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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지역 : 장산 등산기

by 여히_ 2013. 11. 13.

사실 나는 등산을 좋아하는 타입은 아니다. 최근 5년 사이에 등산이라곤 회사에서 1년에 한번 가는 관악산 3번(4번인가?), 프로젝트차 갔던 가야산 1번이 전부였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갑자기 산에 올라가고 싶었다. 마음의 짐을 내려놓는다던가, 생각을 정리한다던가 뭐 그런 목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그냥 정상에 서서 멋진 풍경을 내려다보고 싶은 욕심이 앞섰달까. 그렇게 장산 등산이 시작되었다. 



나의 시작은 대천공원이었다. 집에서 아주 가까이에 있는 공원인데 그동안 안으로 한 번도 들어가 본 적이 없는 곳이었다. 이번에 장산 등산을 빌미삼아 들어가게 되었다. 공원에는 나들이를 나온 아이들과 가족들로 붐볐다.




올라가는 길에 만난 예쁜 꽃들. 벌마저도 꽃의 아름다움을 질투하듯이 연신 꽃 위를 왔다갔다 날아다녔다.




대천공원을 지나 체육공원을 지나, 어디로 가야할 지 모르는 나는 마침 맞은편에서 오던 분에게 길을 물어봤다. 정상을 가고싶은데 어디로 가야하냐고. 그랬더니 자기를 따라오란다. 나는 마치 천사를 만난 표정으로 그 분 뒤를 따랐다. 길이 꽤나 험준했다. 조금만 올라가면 된다는 아주머니를 앞서 보내고 쉬어가기를 수 차례 반복한 끝에 정상과 중봉을 가는 길에 만날 수 있는 장산 너덜길에 도착했다. (내려갈 때 보니 내가 올라온 길은 매우 협소하고 힘든 길이었음을 알게되었다. 속성코스랄까.)




장산 너덜길 표지판이 있던 곳은 잠시 쉬어갈 수 있는 벤치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운동기구들이 곳곳에 놓여 있었다. 길은 2가지 갈래로 나뉘는데, 나는 정상을 가야한다는 일념으로 다른 곳을 들르지 않고 바로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을 가는 길에 중봉을 만날 수 있다. 중턱쯤에 있는 봉우리라서 중봉일까? 소나무 하나를 끼고 커다란 바위가 있는데, 이 바위에 앉아있노라면 내려다보이는 장산의 모습이 가히 장관이었다. 단풍이 제대로 들었다면 더 멋졌을 것 같다.




정상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주는 마의 모래언덕길. 이게 평지가 아니라 약 30도쯤 되보이는 경사로로 길이는 한 300미터쯤 되는 것 같다. 올라가는 길의 좌측으로 광안대교를 내려다 볼 수 있다. 여길 올라갔다고 해서 정상은 아니다. 정상은 더 올라가야 한다.




근처에 커다란 억새밭이 있다는데, 아마도 거기서부터 씨앗이 날라와 자리잡은 듯 하다. 




정상으로 올라오면 억새밭으로 가는 이정표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왠지 힘도 들고, 억새도 이정도 봤으면 됐다 싶어서 그냥 포기했다. 단념이 빠른 여자.




저 멀리 아득하게 광안대교가 보인다. 날씨가 조금 안좋았던 탓도 있고, 약 오후 3시가 좀 넘어서 정상에 도착해서 그런것일수도 있고, 아무큰 깨끗한 하늘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만족감을 주기에는 충분한 뷰였다.




저만치 내다보이는 부산의 모습. 정상에서 약 20분정도를 쉬고 하산하기 시작했다. 내 앞을 질러가는 3명의 청소년이 있었는데, 나는 그들이 가는 길이 내가 올라온 길이라고 생각하고 따라갔는데 아니었다. (나는 길치, 방향치니까!) 이들이 내려가는 길은 내가 올라왔던 길보다 훨씬 평이하고 평범하고 쉬웠다. 마치 과천에서 관악산 정상을 올라가는 길같은 느낌이랄까?


정상에 올라가면 아무리 밥을 든든하게 먹고 갔어도 배가 부르기 마련이고, 목이 마르기 마련이고, 간식이 당기기 마련이다. 나는 어설프게도 물 한병과 초코바 하나만 가져갔고, 이마저도 올라오는 길에 절반 이상을 먹어버리는 바람에 정상에서의 만찬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다음에 다시 한 번 더 올라갈 기회가 생긴다면 배낭 가득 먹을 것들을 바리바리 싸들고 올라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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