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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스타로부터 스무발자국] 그렇다고 삶이 숨겨지지 않듯이

by 여히_ 2014. 5. 20.


20 Feet From Stardom

그렇다고 삶이 숨겨지지 않듯이





평점이 10점 만점이라면 100점을 주고 싶은 개봉작이 참 오랜만인것 같다. 일단 이 영화는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다. 음악의 한 시대를 주름잡았던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엘튼 존, 롤링 스톤즈, 스티비 원더, 스팅 등에 이르기까지 수 많은 빅 뮤지션의 몇 발자국 뒤에서 그들을 든든히 받쳐주었던 백업(코러스)가수의 인생에 관한 인터뷰 형식의 다큐멘터리다.


이름만 들어도 깜짝 놀랄만한 그 음악가들이 인정하고, 계속 함께 하고 싶은 뮤지션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했던 달린 러브, 리사 피셔, 메리 클레이튼, 타타 베가, 주디스 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그들은 자신들의 입을 통해 직접 진지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어떻게 음악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리즈시절이 있었는지, 그리고 그들에게 닥친 고난과 시련과 오늘에 이르기까지의 모습들이 주옥같은 노래와 함께 어우러져 나타난다.






영화 속 등장하는 음악만해도 굉장하다.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았던 주옥같은 명곡 속에는 언제나 그들의 목소리가 있었다. 7~80년대를 휘어잡았던 아티스트와의 짜릿했던 무대 이야기, 그리고 로큰롤과 영국의 대중음악에 이르기까지 폭 넓게 활동했던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대부분 '목사의 딸'이라는 흔하디 흔한 경로(?)로 음악의 세계에 빠져든 이후, 자신이 가진 재능을 세상에 널리 이롭게 쓰이게 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들의 모습에서 나는 새삼스레 열정을 느꼈다. 우리 사회는 스스로가 가진 재능에 대해 높게 평가하거나 자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서 인색한 반면, 그들은 그들 스스로가 가진 재능의 가치를 알았고, 어디서 어떻게 누구에게 쓰여져야 할 지를 알고 있었다. 물론 그 재능을 더욱 빛내가 위해 솔로 데뷔라는 힘든 과정을 거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영상 속 그들의 오늘에는 그 고통이 흐릿한 흔적으로만 남아 있을 뿐, 음악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사그라져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그런 모습이 좋았다. 음악을 이야기 하는 그들의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노래를 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소울'이라는것이 뿜어져 나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특히 리사 피셔가 노래를 하는 부분에서는 그 감흥이 더 크게 일었다. 지금은 비록 보석처럼 빛나는 스타로서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녀는 그녀의 지난 시간들을 소중히 생각했고, 그런 시절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만족했으며,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했던 자신을 잃거나 놓치지 않고 이어나가고자 하는 모습은 내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흔히 백업가수(코러스)라고 하면 무대의 가장자리,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자리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들의 전성시대는 달랐다. 다양한 뮤지션과 함께 무대에 올라 그들만의 열정을 불살랐던건 물론이거니와, 그들은 무대를 더욱 화려하게 빛내는 방법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뮤지션과 함께 무대를 빛내는데 기꺼이 자신을 던졌다. 그 모습을 보며 우리의 대중가요를 떠올려봤다. 수려한 외모, 화려한 몸짓, 괜찮은 목소리. 하지만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최근의 숱한 케이팝스타들에게서는 진정성이 잘 느껴지지 않았다. 가사를 듣다보면 '쟤는 지금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고 노래를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기 일쑤였고, 노래보다는 안무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아무리 저렇게 다양한 퍼포먼스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는게 요즘의 가요라고 하지만,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써의 그 중심은 어디에 있는건지 의아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요즘의 아이돌들이 꼭 한번쯤은 봤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컴퓨터만 있으면 누구의 목소리든 얼마든지 자유롭게 조절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보니, 분명 우리 귀에 직접 들리는 소리임에도 불구하고 그 음악이 진짜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는다. 기술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지만, 그 속에 담겨야할 감성이나 경험의 기회는 오히려 앗아갔다. 이 영화에서는 이런 모습을 '장작쌓기'라고 표현했다. 인생에 있어서 어느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요소들을 장작 쌓듯이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튼튼하게 쌓아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경험이 없이 그저 기술이나 기교에만 의지하다보니 헐거운 장작더미는 쉽게 무너져 내린다는 말이었다. 이 영화가 개봉하고 나서 영화관을 찾아 관람하는 아이돌들이 더러 있었다. 그들은 이 영화를 보며 뭘 느낄까 궁금해진다. 열정? 인생? 재능? 쇼 비즈니스의 필요성? 굳이 아이돌이 아니더라도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라면 최소한 '진심'은 느낄 수 있길 바라고, 또 반드시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느닷없이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가 생각난건 기분 탓이겠지?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 (2014)

Twenty Feet from Stardom 
9.8
감독
모건 네빌
출연
달린 러브, 메리 클레이턴, 리사 피셔, 주디스 힐, 타타 베가
정보
다큐멘터리 | 미국 | 91 분 | 2014-05-15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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