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n my life/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예측할 수 있는 결말,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영화

by 여히_ 2015. 2. 12.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

예측할 수 있는 결말,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영화



대부분의 히어로물을 보면 태생, 혹은 우연찮은 계기에 고도로 발달된 과학적 요인으로 인해 영웅이 된 경우가 대다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영웅들을 떠올려보자. 슈퍼맨은 외계행성에서 왔고, 배트맨은 엄청난 재력가 집안의 외아들이다. 토르 또한 외계에서 온 신이고, 스파이더맨은 거미에게 물려 능력을 얻게 된다. 헐크 또한 실험을 하던 중 발생한 문제로 신체변형이 일어났다. 하지만 킹스맨에서 보여지는 영웅은 다르다. 킹스맨은 '만들어진'영웅이다. 이들은 처음부터 완벽한 영웅의 조건을 갖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킹스맨이라는 조직을 만나면서 자신만의 능력을 점차 강화하게 되고, 영웅에 한걸음씩 가까워지는 그런 '사람'들이다. 이렇듯 평범한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 킹스맨이라는 단체는 흡사 마블의 '쉴드'를 연상케 한다. 타고난 영웅들도 있지만 더러는 보통의 사람들이 영웅이 된 케이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킹스맨의 영웅들은 무언가 달라보인다. 그들에게는 다른 영웅들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었던 '젠틀함'이 있다.





영국 특유의 신사적인 느낌 충만


'킹스맨'이라는 이름에서도 어렴풋이 느껴지듯이 이들은 언제나 신사적이고 품위가 넘친다. 몸에 딱 맞아 떨어지는 완벽한 수트를 입고, 영국을 대표하는 우산 하나쯤은 필수로 가지고 다니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는 언제든 영웅으로 돌변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었다. 슈퍼맨처럼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헐크처럼 화내지 않아도 그들은 마땅이 영웅이라는 존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데 있어서도 점잖은 그런 사람들이다. 이 조직에 킹스맨이 되겠다고 달려든 주인공 '에그시'. 자신의 아버지가 킹스맨이었다는 것을 몰랐던 이 철없는 아이를 완벽한 킹스맨으로 만드는 인물이 바로 '해리'다.인자한 표정, 멋지게 나이 든 모습에서 '정말 영국 신사가 따로 없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이런 멋진 사람에게 영웅이 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니, 직접 경험하지 않아도 그 커리큘럼이 어떨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사실 그랬다.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는 충분히 예측할 수 있었다. 선과 악이 싸우는 과정에서 선의 어쩔수 없는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노릇이고, 이를 계기로 주인공이 더욱 영웅적인 면모를 풍길 수 있는 그런 시나리오 말이다. 하지만 말이 예측할 수 있다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그 이유에는 '에피소드'가 있다고 생각한다. 평범한 사람이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계기'가 필요하다. 그것은 더욱 자극적일수록 주인공을 폭발하게 만든다. 하지만 이 또한 식상해서는 안된다. 조건은 식상할 지언정,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한 에피소드는 결코 식상해서는 안된다. 그런 점에서 킹스맨은 꽤나 좋은 에피소드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영화 <올드보이>의 영국버전 액션


국내의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한국의 <올드보이>를 굉장히 감명깊게 보았고, <올드보이>에 등장하는 장도리 씬을 영국버전으로 바꾸어 넣었다. 그래서인지 특히 한국에서만큼은 인정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사실 영화를 관람하기 전까지는 감독이 이런 말을 했는지도 몰랐고, 꽤나 오랜 시간동안 격하게 진행된 격투씬을 보며 '올드보이스럽다'라는 생각만 어렴풋이 들었다. 그런데 그게 진짜 올드보이를 모티브로 만든 장면이라니, 떠올려보니 격하게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표현적인 부분에서도 생각보다 만족스러웠다. 연기 뿐만 아니라 카메라 워킹, 텐션을 주기 위한 속도감 등도 괜찮았다. 딱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그 격한 격투씬의 길이가 다소 길었다는 것이다. 거의 1~2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서로 뒤엉켜 싸우는 장면을 대충 찍은 것이 아니라, 정말 하나하나 모든 동작을 꼼꼼하게 합을 맞춘 장면이다보니 어느 하나 놓치기 싫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긴 시간을 이 장면에 할애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르에 어울릴 듯, 안 어울릴듯 한 결말


평범한 한 남자가 영웅이 되어 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지만 그 동안 우리가 봐왔던 유사 히어로물과는 다른 점이 있다면 아마 'CG'라는 생각이 든다. 가령 <007 시리즈>라던지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등의 영화는 멋진 주인공들이 사건을 파헤쳐 나가는 과정과 결과가 굉장히 멋있게 그려지는 데에 비해 킹스맨의 결말은 정말 깜놀이었기 때문이다. 이곳에 미리 싸질러놓으면 너무 스포일러같은 느낌이 들어서 자세히 묘사하지는 못하겠지만, 영화의 후반부에서 보여지는 CG와 음향작업은 정말이지... '아 어떻게 이런 영화에서 저런 장면을 쓸 생각을 했을까'할 정도로 나를 놀라게 했다. 그것도 신사의 나라 영국에서말이다. (또 한편으로 보면 이렇게 표현한 것이 관람객을 배려한 신사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다.)


주인공은 평범할 지언정 영화는 평범하지 않다. 이 영화가 왜 평범하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직접 관람해야만이 알 수 있다. 감독의 우스꽝스럽고 자기중심적인 표현으로 싸잡아 깎아내릴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존의 유사한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장면이니만큼 있는 그대로를 즐기는 것도 좋을 듯 싶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

Kingsman: The Secret Service 
8
감독
매튜 본
출연
콜린 퍼스, 태런 애거튼, 사무엘 L. 잭슨, 마이클 케인, 소피아 부텔라
정보
스릴러 | 미국, 영국 | 128 분 | 2015-02-11
글쓴이 평점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