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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MF 서울국제음악제] 뉴 재팬 필하모닉 - 클래식, 그 아름다운 긴장감에 대하여

by 여히_ 2014. 5. 30.

Beautiful tension

클래식, 그 아름다운 긴장감에 대하여





뉴 재팬 필하모닉의 공연은 내가 서울국제음악제의 수많은 공연 중 가장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공연이었다. 몇 안되는 오케스트라 공연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이 굉장히 궁금했기 때문이다. mp3로 들었을 때는 그저 그랬던 이 피아노 선율이 눈 앞에서 장엄하게 펼쳐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하는 궁금함이 이 공연을 더욱 기다려지게 만들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정말 최고의 공연을 보았다. 굉장히 오랜만에 손바닥이 다 닳도록 물개박수를 쳤던 것 같다.


지난 번 프리뷰에서 언급했듯이 이번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임동민이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함께 연주해 주었다. 이 분이 함께 한다는 것에 대해서 대부분의 사람들 (평론가도 포함하여)이 굉장히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지만, 사실 나는 그 부분에 있어서는 그다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피아노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선율도 좋지만 아직까지는 현악기들의 조화에 더 큰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 만난 임동민의 피아노 연주와 뉴 재팬 필하모닉의 협연은 그야말로 완벽한 하모니를 이뤘다. 쉬지 않고 바쁘게 움직이는 피아니스트의 손끝에서 울려퍼지는 피아노의 음색과, 음악을 전반적으로 이끌어가고 기반을 다잡아 주는 필하모닉의 다채로운 연주는 나의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사실 쇼팽만으로도 이미 나는 굉장히 커다란 충격에 휩싸여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터미션 후 들려온 차이코프스키의 Symphony No.5 (교향곡 5번)은 말 그대로 나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 했다. 4개의 악장이 연주되는 내내 단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못하고 무대를 뚫어져라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차이코프스키의 음악들은 (많지 않지만) 여기에 비할 수가 없었다. (물론 mp3로 들어서 그런것일수도 있다. 차이코프스키의 모든 음악은 훌륭하다.) 시시때때로 밀려오는 웅장한 느낌과 그 사이사이를 부드럽게 채우는 악기들의 조화는 나 뿐만 아니라 듣는 모든 이들로 하여금 단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도록 만드는 마력이 있었다. 이건 분명 매력을 넘어 마력의 범주에 해당할 수 있다고 감히 생각한다.


클래식 공연을 함께 보자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졸리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었다. 그들이 어떤 클래식을 들으며 어떤 편견을 가지게 되었는지는 몰라도, 단 한번이라도 이 음악을 제대로 들어본다면 클래식의 무한한 아름다움에 대해서 나만큼이나 눈을 반짝이는 팬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공연에서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던 것은 그들의 진심이 들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이번 공연에서는 보지 못했던 '세월호 참사 추모곡'을 연주한 후 묵념을 했던 자세도 마음에 들었고, 특히 '함께 음악을 하자'라는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뭉친 그들의 열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공연에 함께 참여해준 피아니스느 임동민은 본인이 연주할 몫을 다 진행하고도 3곡의 앵콜곡을 더 연주해주며 사람들의 크나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름다운 곡을 들려주어 고맙다는 사람들에게 더 큰 감동을 주기엔 충분했다. 뿐만 아니라 뉴 재팬 필하모닉도 본 공연을 마친 후 두 곡을 앵콜곡을 더 연주해 주었다. 지휘자가 '이게 오리지널이다'라며 들려준 음악도 멋졌고, 뒤이어 마무리 연주라고 하기엔 그 선율이 너무나도 환상적이었던 곡까지 들으며 그 공연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감사와 감동의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사실 이번 공연은 예매부터가 전쟁이었다. 관심만 가졌지, 미리 예매를 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중에서야 공연을 예매하게 되었는데 3층석까지 단 한자리도 빼놓지 않고 꽉차있는 예매화면을 보며 사실 잠시 당황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 필하모닉이 이정도로 인기가 많았구나, 라고 생각하며 예매를 포기하려던 찰나 어떤 한 사람이 예매를 취소하며 한 자리가 풀리게 되었고, 나는 가까스로 그 자리를 맡을 수 있었다. (어떤 분이신지 모르겠지만 감사하면서도 미안하기도 하고) 때아닌 예매전쟁(?)이 있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만족한다.


다음 뉴 재팬 필하모닉의 공연을 볼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공연에서 느꼈던 그 감동과 짜릿함과 긴장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비록 몇 글자 되지 않는 글과 사진 몇 장으로 이번 공연에 대한 소감을 남겨두지만, 언제가 되더라도 뉴 재팬 필하모닉을 다시 만나는 날엔 그들이 굉장히 반가울 것 같다. 가슴 뛰는 공연을 선사해 준 뉴 재팬 필하모닉의 모든 연주자분들과 지휘자분과 피아니스트와 이번 서울 국제 음악제를 기획하고 진행해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뜻을 남긴다.







덕분에 행복한 5월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SIMF!





2014 서울국제음악제 | 세계 정상급의 음악가들이 서울의 5월을 아름다운 음악으로 물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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