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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 오브 러브] 당신이 사랑했던건 얼굴인가, 마음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by 여히_ 2014. 5. 12.


FACE of  LOVE 

당신이 사랑했던건 얼굴인가, 마음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나는 누구보다 사랑이라는 주제에 민감하다. 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사랑이라는 주제는 늘 민감하고, 마음아프고, 속상하다. 행복했던 기억도 있겠지만 어쨌든 지금은 아픈 기억들이 1순위로 떠오르는것은 어쩔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멜로처럼 사랑을 주제로 이야기하는 영화는 왠만하면 잘 안보려고 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 오브 러브를 보게 된 것은, 예고편 내레이션을 맡았던 김미숙씨의 목소리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녀의 흡입력 있는 목소리에 사로잡혔다. 이 영화는 그렇게 예고편만으로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나 뭐라나.


아무튼, 이야기는 그렇다. 평생을 함께 사랑했던 남편을 한 순가의 아찔한 사고로 잃은 후 실의에 빠져있던 아내에게, 남편과 똑같이 생긴 남자가 나타난다. 그리고 아내는,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믿게 된다. 참 아이러니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하는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에 대해 돌아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끔 했다. 그 사람의 마음? 그 사람의 외면적인 모습? 그것도 아니면 오롯이 그 '사람'을 사랑했던가? 갑자기 나는 그 동안의 내 사랑을 불현듯 떠올리기 시작했다. 숱한 실패로 끝났던 (어쨌든 지금도 솔로이기 때문에) 그 연애들. 나는 무엇을 사랑했던 것일까? 생각해보니 얼굴도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그래서 영화의 상황에 나를 대입해봤다. 내가 정말 진심을 다해 사랑했던 그 사람이 죽었는데, 그 슬픔을 다 잊지도 못했는데 어느날 갑자기 그 사람과 똑같은 외모의 사람이 나타난다면 어떨까? 나는 일단, 현혹될거란 생각은 든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 것 같다. 그 사람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다. 여자는 민감한 동물이라, 외모가 같다고 해서 같은 사람으로 쉽사리 인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기억하는 건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외모 뿐 아니라 습관, 행동, 함께했던 추억들인데 새로 나타난 그 사람에게는 그런 것들이 존재할 리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 사람과 다시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고 쉽게 결정지어 이야기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선택은 막상 그런 상황이 내 눈앞에 펼쳐지기 전에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을 가만히 떠올리며, 나는 그 사람의 무엇을 사랑하는가에 대해 심오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러한 고민을 해야 하는 나이 이기도 하고. 스물아홉이라는 나이가 그렇게 녹록치는 않다. 흔히 여자의 나이가 이쯤 되면 '현실적인 사랑'을 찾는다고 한다. 혼기가 꽉차오고 있기 때문에 말 그대로 '실제로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하는 것이다. 그간의 연애가 단순히 '행복하기 위한,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한 것'이었다면,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이후부터는 사랑이 삶이 된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에 현실을 찾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다보면 좋은 인연을 놓칠수도 있다는 것이다. 너무 세세하게 현실적인 점들만 체크해나가다 보니 정작 사랑이라는 요소가 결여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사랑이 밥을 먹여주고 자식을 대학보내주는 건 아니지만, 최소한 그러한 감정 없이 일평생을 누군가와 산다는 걸 상상하면 조금은 끔찍하다. 마음 한 켠이 공허한채로 살아야 하는 삶은 죽은 것과 진배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랜만에 사랑타령을 하려니 뭔가 어색하다는 생각도 들고, 내가 과연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쉽게 던져도 되는 사람일까 하는 고민도 스친다. 내가 과연 사랑 뭐시깽이를 운운할 자격은 있는 사람인가, 하면서 말이다. 결론을 놓고 이야기하자면 '나는 이야기 해도 된다.'. 사랑, 해봤고, 행복해봤고, 아파봤고, 사랑으로 인한 이런저런 인생의 고저를 겪어보기도 했고 희노애락을 느껴보기도 했으니, 최소한 사랑이라는 감정이 어떤것인지를 몇 번의 경험을 통해 배운 사람이니 충분히 언급할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뭔가 연애를 위한 지침을 이야기 할 정도는 아닌것 같고, 최소한 후회는 하지 않는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판단해 본다.


페이스 오브 러브는 나에게 사랑에 관해 정말 무수히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다. 내 첫사랑부터 시작해서, 가장 마지막의 사랑까지. 그리고 무언가 끊어지지 않는 감정의 연속선상에 있는 그것들까지도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나는 사랑에 대해 수없이 자책하고, 반성했지만 막상 다음 사랑을 위해 노력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늘 자유를 갈망했고, 구속되지 않은 온전한 나로써의 삶을 추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이런 자세는 진정한 사랑을 하기 위한 자세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페이스 오브 러브에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건, '사랑에는 자세(attitude)가 중요하다.'라는게 아닐까 한다. 자격이 아니라 자세다. 누군가를 대하는 마음, 그 마음에 어떤 진심이 얼마만큼 묻어있는지, 그리고 그 진심이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것인지 꼭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이야기하는 '우리는 통하는 구석이 있어'라는 말이 바로 사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 '통하는 구석'이 없으면 공감이 어렵고, 공감이 어려우면 이해가 어렵고, 이해가 어려우면 결국 사랑이 이어지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굉장히 복잡한 심경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자니 한도끝도 없다. 그만큼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맘에 안든다. 나는 생각을 그만하고 싶다. 제발.)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나는 생각을 멈추지 않고 무언의 노력을 해나가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나의 사랑을 위해서는 내가 노력해야 하는거니까. 인연이란 누가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는거라는 말이 백번 옳다. 그래, 결과가 이렇게 정리가 되는구나. 



사랑은 '오는'것이 아니다. 사랑은 '발견하는'것이다. 

마친 모래알 속 진주를 찾듯이 말이다.






페이스 오브 러브 (2014)

The Face of Love 
8.3
감독
애리 포신
출연
아네트 베닝, 에드 해리스, 로빈 윌리엄스, 에이미 브렌먼, 제스 웨이슬러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92 분 | 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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