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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생각

서른 즈음에

by 여히_ 2015. 6. 22.

서른이 되면, 생각이든 행동이든 서른에 걸맞게 바뀔 줄 알았다. 그렇게 믿었고, 그렇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서른이라는 나이와 삶은 그다지 큰 연관성이 없는것처럼 느껴진다. 내가 20대에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노래가 있었는데 바로 '서른 즈음에'다.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가사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다는 주변의 만류에 노래방에서 쉽사리 부르지 않았다.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비아냥을 듣고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자유롭게 부를 수 있다. 서른. 그 언저리를 맴도는 나이가 아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서른. 내가 그렇게 되고 싶었던 서른. 


나는 굉장히도 서른살이 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노래방에서 맘껏 부를 수 있게 되었다는 것 이외에도,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면 어딜 가도 어린+여자의 이미지를 주지 않을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내 업무 경력을 어필하기에도 굉장히 좋은 나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서른이 되면, 삶이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도, 안정적인 직장도, 행복한 가족도 모두 떠안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부딪힌 서른은 너무나도 다르다. 서른은 더 이상 사랑을 찾아서는 안될 것 같은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안정된 직장이란 대기업을 의미한다는 무성한 소문, 그리고 사랑하는 아빠를 떠나보내야 했던 슬픔까지. 내가 상상하고 꿈꿨던 나의 서른과는 너무 다른 오늘이 되어 있었다. 내가 그동안 그렇게 대충 살아왔나? 삶의 가치를 어느 곳에 두고 오늘까지 살아온걸까?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릿 속에 뒤엉켜 있어서 어느 것 하나 쉽사리 정리가 되질 않는다. 


괜찮게 살고 있다고, 이정도면 나름 선방하는 서른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보여주고 싶다. 실상은 그렇지 않아도 언제나 행복해 보이는 모습으로 남고 싶다. 그런 욕심이 아마 지금을 있게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 내가 얼마나 알찬 삶을 살아왔는지를 남겨놓고 싶은 모든 행동들... 모든 걸 후회하는 건 아니다. 개중에는 분명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도 자리잡고 있다. 문제는, 지금의 힘든 상황을 그런 기억에 의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내뿜은 담배 연기처럼, 작기만한 내 기억 속에 무얼 채워 살고 있는지 .


점점 더 멀어져 간다.

머물고 있는 청춘인 줄 알았는데, 비어가는 내 가슴 속엔 더 아무 것도 찾을 수 없네.


계절은 다시 돌아 오지만 떠나간 내 사랑은 어디에 

내가 떠나 보낸 것도 아닌데 내가 떠나 온 것도 아닌데 


조금씩 잊혀져 간다, 머물러 있는 사랑인 줄 알았는데.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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