻게 자신의 인생을 바라볼지에 대해 암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굉장히 강했습니다. 완전한 결말을 보여준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엔딩 장면을 통해 앞으로 주인공이 어떤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 예측하거나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영화가 흥미로웠던 것은 비단 이러한 기법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극중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정의 변화, 행동의 변화를 통해 마치 인생의 실마리를 하나하나 함께 찾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유대인 수녀라는 모순적인 입장에 있었던 주인공 '이다'는 생면부지이자 단 하나뿐인 혈육인 이모를 만나며 '나는 누군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데요, 이 과정에서 '이다'가 보고 듣고 겪었던 일들이 그리 순탄치만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누군지, 그리고 수녀로써 앞으로 어떤 생각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은 관람객들로 하여금 동일한 고민을 할 수 있게끔 질문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연으로 연기한 '아가타 트르제부초우스카'(실제로는 이 발음이 아니라고도 합니다.)는 연기를 전문으로 하는 배우는 아닙니다. 이전에 영화를 촬영해본 적도 없거니와, 앞으로 영화를 찍거나 배우로써의 삶을 꿈꾸는 그런 사람도 아닙니다. 심지어 극중 이다(안나)가 수녀였던 것에 비해 아가타는 철저한 무신론주의라고도 합니다. 뭐랄까, '연기는 연기일뿐'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라구요. 소위 말하는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영화에 등장하게 되었지만, 그녀가 표현한 이다라는 인물은 꽤나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연기에 대해 배운적도 없는 일반인이 쉽게 표현하기엔 다소 난해한 캐릭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캐릭터 속에 녹아들었다는 점은 지금 생각해봐도 신기한 일이기도 하네요.


사실 이 영화는 재미있다, 재미없다로 평가하기엔 더 전문적인 식견이 필요하거나 혹은 영화에 대한 더 큰 관심이 있어야 가능할 것 같습니다. 재미요소에 대한 이분법으로는 이 영화의 본질이나 가치에 대해서는 완벽히 정의를 내릴 수 없을 것 같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적인 면에 있어서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영화라고 하니, 혹 영화를 전공하고 있거나 새로운 장르가 궁금하신 분들이 있다면 충분히 볼만한 가치가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드네요.







이다 (2015)

8.9
감독
파웰 파울리코우스키
출연
아가타 트르체부코브스카, 아가타 쿠레샤, 요안나 쿨리크, 다비드 오그로드닉, 아담 스지스코브스키
정보
드라마 | 폴란드, 덴마크 | 82 분 | 2015-02-18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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