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모조인간
2006. 5. 27
'시작은 있는데 끝이 없다'
나는 모조인간을 읽고 느낀 짤막한 느낌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책을 놓칠 수 없게 만드는 그만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자칫 헤어나오지 못할 책장의 늪에 빠질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2차원과 3차원을 능력껏 오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유일하게 그만이 할 수 있는 버라이어티한 상상력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분명 첫 페이지에서 이야기는 보따리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책장을 덮는 그 순간, 나는 이야기가 끝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시작되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를,
독자의 마음으로 써내려 가라는 식의
작가의 애매모호한 책장의 완결은 색다른 발상이라는 생각이 든다.
흉내쟁이와 모조인간은 하늘과 땅 차이
흉내쟁이는 단지 다른사람을 흉내내는것에 불과하다.
쉽게 얘기하자면 9라는 숫자가 6이 되고싶어서
물구나무서기를 하고 있다는 정도이다.
하지만 모조인간은 그 자체로도 존재한다.
누군가를 따라하는 복사능력을 가진 개체가 아니라 원본과 똑같지만 다소 다른, 모조품이 있다는 얘기다.
사람이 바로 모조인간이다.
'나는 모조인간' 이라는 문구 자체가, "나는 너희들과 달라" 라고 말하는것 같지만
모든 사람은 모조인간일 수 밖에 없다는 뜻도 포함하고 있는 듯 싶다.
인간의 모습은 하나다. 몇몇 불의의 사고를 통해 약간 모습이 다른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모두들 머리 하나에 귀 두개, 눈 두개, 코 하나, 입 하나 몸 한개 팔 두개
손가락 열개, 다리 두개, 발가락 두개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각각 다르게 생겼다.
원본의 인간과 비슷하지만 확연한 차이가 있는,
그러면서도 자아를 갖고 있는 말 그대로 모조인간 투성이뿐인 세상이다.
아쿠마 카즈히도는,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는것 같지만
그의 맘 속에는 '나는 너희들과 다를것 하나도 없어' 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분명 있었다.
아무도 미워할 수 없는, 그래서 더 모조인간
'아쿠마' 라는 이름이 악마와 비슷한 발음이긴 하지만
그가 악마라는 것은 절대 아니다.
발음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그를 인간이 아닌 악마취급 해 버린다면
원본 악마는 얼마나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지는 불보듯 뻔한 일이다.
모조인간이라고 외치고 외쳐봤자 아쿠마 카즈히도는 원본인간이다.
모조품 그대로는 살아갈수가 없다는 것을,
그는 태어날때부터 눈치챘다.
아니, 생명이라는 새로운 삶을 얻고 나서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때문에 그는 더더욱이 완벽한 모조인간이자 원본형인간이 될 수 있었다.
태어난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그저 평범하게만 살아 간다면
그 삶은 완벽한 모조품 인생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모조품이 왜 모조품이겠는가.
원본과 똑같지 않기 때문에 모조품이 되고, 모조인간이 되는 것이다.
타인과 다르게, 다른 모조인간과는 다르게
나에게 특별함을 부여함으로써 모조인간이자 원본인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아쿠마 카즈히도는
적어도 이야기에 등장하는 그 누구 보다도 더 완벽한 모조인간이다.
누구나가 다 모조인간이다.
하지만, 더 완벽한 모조인간이 되어야 한다.
원본을 그대로 따라간다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이다.
원본은 그 존재 자체만으로 유일하기 때문이다.
모두들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모조이간이 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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