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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라스트베가스] 그들에게 '베가스'는 Last가 아니라 Lasting이다

by 여히_ 2014. 5. 13.

Last? Lasting!


굉장히 오랜만에 영화관 1개관을 통째로 빌려서 보게되었다. 농담이고, 평일 저녁 6시 50분에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이 나 하나였다는 소리다. 영화관이 회사와 지척에 있어서 퇴근하자마자 영화를 보는 경우가 가끔 있기도 하고, 또 유동인구에 비해 영화관 유입인구가 적은 상영관이다보니 종종 이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나 혼자 덩그러니 상영관 한 가운데 앉아 편하게 웃으며 영화를 보는 빅재미를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혹시 모른다면 과감하게 도전해볼만한 영역이다. (나같은 사람이야 원래 혼자 영화보는걸 좋아하는 타입이니 어쩔수 없고.)






▲ 소년과 할배, 그리고 럭셔리한 할배.




아무튼,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 밖에서 어물쩡 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굉장히 보고싶어서 본 것이 맞다. 등장인물만 하더라도 모건 프리먼, 마이클 더글라스, 로버트 드 니로, 케빈 클라인이 주연을 맡았으니 그들의 연기내공은 말하지 않아도 이미 입증됐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건 베가스라는 곳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에서 그려지는 베가스는 도박과 유흥과 젊음과 쾌락의 도시로 많이 비춰지는데, 이 영화에서는 조금 다르게 나올 것 같았다. 4명의 꽃할배(?)들이 나와서 베가스를 휘젓고 다니는 그림이라니, 언뜻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그림은 아니었다.


영화는 내가 보고싶었고 듣고싶었던 방향으로 잘 전개되어나갔다. 주인공들에게 숨겨진 사연이 있었다는 것도 좋았고, 4명의 우정 속에도 말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던 것도 잘 표현되었던 것 같다. 나는 유난히 남자들의 우정 혹은 전우애 등을 그린 영화를 좋아하는데, 아마도 나에게는 없는 (내가 여자라서) 그 모습에 굉장한 동경을 품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론 레인저 리뷰에서도 언급했듯이 나는 여자들의 우정을 하찮게(?) 여기는 사람이다보니, 이런 류의 스토리를 만나면 막연한 동경같은게 생기는 것이다.


최근 극장가에 우리 영화 열풍이 부는 바람에 역린, 표적 등의 작품들이 꽤 선전중에 있다.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늙은 할아버지들이 나와서 우정 운운하는 이런 영화는 조금 홀대를 받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뭐랄까, 사람들은 점점 더 자극적인 스토리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금도 명작이라 불리는 몇몇 영화들의 스토리를 살펴보면 그렇게 극단적으로 자극적이거나 충격적인 스토리는 거의 없다. 오히려 우리의 삶과 밀접하고 가까운 스토리를 차용해 관람객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타입의 스토리가 더 많은 것 같다. (아니면 아예 재난류. 단테스피크나 볼케이노같은...?) 아무래도 관객들이 캐릭터의 카리스마나 강렬함을 원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씁쓸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이 영화에 핫(HOT)한 캐릭터가 없을쏘냐, 물론 있다. 잠깐이지만 그 존재감이 너무 웃겨서 배꼽을 잡게 했던 주인공이 있다. 바로 '50 Cent'다. 극중 '50Cent' 역으로 잠깐 출연하는데, 그 캐릭터가 너무 귀여웠다. ("나도 껴주면 안돼?????") 무엇보다 재미있었던건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로니(로마니 말코)'였다. 여러 상황에 대해 재치있게 대응하고 할배들을 진심으로 모시는 모습에서 영화의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 같다. 이번 영화에서는 비록 조연에 그쳤지만 다음에 다른 작품으로 만난다면 더 좋은 연기를 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마저 들게 했으니, 그의 이번 작품 선택은 탁월했다고 생각해본다. (당사자야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별로 안보는 것 같다고 얘기했지만, 순위로만 따지자면 N포털 기준으로 현재 7위를 달리고 있다. 이게 어떤 느낌이냐면, 보통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의 숫자는 평균 5개 내외인데(메가박스 코엑스같은 대형 멀티플렉스 제외, 일반적인 지점 기준), 그 안에 끼기 어렵다는 것이다. 상영관을 확보한다고 해도 1개 내지 2개고, 그것도 교차상영인 경우가 많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관객들은 영화를 보고싶어도 보지 못하는 억울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데, 나는 다행히도 원하는 시간대에 최상의 조건(?)으로 보게되었다는 것에 굉장히 뿌듯했다. 자랑이다. 조금 있으면 트렌센던스, 고질라같은 대작들이 또 몰려올건데, 아마 라스트 베가스는 이번주가 지나면 상영관에서 찾아보기 힘들것 같기도 하다. 그런 아찔한 순간이 오기 전에 보고싶은 분들은 서둘러 보길 권장한다.


영화에 재밌는 요소가 얼마나 많이 숨어있는지는 꽃할배버전 코멘터리 영상을 통해서 확인하시길!




모건 프리먼이, 맨 마지막에 이런 말을 했다. 

"그래도 우리가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야." 라고.

그들의 베가스는 last가 아니라 lasting이다.




라스트베가스 (2014)

Last Vegas 
8.5
감독
존 터틀타웁
출연
마이클 더글러스, 로버트 드 니로, 모건 프리먼, 케빈 클라인, 메리 스틴버겐
정보
코미디 | 미국 | 104 분 | 201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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