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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orking/프레젠테이션 스토리

프레젠테이션을 '잘 하는'노하우는 과연 존재하는가?

by 여히_ 2014. 5. 5.


Basic Presentation

프레젠테이션에도 기본이라는 것이 존재하는가?



대부분의 직장인, 학생들이 가장 번거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프레젠테이션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경쟁PT를 진행한 횟수만 쳐도 100번은 족히 넘었던 직종에 5년간 종사했던 사람의 입장으로써 (물론 더 좋은 경험과 더 오랜 경험을 가진 사람들도 많지만) 아직도 머리를 쥐어 짜며 발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사람들에게 한 가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이건 기술적인 팁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발표 자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직까지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려한 프레젠테이션 파일 만들기에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화려함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하기도 합니다. "스티브 잡스같은 발표를 하고싶다."고.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스티브 잡스만의' 발표입니다. 그와 같은 스타일의 발표를 하기도 힘들거니와, 그런 발표를 한다쳐도 청중들의 반응이 좋을거라는 장담은 할 수 없는 셈이죠. 프레젠테이션에는 프레임이라는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흐름으로 끌고갈지는 다양한 변수에 의해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입니다. 청중은 어떤 사람들인지, 몇 명인지, 발표장소는 어딘지, 당일의 날씨는 어떤지, 최근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핫이슈는 어떤 것인지, 심지어 발표자의 심경의 변화까지도 세세하게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런 요소에는 대부분 무감각하죠. 화려하고 현란한 파일, 또는 잘 정리된 파일 만들기에만 혈안이 되어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막상 그렇게 파일을 완성하고 나서 발표를 연습할 시간도 없이 발표 무대에 오르는 것에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에 대한 고민은 지금의 저 또한 끝없이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완벽한 프레젠테이션은 없다는 가정 하에, 조금이라도 더 나은 프레젠테이션을 하기 위해 고민했던 것 중 가장 핵심이 되는 3가지를 꼽아보았습니다.




01. 프레젠테이션은 '연기'다

광고계에서 흔히 비딩이라 불리는 PT를 200회 이상 진행한 전문가가 이런 얘기를 했어요. “대본이 없는 PT는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자신이 무슨 말을 할지도 모르고, 준비도 안 되어 있는데 청중들이 과연 제 얘기를 들어줄까요? PT는 잘 각색된 한 편의 영화라고 생각하면 되요.” 그래서 다시 물었죠. 왜 연기고, 왜 영환가요? 그랬더니 한가지 예를 들었어요. 애플의 신제품 발표 프레젠테이션을 본적이 있느냐고요. 그 발표를 보면 기승전결이 다 있대요. 기승전결 구조라는 건 사실 문학작품에서 볼 수 있는 개념이잖아요? 그런데 완벽한 PT에는 영화만큼이나 다이나믹한 기승전결이 있다는거에요. 쉽게 설명하자면 기승전결의 ‘기’는 밑밥인거죠. ‘너희 혹시 이런 얘기 들어봤어?’ 라는 식으로 청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거예요. 그다음 ‘승’에서는 뭔가 전문적인 느낌이 살짝 나는 그런 힌트를 흘리는거에요. ‘그래서 내가 오늘 너희를 위해 새로운 제품을 가져왔어~’ 이 얘기가 나오는 순간 청중은 환호를 해요. ‘오! 신제품! 그래~ 내가 그걸 기다렸어~’ 이런 반응인거죠. 그 다음에 ‘전’단계에서 신제품을 딱 보여주는거예요. ‘그게 이거야!‘라는거죠. 그리고 한바탕 호응이 가라앉은 다음에 차분하게 제품의 장점과 강점, 또는 진짜 하고싶었던 이야기를 하는거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단계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하는거에요. ‘이 제품은 내일부터 전 세계 애플매장에서 만날 수 있어~’ 이렇게요. 드라마틱 하지 않아요? 


근데 이 드라마틱한 구조가 그 순간 갑자기 머릿 속에 떠오르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라는거예요. 사전에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할 건지, 어떤 멘트에서 청중들이 어떻게 반응을 하는지, 얼마동안의 시간을 할애할건지, 이밖에도 발표중에 발생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돌발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할 이야기를 정리해서 수십번에서 수백번에 걸친 연습, 그러니까 대본리딩을 하는거에요. 그렇게 완벽하게 연습해도, 청중이 모두 그 발표에 흥미를 느낄 수는 없어요. 그건 어쩔 수 없는거에요. 만약 지금 이 자리에 이민호가 오지 않는 한은요. 근데 저는 이민호가 아니잖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바로 연기자가 되서 연기를 해야하는거예요. 대본을 쓰는 작가의 마음으로 발표에서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서 일일히 대본을 작성하고, 내가 연기자다~ 라는 생각으로 그 대본을 연습하는거예요. 말만 연습하는거면 연기라고 하지도 않을거예요. 연기자들이 연기할 때 꼿꼿히 서서 연기하는거 봤어요? 그런 연기자 없죠?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에요. 청중들의 귀뿐만이 아니라 눈도 사로잡아야되구요, 결과적으로는 마음까지 사로잡아야되요. 그게 진짜 성공적인 프레젠테이션이구요. 마치 내일 중요한 영화 주연배우 오디션을 보는 사람의 마음으로, 연기연습을 해야하는거예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모두 프레젠테이션을 구성하는 필수요소에 대한 얘기에요. 첫번째, 발표파일이 없으면 안되겠죠? 두번째는 대본, 세번째는 연습! 말, 그리고 다양한 제스처에요. 그리고 마지막은 소울이에요. K-pop 스타에서 박진영이 자주 하는 얘기죠? 뭐를 하던간에 이 소울이 없으면 하나마나에요.





02. 복잡한 발표파일은 청중까지 정신없게 만든다

화면에 뭔가 내용이 많으면, 학생같은 경우에는 필기하고 싶은 본능이 앞서죠. 그래서 화면을 더 오래 볼 수 있어요. 빨리 적어야 하니까요. 근데 그런 목적의 프레젠테이션이 아니라면, 그런 화면을 청중들한테 보여줄 필요는 없어요. 눈은 귀보다 빠르대요. 다른 주제긴 하지만, 천둥번개가 칠 때, 번개 불빛이 번쩍하고 먼저 보이고 그 다음에 소리가 들리잖아요. 제가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미 여러분은 화면을 봤고, 제가 무엇에 대해 이야기를 할지 미리 예상했어요. 근데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할지에 대해서는 보는것처럼 나와있지 않아요. 그래서 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거나 관심을 갖게되죠. 뭔가 중요한걸 얘기하겠구나 싶은거에요. 그럼 저는 여러분의 눈을 하나하나, 아이컨택을 하면서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는거예요. 


프레젠테이션에서 아이컨택은 굉장히 중요해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화려하거나 복잡한 발표파일이 아니라 바로 눈이예요. 그 시선을 화면에 빼앗기면 안되요. 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의 눈을 맞추고 발표하는게 효과적이라는건 아마 많이 들어봤을거에요. 사실이에요. 지금 이 화면에 제가 막 휴지통에 구겨진 종이 날라 들어가고, 글자 나올때 멋있는 애니메이션 딱~! 넣고 그러면 제일 먼저 화면에 눈이 가겠죠? ‘어머, 저건 무슨 효과야?’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어요. 근데 프레젠테이션에서 청중이 나보다 화면에 관심을 더 가지면 그건 실패한 프레젠테이예요. 물론 가끔, 재미라던지 집중을 위해서 그런 몇몇의 효과를 쓰는건 좋은 방법이예요.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나 파워포인트 기능 이만큼 쓸줄 안다’라고 자랑하는 것 처럼 막 이것저것 애니메이션 넣고 그러면, 결국 자기가 봐도 뭔가 복잡하고 재미가 없어요. 발표하는 사람이 보기에 복잡한건, 청중이 봤을때도 마찬가지예요. 


발표파일이라는거는, 제가 하는 이야기를 뒷받침 해주는 일종의 도구일 뿐이예요. 제가 하는 이야기가 발표파일에 100% 다 써있으면 안되요. 지금 제가 하는 말들이 화면에 써있어요? 없죠? 이런거예요. 청중의 마음을 발표파일로 흔들지 마세요. 눈이 홀리면, 마음도 홀려요. 청중들은 발표자의 이야기에 마음을 뺏겨야 하는데 애꿎은 발표파일만 탑스타가 되는거예요. 그런 어색한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면 발표파일은 되도록 심플하게. 여기서 심플하게는, 단순한걸 얘기하는게 아니에요. 핵심적인 단어나 문장은 꼭 들어가야되요. 근데 부가적인거라던지, 너무 많은 그림이라던지 이런게 들어가버리면 복잡해져요. 결국에는 청중들의 집중이 많이 떨어지는거죠. 그런 발표는 끝나고 나서 머릿 속에 남는 게 별로 없어요. 한 삼십 분 이야기를 들은 것 같은데, 무슨 얘기를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나는거죠. 보통 이런 경우에는 안좋은 사례를 보여주면서 이렇게 하지 말아라~ 라고 하는데, 그걸 따라하는 사람들이 꼭 있어요. 청중들이 궁금해 하는 본질적인 것만 잘 담고 으면, 화려한 애니메이션? 그거 쓸 줄 몰라도 되요. 그게 발표파일의 기본이예요. 




03. 대국민 담화를 하는 대통령은 힙합바지를 입지 않는다

혹시 장례식장에 하얀 옷 입고 가본 사람 있어요? 아니면, 결혼하는데 검은색 드레스 입은 신부본 적 있어요? 없죠? 우리는 때와 장소에 맞춰서 어떤 옷을 입어야 하는지 알아요. 법으로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그게 도덕이고 사회적 규범이라는 것도 알고있어요. 프레젠테이션도 마찬가지에요. 모든 프레젠테이션이 동일한 장소에서 이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우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게 된다면, 언제 어디에서 어떤 주제로 누구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 정도는 알 수 있거든요. 모르면 알아야되요. 알려고 노력해야 되요. 달랑 주제만 가지고는 발표준비를 할 수가 없어요. 장소의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청중들의 지적 수준은 어느정도로 봐야 하는지, 이런것들에 대해서 프레젠터는 철저하게 사전에 분석하는 작업을 꼭 해야해요. 그 다음에 상황에 맞춘 스타일링을 해줘야 하는거구요. 


예를들어, 펀드 투자와 수익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편하고 캐주얼한 옷을 입고 온 사람과 깔끔한 정장을 입고 온 사람이 있다고 쳐요. 여러분은 두 사람중에 어떤 사람의 이야기에 더 높은 신뢰점수를 줄 것 같아요? 아무래도 후자가 많겠죠? 금융처럼 돈이라던지 전문적인 지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라서 그런거에요. 중요한 이야기를 하는 자리에서는, 그 자리에 맞는 스타일링이 필요해요. 반대로 백혈병 아이들에게 즐겁고 희망찬 이야기를 해야 하는 자리라면 정장을 입고 온 사람보다는 개그맨처럼 재미있는 옷을 입고 온 사람이 인기가 많겠죠? 이건 너무 당연한거에요. 그런데 이 당연한걸 제대로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런 사람들은 프레젠테이션의 반응이 안좋거나 실패하면 ‘내가 말을 잘 못했나? 발표파일이 그렇게 심심했나?’ 이런식으로 다른데서 이유를 찾아요. 프레젠테이션도 엄연히 사람대 사람이 만나는 거에요.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미지는 처음 만난 5초 안에 끝나요. 그 5초 안에 자신이 할 이야기의 주제와 자신에 대한 이미지가 이미 청중들한테 전부 사전 입력이 되는 거죠. 한번 머릿 속에 각인된 이미지는 그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 지에 따라 그렇게 쉽게 바뀌는 게 아니예요. 그래서 스타일링이 더욱 중요한거예요.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는 장소나 기회는 많아요. 그래서 스타일링도 이게 정답이다, 라고 딱 하나를 정의해서 정답인것마냥 이야기할 수는 없어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듣는이가 누군가에 따라서, 알아서 생각해서 잘 맞춰 입어야 하는 거거든요. 그정도는 여러분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범위에요. 그렇다고 몇백이 넘는 옷에 가방을 들고 가라는 건 아니에요. 그저 그 자리와 그 분위기에 어울리는 옷이나 메이크업이 필요하다는거에요. 프레젠테이션은 내 생각을 청중들에게 들려주고, 설득하는 작업의 하나에요. 설득이라는게 그렇게 쉬운게 아니에요. 치밀한 계산과 계획이 필요한 작업이에요. 그렇게 디테일한 작업을 하는데, 어떤 옷을 입을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죠.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청중들을 설득하기 위해 완벽하게 준비하는 자세를 갖추는 것이야말로 프레젠테이션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한거에요. 





이렇게 크게 3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어요. 첫번째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는 프레젠터의 자세, 그리고 핵심요소 4가지였구요, 두번째는 발표파일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그리고 세번째는 스타일링에 대한 이야기에요. 보통 발표파일 준비할 때 웹사이트 검색 많이 하죠? 근데 자기가 생각하는것처럼 잘 만들어진 건 그렇게 많지 않아요, 그쵸? 그게 일반적이라는거에요.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거에요. 다들 비슷비슷한 그런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최소한 오늘 강의를 듣고 난 여러분의 프레젠테이션에는 조금씩 변화가 있어야 해요. 그게 제가 바라는거에요. 연기자처럼 대본을 만들어 연습하고, 발표파일에 대해서 한번 더 고민해보고, 어디서 누구에게 이야기 할 건지에 대해서 분석하고. 다들 한다고 하는거지만 여러분들은 조금 다른 방법으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수 있는 프레젠테이션을 할 수 있는 프레젠터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갔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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