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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아이즈] 큰 눈의 아이, 엄마를 잃다

by 여히_ 2015. 2. 2.

큰 눈의 아이, 엄마를 잃다

빅 아이즈


우리에게 '빅 아이즈'로 유명한 그림이 있다. 무언가 슬픈 듯한 표정으로 화면을 응시하고 있는 그림의 작가, 마가렛에 대한 이야기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고, 팀 버튼이 연출을 맡았다는 것 또한 흥미로웠다. 그동안 팀 버튼 감독의 작품들을 다수 접해왔기에, 그가 이번에는 어떤 형식으로 영화를 구성했을지에 대해서도 꽤나 궁금했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에 관람했던 팀 버튼의 작품들이 <유령신부> 라던가 <가위손>, <찰리와 초콜릿 공장>처럼 실화가 아닌 허구의 이야기들로 꾸며진 영화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나름의 상상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감독이니만큼, 실화를 어떻게 영화로 표현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당연히 존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호기심을 안고 영화를 관람했고, 스토리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그림이나 작가에 대해 전혀 문외한이었던 내가 영화가 끝나고 나서 이 그림과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최근 들어 저작권이나 원작자 등 다양한 예술 작품 (여기에는 그림 뿐 아니라 영화, 음악, 회화, 조각, 사진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일컫는다.)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시점에서 '원작자는 누구인가'에 대해 밝혀나가는 스토리는 충분히 세간의 관심을 받을 만 했다. 실제로도 이 그림의 원작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세간의 관심이 몰렸다 하니, 그 중요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다들 느끼고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주인공인 '마가렛'은 여성의 지위가 높지 않았던 시절, 그림을 그리며 화가로써의 인생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채 하나뿐인 딸과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그림에, 그리고 자기 자신 자체에 관심을 가져주는 '월터 킨'이라는 사람을 만나 두 번째 인생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서부터가 시작이었다.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가 여성 화가에 대해 그리 열려있지 않았을 뿐더러, 미술계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아기자기한 색체의 그림보다는 현대 미술을 더 높이 평가하고 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여성으로써 홀로 독립해서 삶을 살아가기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녀는 남편의 영업력과 홍보가 뛰어나다는 이유로 그에게 자신의 그림에 대한 권한을 넘겨주게 되고, 이 행동은 몇 년 동안이나 이어지게 된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녀의 상황에 대해 도움을 줄만한 사람도, 사회적 여건도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녀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것뿐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그림을 남편의 이름으로 발표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남편의 정도가 한계 수위에 다다르게 되었고, 때마침 남편이 자신에게 접근한 것이 단지 사랑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그림을 탐내던 욕심때문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후로 그녀는 자신의 그림 뿐 아니라 평생을 그려온 자신의 그림 속 아이의 부모가 자신임을 밝히기 위한 싸움을 시작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사실 스토리 자체는 스포일러라고 할 만한 것이 적은 것이 사실이다. (나처럼 완전 문외한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럼에도 이 스토리가 흥미로웠던 건 아마도 팀 버튼의 뛰어난 연출력이 한 몫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팀 버튼의 영화 속에는 '이 영화는 팀 버튼의 영화이다!' 라고 할 수 있는 몇몇 시각적인 장치들이 눈에 띈다고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스트라이프 무늬라고 한다. 팀 버튼의 영화에는 꼭 스트라이프 무늬 (그것이 옷이든, 인테리어든, 소품이든, 그 무엇이든 말이다.) 가 등장한다고 한다. 이번 영화에서도 어김없이 그 무늬가 나타났는데, 바로 월터 킨이 마가렛을 처음 만날 때 입고 있던 티셔츠가 바로 그 무늬였다.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팀 버튼의 영화라고 할만한 몇몇 시각적 요소들이 등장한다고 하니, 팀 버튼 감독 영화의 팬인 사람들은 이 점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할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에 개봉중인 영화 중 '빅 히어로'라는 영화가 있다. 같은 '빅'으로 시작하는 영화라서 사람들이 잠깐 관심을 가지는 경우도 있고, 팀 버튼이라는 감독 자체에 관심을 갖고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쨌든 상영관 수로만 놓고 봤을 때는 비주류 영화에 속하는 편이라 영화를 관람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았다. (아침 9시 혹은 새벽 1시에나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눈을 가진 아이의 부모를 찾는 과정'이 궁금한 사람들에게는 한 번쯤은 추천해 볼 만한 영화였던 것 같다.






빅 아이즈 (2015)

Big Eyes 
8.2
감독
팀 버튼
출연
에이미 아담스, 크리스토프 왈츠, 크리스틴 리터, 제이슨 슈왈츠먼, 대니 휴스턴
정보
드라마 | 미국 | 105 분 | 2015-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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