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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생각

봄, 봄, 봄, 봄이 오긴 오나보다.

by 여히_ 2016. 2. 18.

서울의 봄꽃 개화시기가 평년에 비해 1~2일정도 빨라질거라는 뉴스기사를 접했다. 분명 벚꽂은 내가 중학생 시절에도, 고등학생 시절에도, 대학생과 사회 초년생 시절에도 피었던 벚꽂인데, 그땐 몰랐다. 벚꽃이 만개한 봄이 이렇게 따사로울 줄은. 그 봄날을 기다리는 마음이 이렇게 두근거릴 줄은. 그때는 어째서인지 누군가와 함께 꽃길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고, 특별히 꽃의 아름다움 또한 잘 느끼지 못했었다. 서른이 넘어가고, 서른 하나가 될 무렵이 되어서야 나는 비단 벚꽃 뿐만이 아니라 봄꽃을 기다리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작년 이맘때 쯤엔, 그랬다. 엄지손톱만한 벚꽃잎의 대부분이 바닥으로 떨어져 사람들의 발길에 치일 때 쯤, 나뭇가지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꽃잎이 한편으로는 측은해 보이기까지 했다. 봄은 이미 지나고 있는데,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마지막까지 '나 좀 한번만 더 봐주세요'라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그리 유쾌하진 않았다. 채 한달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고, 뉴스와 신문 등 각종 매스컴에 이름이 오르락 내리락 하지만, 그 유명세는 언제나 그렇듯 오래 가지 않는다. 봄꽃을 피우는 나무들은 그 동안 매 년 겪어왔던 일이라서 그런지 대부분은 쿨하게 꽃잎을 모두 떨어트리곤 한다.


노란색, 꽃분홍색, 연분홍색, 하얀색 꽃잎이 모두 떨어져 나간 자리엔 언제나 그렇듯 초록 잎사귀들이 고개를 빼꼼히 내민다. 마치 '진짜 봄은 녹색이야!' 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아직은 쌀쌀한 바람이 느껴지는 꽃들의 시간보다는, 적당히 미지근한 공기에 가끔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이 함께 하는 초록 잎과 함께 느지막한 봄을 만끽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찰나와 영원의 아름다움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만 같은 꽃나무들을, 올해는 조금 더 따뜻한 눈길로 봐주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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