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was your dream.
아주 먼, 혹은 아주 가까운, 미래 - 트랜센던스
인공지능이라는 말은 꽤나 예전부터 영화에서 자주 언급되던 단어다. 당장 내일이라도 짜잔 하면서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나올 것 처럼 관객을 홀리던(?) 시절이 있었다. 약간은 먼 미래처럼 느껴지는 한다. 이번 영화도 사실 그렇다. 배경이 아무리 현실적이라고 한 들, 아직 보편화되지 않은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을 피부로 와닿을만큼 느끼기에는 아직 우리는 조금 뒤늦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 대해 나름대로 좋은 평점을 매길 수 있었던 것 지극히도 주관적인 '팬심'때문이랄까? 조니 뎁은 그런 배우다. '믿고 보는 배우'. 스토리가 망했어도 배우의 연기 하나는 괜찮을 수 있는, 뭐 그런 영화였다. 그렇닫고 스토리가 영 아니올시다라는건 또 아니다. 내가 아직 스토리의 퀄리티에 대해 이렇다고 할만한 지식은 적지만 보는 내내 흥미롭고 재미있었다면 다른 사람들도 비슷하게 느끼지 않을까 한다. 플랫이니, 복선이니, 그런 복잡한게 없이도 좋다.
개인적으로 조니 뎁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심한 듯한 표정 연기를 굉장히 잘해서다. 자고로 배우라 함은 사람이 가진 다양한 감정과 그 변화들을 표정과 몸짓으로 세밀하게 잘 표현하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다양한 표정과 감정을 자유롭게 연기할 줄 아는 능력도 필요하다. 그런데 그 동안 조니뎁이 출연했던 영화 속에서의 그의 표정을 보면, 인간이 가진 '다양한 감정'까지는 잘 느껴지지 않는다. '가위손'때도 그랬고, 그 유명한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도 그랬다. 틈틈이 표정의 변화를 보여주긴 했으나, 그의 표정은 대부분 감정을 알 수 없는 베일에 쌓인 신비하고도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어쩜 그렇게 캐릭터를 잘 구축했는지..흠흠. 무튼 그건 그렇고, 본인의 연기 스타일이나 표정이나 얼굴의 특색 등을 고려했을 때 조니뎁은 자신에게 굉장히 잘 어울리는 영화를 잘 선택하는 것 같다. 딱 그 표정이 필요한 순간에, 그 표정을 제대로 짓는다. 심지어 감정이 없을 것 같은 인공지능 컴퓨터의 연기도 훌륭히 해내는 모습을 보며 '영화배우라면 저정돈 해야되는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조니 뎁의 연기에서 가장 큰 감탄사를 내뱉은 장면이 있는데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때문에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고, 조니 뎁(극중 윌)이 "왜 날 믿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부분이 있었다. 그 대사를 읊고 있던 분위기, 조니 뎁의 표정, 목소리... 그 모든 것들이 정녕 그 순간에는 단지 그 말만이 어울리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벽했다. 연기의 완벽함 뿐만 아니라, 그걸 보는 내 마음도 같이 무너져 내리기까지 했다. 여기에 더 괜찮았던건 레베카 홀의 연기였다.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한 외모에 영화를 보는 내내 의구심을 품고 있다가 검색해보니 아이언맨3에 여성 과학자로 출연했던 필모그래피를 발견했다. 그런데 또 곰곰히 생각해보니 거기서 봤다고 익숙함이 느껴졌던 건 아니었고 왜일까 곰곰히 뜯어보다보니 스칼렛 요한슨을 닮았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 외모는 그렇다쳐도, 이 배우 역시 연기가 참 맘에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거라면 그 어떤 맹목적인거든지 할 수 있다는 그 믿음이 감동적이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은 윌(조니 뎁)에게도 있었다. 윌은 에블린(레베카 홀)에게 "It was your dream."이라는 말을 하는걸 보면 말이다.
사람들은 영화를 보며 '궁극적으로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싶었던 이야기는 무엇인가'에 대해 많이들 궁금해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그러한 메시지에는 별 관심이 없다. 뭘 뜻하는지, 그 장면의 의미가 무엇인지 일부러 느끼려고 하지 않는다. 그냥 영화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할 순 없지만 아무튼 머릿속에 남는 그 생각, 감독의 의도는 거기에 있다고 본다. 그리고 영화가 끝나고 내가 했던 생각은 '사랑은 위대하다'였다. 궁극적으로 이 모든 일련의 과정에는 사랑이 있었음을, 그게 진짜 사람이든 인공지능이든 사랑을 전제로 시작되었음을 느꼈다.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그런게 사랑이 아닐까 뭐 그런생각이 들었다. 참 가슴아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불의의 사고로 죽는다고 한다면,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비록 그의 육신은 세상을 떠났어도, 어딘가에라도 남겨져 있는 기억의 파편이라도 좋으니 평생을 그 사람을 잊지 않으며 살 수 있다면 나도 그런 길을 택할 것 같다. 그정도로 내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굉장히 굉장하고 대단히 대단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을 영화에서 너무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흔해빠진 인공지능이라는 소재를 그저 화려하게 포장한 영화라는 평을 들을 수도 있고, 사람과 기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공상과학영화라는 평을 들을수도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아직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이 영화의 핵심포인트를 굳이 알려주자면 '사랑'이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사랑이다. 그 점을 잊지 않고 본다면 다른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도 있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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