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in my life/영화

[겨울왕국] 우리의 동심은 살아있다

by 여히_ 2014. 1. 28.


우리의 동심은 살아있다

겨울왕국

 


(원제:FROZEN)

2014년 1월 24일 16:30, 목동 CGV


 

보통 '애니메이션 제작사'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이 있으신가요? 요즘들어 많은 사람들이 '픽사'나 '지브리 스튜디오'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저는 왠지 '월드디즈니'가 그래도 가장 전통적인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곳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릴적부터 동화책과 만화영화로 숱하게 접했던 인어공주, 백설공주, 미녀와 야수 등은 모두 월트디즈니에서 제작했었던 애니메이션이었죠. 당시에는 그 애니메이션을 제작한 회사가 얼마만큼의 우수한 역량을 갖춘 회사였는지 사실 관심 밖이었습니다. 그 나이에는 오직 '얼마나 재미있나'가 주요 관심사였기 때문이죠.

 

그렇게 어린 유년기를 보내고 나서 접어든 청소년기에는 애니메이션을 볼 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오히려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당대 유행하던 일부 만화영화 프로그램 (원피스 등)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도 했었죠. 애니메이션을 굳이 극장가서 돈 내고 봐야한다는 개념이 조금 흐릿한 시기가 아니었나 합니다.

 

그로부터 몇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무리에 저희도 동참했습니다! 그간 극장에 상영되어 흥행을 누렸던 다수의 애니메이션 작품이 있었지만, 이번에 관람한 '겨울왕국'에는 무언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기 때문입니다. 그 '특별한 매력'이 대체 어떤 것이었을까요?

 

단언컨데, OST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매력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모든 매력가운데 우리를 극장으로 끌어들여 결국 영화를 관람하게 만든 매력의 중심에는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종 음원차트에서 정상의 자리를 꿰차고 있는 그 대단한 OST가 도대체 어떤 곡인지 안들어볼 수가 없습니다.




 

어떻게 보면 평범한 애니메이션의 어느 한 장면처럼 느껴질 지 모르지만, 겨울왕국의 매력은 바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입니다. 영화에 뮤지컬을 접목한 사례 중 가장 최근에 대중적으로 알려진 작품으로는 '레 미제라블'이 있습니다. 극의 전개가 인물의 대사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멜로디를 곁들여 아름다운 하나의 곡으로 표현하는 셈이었죠. 레 미제라블 역시 개봉 직후부터 꽤 오랜시간동안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고, 특히 영화의 전반부에 등장하는 곡은 너나할것 없이 패러디 영상으로 인터넷을 들썩이기도 했습니다. 그만큼 큰 힘을 가진 음악, 그리고 영화의 OST에 담긴 매력이야말로 뮤지컬이 접목된 영화의 특징이 아닐까 합니다. 겨울왕국 또한 뮤지컬 형식을 접목한 애니메이션으로, 그동안의 애니메이션 장르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타일의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름다운 노래가 몇 곡 들어가있다고 해서 애니메이션으로써의 매력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잠깐 예고편을 보고 가실까요?

 


 


아마 스토리의 전개 자체가 그렇게 낯설지는 않으실겁니다. 겨울왕국의 스토리 모티브가 바로 '눈의 여왕'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야기의 주인공이나 전개형식, 담겨있는 메시지는 다소 상이합니다. 하지만 얼음궁전의 배경, 잃어버린 소중한 사람을 찾으러 가는 여정 등의 몇 가지 설정은 눈의 여왕에서 얻었다고 합니다. 애니메이션이지만 친숙한 느낌이 들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스토리의 힘 또한 대단합니다.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의 교훈처럼 다가오는 '권선징악'의 개념이 그리 진하지 않습니다. 선은 좋고 악은 나쁜것이라는 흔한 메시지보다는, 보다 다양한 입장을 생각해볼 수 있는 몇몇의 장치들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령 어떤 캐릭터에 비중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조금씩 스토리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 처럼 말입니다. 엘사와 안나, 스벤 각각의 입장이 되어 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싶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처음엔 동생인 '안나'의 입장에서 언니인 '엘사'로 넘어가는 가족간의 진한 사랑(?)에 포커스를 두고 보았고, 다음으로는 얼음장수인 '스벤'에서 '안나'의 입장으로 넘어가는 남녀의 러브스토리에 포커스를 두고 보았습니다. 등장인물을 두고 나름의 라인을 만들어서 보는 것도 꽤나 재미있는 감상중에 한가지였던 것 같네요.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대표적인 '음악'에 대해서 조금 더 짚고 넘어가볼까 합니다. 사실 겨울왕국은 CG제작비만으로도 그 예산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좋고 화려하다고 해서 그 기술에 감동하지는 않죠. 감동의 포인트는 각각 다를 수 있지만 대표적인 감동의 소구점으로 음악을 꼽는 이유에 대해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1. 크리스틴 앤더슨 로페즈 & 로버트 로페즈 부부의 작곡실력

이 부부는 좋은 음악을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토니상, 그래미상, 에미상 등을 수상하며 그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고 있는 부부이기도 합니다. 이들이 작곡한 8곡의 아름다운 선율이 영화와 잘 어우러지며 영화의 매력을 한껏 더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곡의 완성도를 느낄 수 있습니다.

 

2. 이디나 멘젤의 목소리

브로드웨이 뮤지컬 '위키드'에서 엘피바로 열연했던 이디나 멘젤은 극중 '엘사'의 목소리를 담당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자막으로 관람했습니다.) 특히 하이라이트 부분으로 손꼽히는 '언니의 자아찾기' 는 아름다운 얼음궁전과 더불어 배경으로 흐르는 노래에 감정이 충만한 순간이기도 합니다. 시각적으로나 청각적으로 관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기엔 충분한 것이죠. 





최근에는 이 영화가 개봉된 25개국의 언어를 구간별로 편집한 영상도 등장해서 큰 인기몰이를 하고 있습니다. (해당 영상에서 한국어는 약 2분 7초경에 등장합니다.)

 

 

3. 믿고 보는, 믿고 듣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OST

아시다시피 그동안 디즈니에서 제작했던 수 많은 애니메이션의 OST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라이언 킹의 'Can you feel the love tonight'이나 인어공주의 'under the sea', 미녀와 야슈의 메인 테마곡인 'Beauty and the beast', 뮬란의 'Reflection'에 이르기까지, 지금도 대중들의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아름다운 음악을 선보였던 디즈니였기에 이번 애니메이션의 음악 또한 심혈을 기울였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렇기에 'Let it go'라는 아름다운 음악이 탄생한 것이겠지요.

 

겨울왕국의 연출을 맡은 제니퍼 리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디즈니 작품에서는 남녀의 사랑을 그려왔지만, 그 어떤 조건에서도 서로의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한다."고 연출의도를 밝혔다고 합니다. 위에 언급했던 것 처럼 어떤 캐릭터와 라인에 감정을 맞춰 보느냐에 따라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처음부터 의도하고 연출한 것이죠. 연출 뿐 아니라 시각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픽사'와의 합병을 통해 디즈니는 신의 한수라고 불릴 정도로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애니메이션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디즈니의 고유한 색채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 내부적으로 가장 큰 이슈거리라고 하네요.

 

끝으로, 앞으로 겨울왕국을 관람하실 분들의 위해 한가지 팁을 드리자면, 영화관람 후 바쁜 일정이 없으신 분들이라면 엔드크레딧을 끝까지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영화의 백미는 본편에 있기도 하지만, 영화에 수록된 OST를 그 감정 그대로 담아서 볼 수 있는 시간 또한 영화관람 직후밖에 없기때문이죠. 영화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들을 고스란이 가슴에 담아둔 채 듣는 엔드크레딧 음악은 여러분들에게 특별한 느낌을 선사해 줄겁니다. 같은 감정, 같은 상황에서 그 음악은 두 번 다시 들을 수 없다는 걸 생각하면 아주 소중하고 좋은 시간이 될수 있다는 건데요, 최근들어 다수의 영화들이 엔드크레딧이 올라간 뒤 쿠키영상을 넣고 있다는 건 알고계실겁니다. 겨울왕국에도 아주 짧지만 우리가 영화를 보며 놓쳤던 것에 대한 쿠키영상이 준비되어 있으니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