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시리즈 영화를 선호하는 편은 아니지만, 한 번 마음에 든 영화는 후속작이 나오면 흥행과는 무관하게 챙겨보는 편이다. 나에게 스텝업(step up)은 그런 영화다. 애써 '다음 편은 언제나오나...'하며 맘 졸이지 않아도, 슬며시 그리워질 때 쯤이면 알아서 개봉해주시는(?) 그런 느낌도 없잖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내가 스텝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를 보고 나면 흥에 겨워 어깨가 들썩들썩, 온 몸에 비트의 전율이 흐르기 때문이ㄹ..
스텝업 1편부터 4편까지 정리!
1편 : 각설하고, 사실 스텝업 시리즈는 후속작이 나오면 나올수록 점점 쇠락의 길을 걷고있는것이 사실 맞다. 처음엔 이정도는 아니었다. 2006년 처음 선보인 스텝업은 힙합을 사랑하는 남자와 발레를 하는 여자의 이루어질 수 없을 것 같은 묘한 감정에서 출발하여,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장르의 화려한 콜라보레이션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되었다. 힙합이라는 춤은 춤은 아니라도 생각했던 발레전공녀(?)가 점점 힙합의 마력에 빠져들고 결국에는 예정되어 있던 발레공연이 아닌 힙합을 선택하게 되는, 나름의 반항적인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이 영화를 처음 볼 당시만 해도 내 나이가 스물 한살이니 이 영화를 통해 느꼈을 반항의 전율은 제법 오래갔다.
2편 : 1편을 관람하고 2년 후엔 2008년에는 스텝업 2 - 더 스트리트가 개봉했다. 이전편을 맡았던 앤 플레쳐 감독에서 존 추 감독으로 바뀌며 영화의 전반적인 톤앤매너가 바뀌게 된 편이라고 볼 수 있다. 2편에서는 스트리트 댄스에 담긴 여러가지 사연과 의미들이 등장하며, 춤에 담긴 다양한 캐릭터들간의 이야기를 자연스레 엮어나가는 타입이었다. 무엇보다 1편보다 화끈해진 춤사위로 보는 내내 흥에 겨웠던 기억이 난다.
3편 : 2편이 개봉된 후 또다시 2년 후, 2010년에는 스텝업이 드디어 3D로 개봉하는 영광을 맞이하게 되었다. 대세가 대세인지라 한번 쯤은 3D라는 장르에 도전해 보고 싶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기한 효과들을 접목했던 신기한 버전이었다. 하지만 흥행기록은 저조했다. 효과에 신경쓰다보니 스토리가 조금 약해졌다는 느낌이랄까.
4편 : 그리고 또 2년 후인 2012년 (2년을 주기로 영화를 개봉하는가보다.) 에는 '레볼루션'이라는 부제를 들고 4편이 나왔다. 이 역시 유투브라는 시대의 흐름을 쫒아 유투브 조회수에 연연하는(?) 남자주인공 캐릭터를 들고나왔지만 역시 흥행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사실 4편까지 보고 나서 더 이상 후속작은 없을거란 생각을 했다. 서로 다른 장르의 춤을 하는 남녀가 만나 이루는 러브스토리를 4번이나 보다보니 식상해진 것도 있거니와, 더 이상 사람들이 이러한 화려한 춤사위에 예전만큼 열광적으로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왠걸? 이번에 5편이 나와버린것이다. 관람객은 예상처럼 많지 않은 듯 하지만, 그 동안 1편부터 꾸준히 봐왔던 정성을 생각해서 이번 편도 쿨하게 봐주기로 마음 먹었던 것이다. 스토리는 사실 이전편들과 크게 다를 것은 없었다. 레볼루션 편에 등장했던 여자 주인공이 한번 더 나왔고, 남자주인공은 돈에 연연하는 캐릭터로 등장했다. 전 편에서 철딱서니 없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면 이제는 좀더 정신차리고 현실 속에 살고 있는 댄서들의 이야기가 담긴 듯했다.
누군가는 패션, 누군가는 요식업, 누군가는 공장 등에서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 위한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그들을 한 데 모아 라스베가스라는 무대에서 춤판을 벌이는 이야기가 전개되었지만, 사실 곰곰히 따지고 보면 이 영화의 재밋거리는 춤이나 스토리나 새로운 캐릭터가 아니다. 내가 이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이유는 단 하나의 캐릭터 때문이다. 바로 '무스'!! 2편에서 주인공의 대학생활에 정보를 제공하는 캐릭터로 등장해서 3편에서는 길거리를 춤 하나로 재패하고, 4편에서도 주인공을 도와 MOB을 다시 모으는데 일조했던 바로 캐릭터! 생긴것과는 다르게 기깔난 춤을 선보이며 귀여운 파마머리를 흩날리던 그 무스라는 존재가 나로하여금 이 영화를 계속 보게 만들었던 것이다. 물론 2008년부터 시작해서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앳된 무스도 나이를 먹어 수염도 나고 어른의 행색을 갖추고야 말았지만, 그에게 숨겨진 춤본능은 5편에서도 어김없이 드러났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이성을 유혹하는 솜씨 하나는 녹슬지 않았던 무스! 무스 없는 스텝업는 앙꼬없는 찐빵이오, 미끼 없는 낚싯대와도 같다. 그만큼 이 캐릭터의 중요성은 날로 커졌고, 이번 5편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그의 춤사위는 또 한번 나를 설레게 만들었다. 아 무스군... 이제는 남의 남자가 되었구나. (응?)
이렇게 한 가지 특정한 캐릭터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도 시리즈 영화에 있어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 캐릭터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함으로 인해 새로 개봉하는 영화에서도 관람객은 익숙함을 느낄 수 있고, 그 익숙함으로 인해 '본전은 건졌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스라는 캐릭터는 본전을 건졌다고 표현하기에는 충분한 캐릭터였고, 이번 편에서도 결코 작지 않은 역할을 소화해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언젠가 스텝 업의 주인공으로 무스가 나와줬으면 하는데 아직까지는 그에게 이런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키가 작아서? 몸이 말라서? 야위게 생겨서? 그 동안의 남자주인공들이 범접할 수 없는 근육질 몸매를 자랑하긴 했지만 춤이라는 본질로 들어간다면 사실 나는 무스의 손을 번쩍 들어올릴 수 있는데 말이다. 다음 편에는 무스가 주인공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어느 힙합 학원 선생님이라던가, 아니면 발레 학원 강사라던가.. 이러한 골때리는 컨셉으로 캐릭터를 다시한 번 살려도 썩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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