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나십니까? 아마 이런 것들을 떠올리실 겁니다. 손에 쥘 수 있는 정교한 공예품, 혹은 로고나 포스터, 지도와 같은 시각적인 설명 수단이나 변치 않는 디자인의 고전적인 아이콘 말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말하고 싶은 디자인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아마 날마다 사용하면서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항상 변하지만 여러분의 주머니 안에 머무르는 그런 디자인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바로 디지털 경험의 디자인입니다. 특히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규모가 큰 시스템을 디자인하는 이야기입니다. 구글이 날마다 10억 건의 검색어를 처리하고 1분마다 100시간이 넘는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는 것을 생각해 보세요. 하루에 업로드된 영상이 미국의 3개 주요 방송사가 지난 5년 동안 방송한 양보다 더 많습니다. 페이스북은 사진, 메시지, 이야기를 12억 3천만의 사람들에게 전달합니다. 인터넷 인구의 거의 절반이고 인류의 1/6입니다.
제가 디자인 작업에 참여했던 몇 가지 제품을 예로 들었는데요, 너무나 방대한 규모로 인해 디자인 시 전례가 없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런 규모의 디자인이 정말 힘든 이유 중의 하나는 다음의 두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담성과 겸손함입니다. 대담성은 자신이 만드는 것이 전 세계가 원하고 필요한 것이라 믿는 것이고, 겸손함은 디자이너의 일이란 자기 자신이나 개인 작품집이 아니라 그 디자인을 사용할 사람들을 위한 것이며 자신의 디자인으로 이들의 삶이 보다 나아질 수도 있음을 아는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인류를 위한 디자인 101' 이라는 과정을 가르치는 학교는 없습니다. 이런 제품에 참여한 저와 다른 디자이너들은 일을 하면서 그 과정을 개발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규모를 고려한 디자인에서 나타나는 가장 좋은 선례를 직접 배워 나가고 있어요. 오늘 저는 수년 동안 저희가 배운 것들의 일부를 나누고 싶습니다.
규모를 고려한 디자인에서 첫번째로 아셔야 할 것은 작은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아주 작은 디자인 요소가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예가 있는데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버튼을 관리하는 팀에서 버튼을 새로 디자인해야 한다고 결정했어요. 이 버튼은 저희 브랜드의 발전과 조금 동떨어진 느낌이라 현대적으로 디자인할 필요성이 생긴 거죠. 조그마한 버튼 하나쯤이야 아주 간단하고 쉬운 과제라고 생각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버튼을 디자인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어요. 지정된 높이와 폭으로 맞춰야 했으며 여러 가지 다른 언어로도 문제가 없어야 했고 멋진 그라데이션이나 경계를 그릴 때도 조심해야 했습니다. 구형 웹 브라우저에서도 깔끔하게 표현돼야 하니까요. 사실 이 작은 버튼을 디자인하는 일은 대단한 골칫거리였습니다.
자, 이게 새로운 버튼인데 이 프로젝트를 이끈 디자이너는 몇 달에 걸쳐 이 버튼을 설계하는 데 280 시간 이상 걸렸다고 추산했습니다. 우리는 왜 이렇게 작은 것에 그렇게 많은 시간을 들일까요? 규모를 고려한 디자인을 할 때 사소한 세부사항이란 없습니다. 작고 순수한 이 버튼은 하루 평균 750만 웹사이트에서 22억 번 노출됩니다. 역사상 가장 많이 보여진 디자인 요소 중의 하나예요. 작은 버튼과 그 디자이너한테는 엄청난 부담이지만 이러한 제품에 대해서는 조그만 것도 제대로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다음에 이해해야 할 것은 디자인에 자료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입니다. 이런 제품을 작업하게 되면 자신이 만든 제품을 사람들이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엄청난 양의 정보가 있기 때문에 이에 근거해서 디자인 결정을 할 수 있지만, 단순히 숫자를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건 아닙니다. 좀더 이해하시기 쉽도록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페이스북은 오랫동안 커뮤니티 기준에 어긋나는 스팸이나 오용 등의 사진을 신고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해 왔습니다. 수많은 사진들이 신고되었지만 확인해보니 실제로 커뮤니티 기준에 어긋난 건은 얼마 되지 않았어요. 대부분은 전형적인 파티 사진이었죠. 자, 구체적으로 가상의 예를 들어 볼까요. 제 친구인 로라가 제 사진을 올렸다고 합시다. 술취한 밤에 노래방에서 찍은 사진이죠. 이건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입니다. (웃음)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상관이나 고용인이 자기의 창피한 사진을 페이스북에서 볼까 걱정하는데요, 실제로 페이스북에서 일하면 그런 일을 피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아십니까? 어쨌든 이런 수많은 사진들이 스팸이나 오용으로 잘못 보고되었고 그 팀의 엔지니어 한 명은 느낌이 왔어요. 그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고 그가 옳았습니다. 신고건들을 살펴보니 대부분이 자기 사진을 내려 달라고 부탁하는 내용이었어요. 이것은 그 팀에서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시나리오였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기능을 넣어 사람들이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내서 사진을 내릴 수 있게 했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20% 남짓만이 친구들에게 메세지를 보냈어요. 그래서 팀은 다시 돌아가 갈등 해소에 관한 전문가와 의논했습니다. 예의바른 언어에 관한 보편적 원칙까지도 공부했습니다. 저는 이런 연구를 할 때까지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이 친구에게 사진을 내리라고 부탁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문제의 사진이 어떤 감정이 들게 하는지 친구에게 표현하도록 도왔습니다.
오늘 그 경험이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보시죠. 저는 저를 찍은 이런 가상 사진을 봅니다. 스팸도 아니고 오용도 아니지만 사이트에 올라 있길 바라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 사진을 신고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제가 있는 이 사진이 싫어요." 그러면 좀더 깊이 들어갑니다. 왜 이 사진을 좋아하지 않죠? 그러면 저는 "창피하니까요"를 선택합니다. 그러면 제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내도록 권장받는데, 여기 결정적인 차이가 있습니다. 사진을 보고 제가 어떻게 느끼는지 로라에게 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언어를 제시받았다는 겁니다. 팀에서는 이렇게 상대적으로 작은 변화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습니다. 이전에는 20%의 사람들만이 메세지를 보냈는데, 지금은 60%의 사람들이 메세지를 보내고 조사 결과는 대화를 나눈 양쪽 모두 그 결과에 만족함을 보여 줬습니다. 같은 조사 결과는 친구의 90%가 자기 친구를 화나게 할 일을 했는지 알고 싶어했어요. 나머지 10%의 사람들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친구끊기"란 기능이 도움이 될 수도 있겠네요.
보시다시피 이러한 결정들은 아주 미묘합니다. 물론 저희들은 아주 많은 자료를 근거로 결정을 내리며 또한 반복, 연구, 실험, 직감, 감정이입에도 중점을 많이 둡니다. 예술이면서도 과학이죠. 이런 제품을 작업하는 디자이너들은 때로 "자료를 따르는"사람들이라 불리는데 그 말은 정말 우리를 미치게 만듭니다. 사실 저희가 한 디자인을 철처히 실험하지 않는다면 무책임한 일이겠죠. 수많은 사람들이 저희가 제대로 해내도록 믿고 있는데 말입니다. 하지만 자료 분석은 결코 디자인 직감을 대체할 수 없습니다. 자료는 좋은 디자인을 훌륭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나쁜 디자인을 좋은 디자인으로 만들 수는 없습니다.
다음에 이해해야 할 원칙은 변화를 도입할 때는 아주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저는 때로 이런 농담을 합니다. 변화를 위해 일하는 만큼 변화를 소개하는데도 많은 시간을 쓴다구요. 우리 모두 여기에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많이 쓰던 것이 변화해서 거기에 적응해야 할 때가 있는 것처럼요. 사실 사람들은 나쁜 디자인을 쓰는데 아주 효율적이 되어서 장기적으로 좋은 변화라고 해도 변화가 일어났을 당시에는 대단히 짜증나게 마련입니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 플랫폼에서는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자신이 만든 콘텐츠에 대해 정당하게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으니까요.
몇 년 전 제가 유튜브에서 일하던 당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을 보고 평가하도록 유도할 방법을 찾고 있었어요. 흥미롭게도 자료를 보니 거의 대부분이 배타적으로 최고 평가인 별 5개를 사용하고 소수의 사람들이 가장 낮은 별 1개를 사용했으며 상대적으로 아무도 별 2, 3, 4개는 사용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희는 투표를 위-아래로 하는 모델로 단순화하기로 했습니다. 참여하는 사람들에겐 훨씬 더 쉬워지는 거죠. 하지만 사람들은 별 5개 평가 시스템에 집착을 많이 했어요. 동영상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 평가를 정말 좋아했구요. 수많은 사람들이 오랜 디자인에 익숙해진 상태였죠. 그래서 사람들이 변화에 대비하도록 돕기 위해서 새로운 디자인에 빨리 익숙해지도록 도입될 변경점에 대한 근거를 자료 그래프로 실제로 커뮤니티와 공유했습니다. 업계에서도 관련 대화에 참여했고 그 결과로 제가 가장 아끼는 테크크런치 기사 제목이 나왔습니다. "유튜브가 별 5개짜리 깨달음을 얻다. 유튜브의 평가는 쓸모없다."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변화를 가져올 때 변화에 대한 혐오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습니다. 모든 것을 똑바로 하려고 애를 썼지만 항상 그렇듯이 밀려드는 항의 동영상과 화난 이메일을 받아야 했어요. 심지어는 보안대를 통과해야 하는 소포도 받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이런 것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는 점입니다. 그들에게 이들 제품과 이 일은 정말, 정말 중요하기 때문이죠.
이제 세부사항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을 알았고, 디자인 과정에서 자료를 어떻게 사용할지 의식해야 한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또 변화를 소개할 때는 아주 조심스러워야 합니다. 이런 것들은 정말 유용합니다. 규모를 고려한 디자인에 좋은 모범 규준이 되어 주죠. 하지만 훨씬 더 기초적인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누구를 위해 디자인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온 인류를 위해 디자인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때로 자신이 살고 있는 작은 세상의 벽에 부딪히게 마련입니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휴대폰이 되지 않는 지역을 지날 때 좀 짜증이 납니다. 새로 연 커피숍으로 안내하는 휴대폰을 쓸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휴대폰을 충전하려면 믿을 만한 전기 공급처가 없어 4시간이나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면요? 공공 도서관이 없다면 어떨까요? 여러분의 나라에 언론의 자유가 없다면요? 이런 제품이 여러분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이것이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이 나머지 세상에 비쳐지는 모습입니다. 다음 50억 인구가 인터넷을 이용하게 될 때 비쳐질 모습이구요. 저가형 휴대폰을 디자인하는 것은 멋진 일이 아니지만 전세계를 위해 디자인을 한다면 여러분이 있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는 곳을 기준으로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큰 그림을 마음 속에 새길 수 있을까요? 우리는 각자가 익숙한 세상 밖으로 나가 사람들을 보고 듣고 이해해서 디자인을 하려고 합니다. 영어가 아닌 언어로 제품을 사용해서 그 역시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합니다. 때로 이런 휴대폰을 직접 사용해 사용자들의 일상생활을 인지하려 노력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전세계 규모로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제품을 개선 및 진화시키기 위한, 힘들고 때로는 매우 짜증스러운 일을 뜻합니다. 대담성과 겸손함으로 제대로 하려는 노력은 때로 피곤할 수 있고 겸손한 자세 유지는 디자인의 자존심상 힘들 수 있습니다. 이들 제품은 늘 변하기 때문에 제가 그 동안 디자인한 모든 것은 대부분 사라졌고, 앞으로 디자인하는 것도 모두 사라질 테죠. 하지만 이건 남을 겁니다. 이해하기 힘들 만큼 아주 큰 일의 일부가 된다는 끝없는 전율과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기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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