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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앤하이드] 하나의 선, 그리고 또 하나의 악

by 여히_ 2014. 12. 22.



지난 주 금요일, 회사에서 송년회 기념(?)으로 전직원이 뮤지컬을 관람했다. 바로 '지킬 앤 하이드'. 통상 지킬박사와 하이드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는 이 작품은 '지킬'이라는 이름의 박사가 인간의 선과 악을 정신적으로 구분하여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는 과학연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인간의 본성과 내면을 관찰하다


인간의 선과 악에 대한 본질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주제가 다소 철학적이고 어렵긴 하지만, 전개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선과 악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었다. 극의 시작은 의학적 소재로 접근하기 시작하지만, 스토리가 진행될수록 점점 인간의 본성에 관한 이론으로 이어진다. 인간의 선한 면과 악한 면을 의학 기술로써 분리시키고,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다면 대부분의 정신질환은 치료될 수 있다는 것이 지킬박사의 이론이었다. 하지만 실험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최종실험이 필요했고,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더 이상 연구의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결국 지킬은 자기 스스로에게 실험을 강행한다. 사실 이 부분에 있어서도 지킬이 얼마나 끝없는 고민을 하고 고뇌에 빠졌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감히 어떤 의사가 자기 자신을 실험체로 쓰겠느냔말이다. 하지만 지킬은 달랐다. 그에게는 구해야 할 가족이 있었고, 완성해야 할 연구가 있었다. 그 정점에 서서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연구를 완료하고자 하는 그 책임감으로 스스로에게 실험을 했던 것이다. 




누구나 수천번 하는 고민,' To be or Not to be'


우리는 살면서 누구나 이런 고민에 빠질 수 있다. 고민 자체는 아주 심플한 한 문장이다.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라는 고민 말이다. 대부분의 고민은 to be or not to be와 같은 형태를 띈다. 그만큼 우리 인생에 있어서 택1해야 하는 상황이 많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지킬은 자신이 선택한 길에 대해 후회하지 않았고 자신의 연구를 믿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킬이 그렇게 어려운 선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은 그를 가만두지 않았다. 차라리 가만두었으면 나았을 정도로 그에게 큰 고통과 고난을 안겨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게 만들고, 죽게 만들고, 결국 자기 자신까지 파멸을 길로 가게 되었으니 말이다. 신의 입장에서 볼 때, 감히 신의 영역 (선과 악을 구분짓는 절대영역)에 지킬이 발을 들여놓으려 한 것이니, 그는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할만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지킬은 용서받을 수 없는 선택을 했고, 결국 죽음으로 그 선택의 종지부를 찍게 된다. 짐짓 예상했던 결말이지만 그 결말에 다다르는 과정이 너무나도 힘겨웠기 때문에 그의 선택의 잘못됐다라는 판단보다는 한 인간으로써 안쓰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었다. 그가 도전한 영역이 의학이든 혹은 신이든 지킬은 어떤 형태로든 선과 악에 대해 도전했을 것이다. 이런 정신이야말로 지킬박사에게서 배울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10년이라는 긴 호흡으로 2014년까지 달려온 공연


여러 공연을 보다보니 그 동안 내가 참 뮤지컬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생처음으로 뮤지컬을 본 나이가 스물 다섯이었고, 그 후로 몇년 후 '그날들'이라는 작품을 봤었다. 두 작품 모두 국내에서 제작된 극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하진 않은 공연이다. 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을 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접한 것이 최근의 투란도트, 호두까기 인형 등이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을 뒤늦게 봤다는 것에 대해서는 아쉽긴 하지만, 더 많은 시간이 지나기 전에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킬앤하이드 또한 매우 유명한 작품으로, 이번 기회에 볼 수 있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작품은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더블 캐스팅으로 조승우가 지킬 박사 역을 한다고 했지만 우리가 보는 공연은 조승우가 나오지 않는 공연이었다. 대신 쏘냐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조승우는 아니었지만 이 작품을 볼 수 있었다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만족스러웠다.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던 지킬앤하이드의 full story를 알 수 있었고, 이 이야기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다루고자 했는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극의 마지막 부분에 지킬과 하이드가 서로 대화하듯이 한 인물 속에서 두개의 인격체가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의 연기가 특히 돋보였다. 조명이나 음향 핀트가 살짝 안맞긴 했지만, 연기를 하고 있는 배우의 행동 하나하나가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었기 때문에 더 열정적이라고 느꼈던 것 같다. 세차게 흔드는 머리도, 고운 목소리와 거친 목소리를 왔다갔다하는 표현력도, 모든 것들이 참 신기했다. 1인 2역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랄까? 한 사람이 표현하는 두 가지 캐릭터는 서로 굉장히 상반된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이질감 없이 표현한 점이 좋았다. 대체적으로 모두 만족스러웠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을 꼽으라면 역시 '천둥번개가 치는 장면'이 아닐까 한다. 지킬박사가 하이드로 변했을 때 루시를 찾아가는 장면인데 이 때 사용된 특수효과에 정말 많이 놀랐다. 등장도 등장이거니와, 두 배우의 연기 호흡이 너무나도 좋았기 때문이다. 뮤지컬은 음악 뿐 아니라 다채로운 무대연출까지도 완벽해야 하는 만큼, 이번 특수효과는 지킬앤하이드의 느낌을 제대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공연을 언제쯤 다시 보게 될런지는 모르겠지만 벌써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공연이니만큼 앞으로도 장수하는 공연으로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등장인물 소개




지킬/하이드

지킬은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로, 정신분열인 아버지를 위해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약을 발면하고자 위험한 실험을 감행하는 인물이다. 하이드는 지킬박사의 이런 실험을 통해 발현된 자아로, 지킬박사 내면의 악의 정신세계가 만들어낸 인물이다. 악을 대변하는 이 캐릭터는 지킬이 복수심을 품고 있던 사람들을 살해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루시

술집 클럽에서 노래하는 무용수. 런던의 밑바닥 인생을 대변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남들과 다르게 자신을 인간답게 대해준 지킬을 짝사랑하게 되는 인물이나, 하이드의 사랑을 받으며 고통을 받게 되고 결국 하이드의 손에 죽임을 당하게 된다.




엠마

지킬의 연구를 인정하고 순종하는 지킬의 약혼녀. 지고지순한 사랑의 소유자를 대변하는 캐릭터로, 혼란 속에 빠진 지킬을 위로하며 다시 예전처럼 돌아오길 기다리는 청순가련한 캐릭터이자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하는 비운의 캐릭터 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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