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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보드 - 프레젠테이션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뼈대 만들기

by 여히_ 2014. 5. 19.

Story board POWER

스토리보드 없는 발표는 안하느니만 못하다.



발표를 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파워포인트를 실행했다. 당신을 반기는 건 도화지처럼 하얀 4:3 비율의 파워포인트 화면이다. 그 때 드는 생각은? 당연히 '막연하다.'이다. 대부분의 프레젠테이션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난관이 바로 이것이다. 하얀 화면을 띄워놓고 무엇으로 이 페이지를 채울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다. 하얀 창의 띄워놓고 시작하지 말라는 글이 수십 수백개에 이르는데도 불구하고, 심지어 포털N사에서는 쓰기 좋은 파워포인트 템플릿을 무료로 제공함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하얀 화면을 띄워놓고 작업을 시작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는 매우 매우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그리고 절대로 추천하고 싶지 않는 방법이다. 내가 프레젠테이션 발표를 연습할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토끼와 거북이를 이야기 하듯이 해야한다.'였다. 뜬금없이 무슨 전래동화냐고? 왠 애들 수준의 동화냐고? 아니다. 이 한문장에는 여러가지 의미가 담겨 있다. 오늘은 이 문장 속에 담긴 의미와 더불어 '스토리보드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서 괜히 토끼와 거북이를 이야기 하듯이 발표해야 한다고 적은게 아니다. 토끼와 거북이라는 전래동화는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이다. 심지어 스토리에 담겨있는 메시지 또한 분명하다. (권선징악이라던지 근면성실이라던지 하는 것들) 이걸 얘기하려고 이야기를 꺼낸건 절대 아니다. 그럼 뭘까? 첫째, 동화는 '이해하기 쉽다'는 것이다. 우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목적이 뭘까? 수십장에 달하는 빼곡하고도 자세한 보고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을 굳이 프레젠테이션으로 발표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빠르고 정확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다. 100장의 보고서를 압축하고 다듬고 수정하고 각색해서 우리는 토끼와 거북이처럼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두번째, '기승전결이 살아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줄거리를 떠올려보자. 


옛날에 토끼와 거북이가 살았다. 토끼는 빠르고, 거북이는 느렸다. 그러던 어느날 토끼는 거북이에게 경주를 제안한다. 누가봐도 토끼가 이기는 경주였다. 그리고 토끼 자신도 당연히 자신이 이긴다고 생각했다. 이윽고 경주날은 다가왔고, 토끼와 거북이는 힘찬 출발 소리에 경주를 시작했다. 거북이는 느릿느릿 기어갔고, 토끼는 잽싸게 달려나갔다. 한참을 달리던 토끼는 생각했다. '내가 당연히 거북이보다 빠르니까, 한참 앞서가서 한 잠 자다 일어나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거야.' 그렇게 판단한 토끼는 나무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청한다. 이렇게 토끼가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 거북이는 쉬지 않고 기었다. 기고 또 기었다. 한참을 기어가다보니 저 멀리 나무그늘에 누워 자고 있는 토끼의 모습이 보였다. 거북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있는 힘껏 최선을 다해 기어갔고, 마침내 곤히 낮잠을 자고 있던 토끼를 앞질렀다. 토끼를 앞지르고도 거북이는 쉬지 않고 기었다. 그렇게 거북이가 결승점에 다다를 무렵, 토끼는 잠에서 깼다. 그리곤 화들짝 놀랐다.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버렸기 때문이다. 토끼는 헐레벌떡 결승점으로 뛰기 시작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 경주의 승자는 거북이가 되었던 것이다. 


자, 이 이야기에는 기/승/전/결이 전부 다 들어가 있다. 기는 어디일까? 토끼와 거북이가 등장하는 부분이 '기'이다. 이 두마리가 앞으로 동화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임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승'은 이 둘이 경주를 하게 된 순간이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힌트를 주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 다음 '전'은 낮잠을 자는 토끼 곁을 거북이가 역전하는 순간이다. 짜릿함과 통쾌함이 느껴진다. 그리고 마지막 '결'부분은 마침내 거북이가 경주에서 승리하는 부분이다. 아주 오랜된 구전동화에도 이러한 기승전결 구조가 명확하게 존재한다. 하물며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러한 기승전결이 없는 이야기를 주구장창 하는 것은 굉장히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재미도, 감동도 없는, 그야말로 무미무취무색의 프레젠테이션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프레젠테이션에 스토리 파워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바로 '스토리 보드'를 작성하는 것이다.


보통 스토리보드라고 하면 광고업계에서나 사용하는 그림과 글자가 적혀있는 그 그림을 떠올리기 쉽다. 그리고 광고에서나 쓰는 스토리보드가 왜 프레젠테이션에 필요할까라고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의구심을 버려야 한다. 여러분이 하게 될 프레젠테이션을 아주 재미있고 유익한 구연동화라고 생각하면 된다. 당신은 당신이 이야기 하고자 하는 내용을 아주 흥미롭게, 그리고 유익한 내용으로 펼쳐나가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스토리보드가 필요한 것이다. 스토리보드는 말 그대로 스토리를 보드에 펼쳐놓은 것이다. 파워포인트에 대입을 하자면, 발표하게 될 페이지를 하나하나 펼쳐놓은 그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그 칸에 어떤 이야기를 어떻게 넣어야 보다 극적이고, 감동적이고,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고민을 통해 스토리보드를 완성한 다음 파워포인트를 실행하면 보다 수월하게 작업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것이다. 믿을 수 없다고? 못믿겠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의지를 갖고 해본다면 분명 좋은 효과가 있다고 장담한다. 아, 한가지 덧붙이자면 스토리보드는 손으로 직접 쓰는 것을 추천한다. 괜히 오피스 좀 쓸줄 안다고 컴퓨터로 만드는게 오히려 생각을 더디게 할 수 있다. 뭐든 직접 종이 위에 펜을 들고 직접 쓰는것만큼 좋은건 없다고 본다. (스토리보드 양식은 파일로 첨부)



내가 올린 양식을 보면 맨 위에 타이틀이 있고, 날짜를 적는 칸이 있다. 그리고 그 아래에 하얀 네모칸이 왼쪽에 있고, 오른쪽에는 빨간 테두리의 상자 하나와 밑줄이 그어져 있다. 용도를 설명하자면 이렇다. 우선 오른쪽에 있는 빨간 테두리 상자에는 그 페이지에서 하고 싶은 핵심 주제 혹은 단어에 대해 적는다. 토끼와 거북이를 예로 들자면, 가장 첫 페이지에는 '토끼와 거북이 소개'가 들어가도 나쁘지 않다. 그 다음 밑줄이 그어진 부분에는 실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풀어서 쓰면 된다. 토끼는 민첩하고 빠른 동물이며, 계산적인 반면 거북이는 둔하고 느리지만 인내심이 뛰어나다 이런 식으로 적으면 되는것이다. 


그 다음이 왼쪽에 있는 하얀 상자에는 화면에 무엇을 띄울 것인가에 대해 적으면 된다. 실제로 화면에 보여지는 장면 말이다. 만약 자신이 화면에 띄워 보여주고 싶은 자료가 너무 구체적인 데이터라던가 도표, 혹은 방대한 양의 텍스트라고 한다면 조금 고민은 해야 한다. 그렇게 방대한 자료를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이 맞는지. (무조건 간략하고 함축적으로 쓰라는 식의 글들이 가끔 있는데 그건 아니다.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여주는 프레젠테이션도 가끔은 필요하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의 핵심 단어만 적어도 좋고, 사진으로 표현해도 좋다. 단, 청중들이 화면만으로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구조보다는 발표자인 당신의 설명을 함께 곁들였을 때 제대로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이면 된다. 쉽게 말하자면 자신이 하고싶었던 이야기의 80%만 화면에 담으라는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20%는 말로써 설명하면 청중들은 100% 완벽한 내용을 전달받을 수 있을것이다.


나머지 아래 부분에 이어지는 칸들도 동일한 방법으로 진행하면 된다. 그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작성한 스토리 보드가 초안이 된다. 완성품이 아니다. 스토리 보드를 작성했다면 퇴고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우선 빨간색 네모칸에 적은 부분만 다른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한다. 그리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이해가 되냐고 물어본다. 자신이 읽어보는 것은 소용이 없다. 본인은 어차피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 알고있으니까. 웬만하면 그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 부탁하는 편이 낫다. 그렇게 읽어보라고 권유하면 스토리보드에 대한 평가가 내려진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피드백을 받아서 내용을 수정한다. 전체적인 흐름을 잡고, 말 그대로 '말이 되는'이야기 틀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1차 퇴고를 한 후에는 제대로 된 '기승전결'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밋밋하고 평탄무난한 이야기가 들어가 있으면 청중을 일순간에 휘어잡는 것이 어렵다. 영화나 드라마에 사람들이 놀랄만한 반전이 숨어있듯, 프레젠테이션에도 사람들이 가장 흥미로워 하거나 놀랄만한 장치들을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다. 보통 프레젠테이션의 60~80%정도가 진행되었을 때 이야기 해주는것이 좋다. 물론 정답은 아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이쯤이면 빵! 하고 터트려야 하는데' 싶은 부분에 핵심을 넣어주고 기승전결을 꾸며주면 된다. 마치 한 편의 영화 줄거리를 적어가듯이 말이다. 


이렇게 2단계의 스토리작업을 거친 후에 파워포인트를 실행하면, 아마 빨리 페이지를 만들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 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바로 한 페이지씩 시간을 집중 투자해서 만들 필요는 없다. 우선은 작성한 스토리보드의 페이지와 동일한 숫자로 빈 페이지를 만들고, 자신이 작성한 스토리보드를 화면에 대강 타이핑해본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전체적인 흐름을 본다. 스토리보드에 적어놓은 내용을 보면서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과연 스스로 그 페이지를 보며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를 보는 것이다. 이 과정을 해본다면 본인이 어렵거나 막히는 부분이 어디인지, 어디를 얼만큼 보완해야 하는지 등에 관한 정리가 한결 수월해진다.


스토리보드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어떻게 보면 간단할 수도 있고, 또 번거로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토리보드는 말 그대로 프레젠테이션을 이끌고가는 전체적인 뼈대다. 이 뼈대가 제대로 서 있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이미지, 아무리 화려한 애니메이션을 갖다 붙인다고 해도 난해한 발표가 될 수밖에 없다. 프레젠테이션은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뼈대는 반드시 스토리보드로 사전에 잡아주어야 한다. 그것이 스토리보드가 필요한 이유다.


스토리보드 작성하는 순서

1. 스토리보드 파일양식 출력 (필요한 만큼)

2. 각 페이지마다 하고싶은 이야기의 핵심주제 적기

3. 핵심 주제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 적기

4. 화면에 띄울 내용 정리하기

5. 1차 퇴고 : 타인에게 '핵심 주제'만 읽어보도록 권유

6. 2차 퇴고 : 이야기에 기승전결 입히기

7. 파워포인트로 만들기


*작업자에 따라 순서는 일부 변경되거나 추가 혹은 삭제해도 상관없습니다.



사진출처 : 플리커 (http:www.flick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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