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삐끕(B급) 영화를 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주연배우가 누구인지 뭔지는 중요치 않았다. 이 영화가 나를 사로잡은 이유는 너무나도 간단했다. 바로 캐릭터 때문이다. 전직 살인병기로 교육을 받았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자신의 존재나 이전 기억은 모두 잊어버린 채 지방 소도시의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는 주인공과, 그의 곁에서 물심양면 그를 도와주고 사랑해 마지않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두 캐릭터의 설정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그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기에 모든 기억을 잊은 채로 살다가, 또 어떤 이유로 인해 그렇게 격한 싸움을 벌여야 했는지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소위 찌질해 보일 수 있었던 캐릭터가 반전급 연기를 선사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통쾌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내재되어 있던 파워풀함(?)이 빛을 발하는 순간, '바로 이 장면을 기다렸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너무나도 시원스러웠다. 자신을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나름대로의 악당(?)을 겁없이 무찔러 나가는 모습에서 왠지 모를 시원함이 밀려왔으니 말이다.
최근들어 관람한 영화들이 대부분 경직되어있는 듯한 느낌을 많이 받았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경직된 상상력의 봉인이 해제된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아낌없이 보여지는 잔인한 장면들도 참 마음에 들었다. (응?) 아무렇게나 숟가락을 찌르고, 칼을 던지고, 총을 쏘지만 그 어느것 하나 대충 넘어가지 않는 주인공의 특별한 능력 덕분에 통쾌함을 느낄 수 있었다.
주제나 장르, 보여지는 것 등에서 충분히 B급 영화의 느낌이 물씬 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예매권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것을 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는 않았던 것 같다. 잔인하지만 재미있고, 재미 속에 사연이 숨어 있는 이런 이야기가 꽤 오랜만에 등장한 것 같아서 반가웠으니 말이다.
살인 소품(?)으로 너구리 라면이 나왔던 부분도 은근히 재미있었다.ㅋ
자기가 죽여놓고 당황해하며 기둥 뒤에 숨어있던것도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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