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업해논 사진첩을 정리하기 위해 뒤적거렸다. 사진이라는 건 보통 행복한 순간에, 기억하고 싶은 순간에 남겨진다. 맛있는 음식을 먹었을 때, 맘에 드는 장소에 갔을 때, 혹은 사랑하는 누군가와 추억을 만드는 장소에서. 이렇듯 꽤나 오랜 시간 동안 남겨진 사진들이 담긴 사진첩을 하나씩 넘기면서 정리를 하다 보니 그동안 꽤나 즐겁게 지내왔던 것 같다.
멈춰있는 한 장의 사진 속에서도 무수히 많은 기억들이 떠올랐다. 저 사진을 찍을 때의 날씨, 그 날 들었던 음악, 함께 했던 사람들, 당시의 나의 상황. 이 모든 것들이 단 한장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누군가와 함께 했던 즐거웠던 대화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저 사진을 찍은 다음에 무엇을 했는지도 생생히 떠올랐다. 즐거운 추억들이 대부분이지만 몇몇의 사진들은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는 것들도 더러 있었다.
물론, 그 순간에는 행복하고 즐거웠다. 영원히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것이 변한 다음에 마주한 그 사진에는 아픔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래, 저렇게 행복했던 시절도 있었지 하며 웃어 넘기기에는 찌푸려지는 눈빛을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아무렇지 않은, 어색한 표정을 짓고 만다.
사진을 찍지 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훗날 넘겨보며 환하게 웃을 자신이 없다면, 그냥 아무런 기억도 남겨놓지 않는 것이 현명할 수도 있다. 이는 좀 더 지켜봐야 할 일이다.
'>> in my life >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꿈이 (0) | 2015.06.26 |
---|---|
공유의삶 (0) | 2015.06.24 |
서른 즈음에 (0) | 2015.06.22 |
What are you doing, uh? (0) | 2015.06.21 |
해운대 (0) | 2015.06.2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