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lk about time
'뤽'은 날 배신하지 않았다. 최민식도 날 실망시키지 않았다. 스칼렛 요한슨도 만족스러웠다. 국내 배우가 출연한 외국영화중에 최고를 꼽자면, 나는 단연 이 영화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유는 간단한다. 최민식이 영어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하지도, 알아듣지도 못한 채 연신 한국어만 주구장창 늘어놓는 캐릭터며, 그 주위에서 일을 처리하는 조무래기(?)들도 한국어만 쓰는 점은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점이 외국인들에게 어떻게 느껴질까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리에겐 따뜻한 표정도, 무서운 표정도 보여줬고 심지어 최근에는 '명량'이라는 작품을 통해 '이순신 리더십'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최민식의 또 다른 작품을 보고 있자니 생각보다 참신하고 신선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느낌은 단지 외국영화에 한국배우가 출연해서 그런것만은 아니다. 나는 최민식이라는 배우가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 이전까지는 경력과 경험이 풍부한 배우정도로 생각했다면, 이제는 정말 세계 어디에 내다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대한민국의 영화배우라는 느낌이 와닿을 정도로 그의 연기는 정말 만족스러웠다.
무엇보다 영화의 전반적인 스토리나 구성도 참 마음에 들었다. 마치 참고용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대자연의 모습이라던지, 뇌의 용량을 몇%까지 사용하고있는지에 대한 자막이 큼직하게 나오는 검은 화면이라던지, 이런 구성이 색다르게 느껴져셔 좋았다. 스토리가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 연민이나 사랑같은 감정에 달라붙기보다는 존재 그 자체에 대해 더 큰 호기심을 갖고 접근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생각은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나오기 힘들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과학적일수도, 반면에 공상적이고 비과학적으로 보일수도 있겠지만 인간에 대해 연구하는 사람이거나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자신의 뇌 사용량에 대해 궁금해 했을법도 한데, 그런 호기심을 주제삼아 어떻게 될지에 대해 보여줄 수 있다는게 신기할 따름이다. 단순한 예측을 넘어서 '실제로 이렇게 될 것이다'라며 감독 나름대로 결론을 짓고 스토리를 쓴 듯이 말이다. '이렇게 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아니라 '분명 이렇게 될 것이다!'라는 확신을 갖고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영화의 결말이 꽤 충격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반전이라고 할 수도 있고, 충분히 예측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일단 내가 느끼기엔 굉장한 반전이었다. 루시의 행동에서 충분히 눈치챌 수 있는 결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치챌 수 있는 생각의 여유조차 없이 휘몰아치는 스토리 속에 맞이한 결말은 정말 상상 밖이었다. 물론 이 결말에 대해 '뭐야?'라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거라는 예상은 한다. 하지만 어떤가! 스토리가 재미있었던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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