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소폰의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란말인가?
색소폰 앙상블 알리아쥬 퀸텟 내한공연
2014년 11월 19일 20:00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내가 그동안 색소폰의 아름다움에 대해 미처 자세히 알지 못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악기의 화려한 연주에 귀를 빼앗겨 관악기의 울림에는 귀 기울이지 못했던 그 동안의 공연들을 돌이켜 보니, 왠지 관악기에 더 많은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알리아쥬 퀸텟은 나에게 색소폰이 얼마나 아름답고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는 악기인지 다시한 번 느끼게 해주는 그룹이었다.
공연을 아무리 숱하게 봐도 아직도 조금 어려운 부분 중에 하나는, 공연 중에 잠깐 졸립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터미션 시간을 숙면의 시간으로 활용하곤 한다.) 그 졸려운 눈꺼풀을 이겨내기 위해 꽤나 노력하는 편인데, 어제는 정말 어쩔 수 없이 한 순간 눈을 감고 음악을 듣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생각해보니 굉장히 졸려웠던 그 부분이 아마 '자장가'를 연주하고 있는 부분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자장자를 자장가스럽게 연주했으면 내가 눈을 감고 들어야 할 정도라니, 아기들은 잠들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살짝 웃기도 했다.
전체적인 공연은 매우 만족을 뛰어넘어 이런 공연을 또 보고싶다, 자주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색소폰을 이렇게 황홀하게 연주해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4명의 호흡은 너무나도 완벽했고, 선곡 또한 훌륭했다. 그들의 무대매너 또한 좋았다. 어떤 곡을 연주할 것인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는 모습도 좋았다. 무엇보다 앵콜곡으로 준비한 다양한 곡들의 짜임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훙륭한 바람에 '진짜 완벽하다'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공연에서 들었던 곡들은 아는 곡들도 있고 모르는 곡들도 더러 있었는데, 앵콜곡의 구성은 달랐다. 우리가 CF든 길가든 살면서 몇 번은 들었을 법한 아주 유명한 곡들로 이루어진 앵콜곡은 공연의 마지막을 화려하고 활기차게 마무리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여기저기서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왔다. (다만, 어느 관객의 "앵콜!!"이라는 귀가 찢어질 듯한 외침이 3번이나 있었는데, 이 부분은 개선되어야 한 관람매너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색소폰이 한 가지 종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오산이었다. 생김새가 각각 다른 4개의 색소폰이 이 날 공연에 올랐고 각각의 악기들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등 자신이 담당한 음역대의 소리를 아주 멋드러지게 들려주었다. 개인적으로 현악기 중에서 콘트라베이스를 가장 좋아하는데, 아마 색소폰의 콘트라베이스에 해당하는 부분이 '바리톤'이었을 것 같다. 묵직하고 웅장한 바디감으로 다른 3 악기를 든든히 받쳐주는 느낌이 굉장히 좋았다. 여성 2명으로 구성된 알토와 테너파트 또한 좋았다. 발끝까지 오는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열정적으로 색소폰을 부는 모습이 신기하기도 했거니와, 그들의 표정에서도 음악에 대한 진정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소프라노 파트. 가장 빠르고 가장 높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기 때문에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잘 해준 것 같다. 색소폰을 이러저리 돌려가며 색소폰에서 뻗어나가는 소리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들려야 하는지도 꼼꼼히 생각해준 것 같아서 듣는 것 뿐 아니라 보는 것도 재미있는 부분이었다.
그 동안 콰르텟을 비롯해 몇 번의 공연을 본 적이 있었다. 주로 현악기 공연이 많았었는데, 공연을 볼때마다 느꼈던 것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소리도 아름답고 곡도 좋았지만 현악기만으로는 무언가 묵직한 울림을 줄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색소폰은 달랐다. 관악기의 힘은 역시 달랐던 것이다. 관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공기의 떨림은 관객석까지 그대로 전달되기에 충분했고, IBK챔버홀을 가득 채우기에도 충분했다. 4명의 연주자가 이루어낸 황홀한 공연이 늦은 저녁 예술의 전당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오케스트라 공연은 볼 때마다 새로운 매력이 있다. 수십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하나의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경이롭기까지 하다. 하지만 가끔은, 다양한 악기의 소리가 복합적으로 하모니를 이루는 공연 외에도 이렇게 한 가지 악기의 여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공연을 보고 듣는것도 굉장히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악기 하나하나에 대한 특징과 장점을 익혀 나가며 오케스트라 공연을 다시 만날 때는 조금 더 풍부한 연주를 감상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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