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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전트] 당신의 사고방식은 얼마나 유연합니까?

by 여히_ 2014. 4. 20.


Free Thinking method


당신의 사고방식은 얼마나 유연합니까?



다이버전트 (2014)

Divergent 
7.2
감독
닐 버거
출연
쉐일린 우들리, 테오 제임스, 케이트 윈슬렛, 애슐리 쥬드, 재이 코트니
정보
SF, 판타지, 액션, 로맨스/멜로 | 미국 | 140 분 | 2014-04-16
글쓴이 평점  



최근들어 문화라던지 창조라던지 창의성이라던지, 이런 부류의 단어들이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 비단 요즘의 이야기는 아니다. 이러한 개념이 중요하다는 것이 언급된 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대한민국 사회는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나라라고 하기에는 어딘가 조금 부족한 면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막상 나 자신만 놓고 보더라도, 일과 업무에 있어서 내 고집이나 내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모두와 함께 공생하고 서로 성장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는 일이지만, 막상 현실에 접목하자니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비추어 볼 때 다이버전트에 등장하는 두 명의 주인공은 굉장히 열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들은 친절하고, 영리하며, 친절하고, 능동적이며, 자유롭다. 영화에서는 이 다섯가지 요소를 다섯가지 분파로 표현하고 있다. 인간이 내면에 가지고 있는 천성이 어느 쪽으로 더 많이 기울어져있느냐에 따라 그에 맞는 분파를 선택하고 오직 그 선택에 의해서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참 아이러니했다. 우리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효율성과도 너무나도 닮아있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그렇다. 우리 사회는 늘 외친다. 네가 잘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리고 그것을 개발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이 영화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어느 정도의 해답을 던져주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창의를 이야기 하고 있지만 실상 들여다보면 창의는 살아있지 않고 '네가 가장 잘 할수 있는 전문 분야 한가지를 꼽아라'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이렇게 개개인의 인적성에 맞춰서 발전하는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능력 중에 특출난 한 가지의 장점을 살리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머지 4가지를 포기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시사하는 바는 다르다. 단 하나라도 없으면 안된다. 사람이라면, 모든 것들이 조화롭게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말이다. (억지스럽게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라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이런 다양한 조건들을 모두 갖춘다면 말 그대로 완벽한 사람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이 과연 '완벽한 사람'인가? 영화에서도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은 모든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자유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두려워했다. 다이버전트라고 불리는 자유로운 사고의 그들을 무서워하고, 배척하고, 없애고자 했다. 그래야만 지식층이 상류에 서서 모두를 진두지휘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완벽한 사람이 된다고 한들, 우리의 사회는 과연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까? 사회의 구조적인 변화가 우선되어야 개인의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조금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했다.


이 영화는 어떻게 보면 굉장히 가벼운 스토리로 즐겁게,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였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많았을테고, 포털사이트의 영화감상평에 들어가보면 '스토리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어서 이상했다.'는 글도 수두룩빽빽하게 올라와있다. 그들이 궁금해했던, 알고싶었던 진실이 무엇인지 나는 궁금하지 않다. 스토리상의 기승전결이나 논리구조가 완벽했다고 치더라도 그 사람들은 똑같이 반응했을테니까. 그들의 눈에는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은 생각도 들고, 여하튼 그렇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드는 영화는 굉장히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그동안 너무 극단적인 결론으로 치다는 영화만 봐와서 그런지, 뭔가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필요했는데 다이버전트가 나에게 그 기회를 준 것 같다. 


생애 첫 악역에 도전한다는 케이트 윈슬렛의 연기가 나빴던 것도 아니고, 신예 배우로 떠오르고 있는 두 남녀주인공의 연기에 대해 이렇다할 평을 하자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느꼈던 것은 '나는 얼마나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가'에 대한 부분이었다. 소신의 목적 혹은 스스로의 가치를 실현하거나 신념을 이루기 위해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를 돌이켜보면, 그간 보내온 몇 년의 시간이 생각보다 그리 큰 의미를 갖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참 이기적인 삶이었던 것 같다. 나의 이익을 위해, 나의 발전을 위해, 나의 발전이 회사에 도움이 되니까. 단지 그정도의 생각에서만 머물러있던 그 시간들이 아쉽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이 사고의 영역을 넓혀주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 서포터즈라던가, 갑작스레 클래식 공연을 본다던가 하는 것들은 그동안의 나의 생활패턴에 꽤나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 말이다. 


얼마 전 충북대 문광훈 교수님의 '예술의 공적 영역과 삶의 질'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하긴 했지만, 내가 무슨 생각을 하려고 했었는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았던 부분들도 있어서 아쉬운 감이 남아있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을 이번 영화에서 찾은 것 같아서 뭐랄까, 보람있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으로.... 남자주인공 멋있지 않나? 운동잘해, 똑똑해, 잘생겼어, 배려심 넘쳐... 뭐 그렇다. 봄이니까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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