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e survivor
전우애, 그 숭고한 우정에 대하여
숭고하다는 표현과 가장 적합한 말을 찾으라고 할 때, 우리는 보통 '사랑' 이나 '희생'과 같은 단어를 떠올리곤 한다. 그렇다면 사랑과 희생을 가장 극단적으로 느낄 수 있는 순간은 언제일까? 나는 그 대답을 론 서바이버에서 찾을 수 있었다. 남녀의 불타오르는 사랑이 아닌, 오직 전우애로 똘똘뭉친 그들의 모습에서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숭고함을 느꼈다.
영화 <론 서바이버>는 2005년 ‘레드윙 작전’에 투입된 후, 적에게 발각되자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동료들과 함께 생존하기 위해 처절한 사투를 벌인 네이비씰 대원들의 감동 실화를 그린 작품이다. 보통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라고 해도 어느정도의 과장이나 각색은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 사이, '저건 흥미요소를 위해 집어넣은 인위적인 상황이다.'라는 것을 느끼면 그 감흥은 조금 떨어진다. 하지만 론 서바이버는 달랐다. 항간에서는 '제2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다'라는 평까지 들었던 이 영화의 매력은 실제 전쟁을 방불케하는 전투씬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었던 전우애에 그 핵심 포인트가 있다고 느껴졌다.
사실 나는 <라이언 일병 구하기>라는 영화를 본 적은 없다. 너무나도 유명한 영화이고, 그 감동의 깊이가 남다르다는 이야기는 정말 많이 들었지만 '내키지 않는 영화는 보지 않는다.'라는 나름의 신념(?) 뭐 그런게 있어서 안봤던 것도 있다. 최근에는 지나간 옛 영화들 중에 작품성을 인정받았던 영화들을 하나 둘 씩 찾아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리스트의 상위에도 자리잡지 않았던 영화다. 여자인 내가 남자들의 전우애를 어찌 이해하고 감당할까 하는 의구심이 조금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영화를 볼때도 살짝 걱정되긴 했다. 여자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전쟁터에서의 전우애'라는 것을 내가 과연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전혀 와닿지 않으면 어떡하나, 뭐 이런 생각들이 끊임없이 맴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폭풍눈물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밀려오는 긴박함과 긴장감을 받아들이기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했던건 사실이다. 하지만 점점 내용에 몰입하기 시작했던 중반부부터는 그들의 다짐이나 행동 하나하나가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고, 결국 영화의 마지막에 이르러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됐다. 나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장면은 바로 이것이다.
영화를 보지 않고서 이 장면의 의미를 그대로 전달하긴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이 모습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서로가 서로를 구하기 위해, 단 한명의 전우라도 함께 살아남기 위해, 몸의 상처와 아픔은 충분히 이겨냈던 그들의 모습에서 '여자들에게 없는 우정이 있다.'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여자들의 우정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믿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수도 있다. 여자들의 우정은, 남자들의 우정과는 다른 개념이다. 여자들의 우정은 '공감'에 기초하기 때문이다. 그다지 숭고하지도 않고, 그렇게 감동적이지도 않다. 언제 어디서 등을 돌릴 지 모르는 백짓장과도 같은 우정이라고, 그렇다고 나는 속단하고 있다. 서로를 위해 희생하지 않고, 서로의 미래를 위해 토닥이지 않으며,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진심어린 충고를 해주지도 않는 그런 얇은 우정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가 겪었던 대부분의 '여자우정'은 너무나도 가벼웠기때문에, 그 속에서 진정성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그래서 남자들의 우정에 더 큰 의미를 두었는지도 모른다. 특히 죽고 사는 문제가 달린 상황에서의 우정은 더 빛날 수 밖에 없다. 함께 살아나가는 것에서 시작된 전쟁은, 결말에 이르러서는 '너라도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으로 바뀐다. 나를 희생해도 너만큼은 살아남아주길 바라는, 말 그대로 숭고함과 희생이 극에 달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우정을 굉장히 선망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게 실화였다는 점, 모든 전우가 떠나고 혼자 남았지만 생사고락을 함께했던 그 전우들을 잊지 않기 위해 - 더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들을 남기기 위해 노력했던 주인공의 마음에 너무나도 진한 감동을 받았다.
그리고 나를 돌아봤다. 나를 희생해서라도 내가 지키고 싶은 친구가 있나? 대답은 YES였다. 어떻게 보면 좀 과격한 예가 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나도 나를 희생해가며 지키고 싶었던 친구가 있는 것이다. 물론 영화에서 이야기하는 전우애와는 조금 다른 부류이긴 하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지키고 싶은 친구가 하나쯤은 있다는 생각을 하니, 그 친구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자, 당신에게는 당신을 희생해서라도 지키고싶은 친구가 있는가? 없다면 론 서바이버 관람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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