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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가위손] 아직 기억하고 있나요?

by 여히_ 2014. 5. 26.

Edward Scissorhands

아직... 기억하고 있나요?







나는 이렇게 흘러간 영화를 다시 개봉해 주는것에 대해서 굉장히 고맙게 생각한다. 나이가 어렸고,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문화를 몰랐던 어린 시절 접했던 좋은 영화들을 제대로 된 시스템에서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기 때문이다. 예전에 '레옹'이 그랬고, '타이타닉'이 그랬다. 두 편의 영화 모두 TV나 DVD를 통해서 숱하게 봤지만 영화관에서 볼 때의 감동은 몰랐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를 통해 영화관에서 관람했었다. 그리고 이번엔 '가위손'을 만났다.


그런데 사실 가위손은 약간 다른 타입이었다. 앞서 언급한 두 개의 영화는 내가 몇 차례나 봤었기 때문에 내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던 반면에, 가위손은 그렇지 않았다. 단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조니 뎁이며, 영화의 메인 OST가 굉장히 유명하다는 것,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 이외에는 영화에 대한 직접적인 스토리를 알고 있지는 않았다. 원래 1990년에 개봉했던 영화인데, 당시 내 나이는 고작 5살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유를 막론하고 가위손의 재개봉 소식을 듣자마자 스마트폰에 깔아둔 영화관 어플을 풀가동해가며 상영관을 찾았다. 다행히도 그리 멀지 않은 곳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상영중이라기에 잽싸게 예매를 하고 달려갔다.


재개봉작이라 그런지 다른 영화에 비해 관람객의 수는 많지 않았다. 역린이나 엑스맨같은 굵직한 대작이들이 이미 영화관을 꿰차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사실 지난간 옛 영화를 굳이 돈을 줘가며 다시 봐야 할 필요성에 대해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도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나는 그 유명한 OST를 좀 더 나은 사운드로 듣고 싶었고 제대로된 가위손의 이야기가 너무나도 궁금했다. 실망하지 않을까 같은 걱정은 애초에 하지 않았고 오히려 '얼마나 감동받을것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슬프진 않지만 감동적인 러브스토리'였다. 팀 버튼 감독의 독특한 연출과 스토리도 꽤나 신기했다. 예전에 팀 버튼 감독의 '유령 신부'라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이 있는데, 전반적인 분위기나 컨셉같은게 가위손과 굉장히 흡사했다. 유령 신부는 마치 가위손의 꿈이 실현된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아마 분위기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사실 기술적인 부분으로만 놓고 따지자면 요즘 개봉하는 영화들에 비해 당연히 부족하다. 무려 24년 전의 영화이니 말이다. 깔끔하고 동

화같은 동네 가장 안쪽에 자리잡은 에드워드의 자택 합성의 경우에는, 오히려 합성티가 나는게 재밌기까지 했다. (하지만 개봉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을걸?) 에드워드라는 존재를 에워싸고있는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리 밝지 않지만, 그 순수함 만큼은 누구도 따라올 사람이 없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에드워드를 보면 가슴이 시릴 정도로 그 순수함에 마음이 아팠다. 모든 잘못은 '상식적이고 평범한 사람들'이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수한 영혼 그 자체인 에드워드가 그 모든 비난을 안고 가야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속상했다. 외형적인 모습으로만 판단하고, 기준을 세우고, 잣대질하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미웠다. 그를 감싸준 단 한 가족을 제외하곤 말이다. 외적인 모습보다 내면을 들여다 볼 줄 아는 사람들의 가장 바람직한 가족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화장품을 판매하러 갔다가 에드워드의 겉모습에 놀라지만, 그를 보듬어 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 팩, 그의 가위손이 무엇을 하던지 놀라거나 신기해 하지 않고 당연한 듯 자연스럽게 대했던 빌과 그의 아들, 누구보다 그의 순수한 마음을 사랑하게 되었던 킴까지. 우리가 바라는 가장 평화롭고 이상적이고 행복한 가족에게 에드워드는 결코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다는 점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요즘처럼 서로가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이웃간의 흉악한 범죄가 늘고, 진정한 사랑의 가치가 추락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꼭 다시 한 번 돌아봐야 할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흉악한 외형(?)을 지녔지만 에드워드가 참 순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부분은 바로 그의 표정에 있었다. 위협적이라기보다는 늘 겁에 질린 듯한 표정을 자주 지었는데, 킴의 가족을 만나고부터 그 표정에 점차 변화가 생기고 웃는 표정도 자연스럽게 짓는 에드워드의 모습을 보며, 우리 내면의 순수함도 저렇게 곱게 이어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현실이 참 안타깝기도 했다. 안아달라는 킴에게 그럴 수 없다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야만 했던 것도, 그의 순수함을 표현하기에 충분했다.






사랑을 마주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이토록 순수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가지 바라건데, 

그 어떤 사랑도 시작은 마치 에드워드처럼 순수한 마음이었다는걸 더 이상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위손 (2014)

Edward Scissorhands 
9.4
감독
팀 버튼
출연
조니 뎁, 위노나 라이더, 다이앤 위스트, 안소니 마이클 홀, 캐시 베이커
정보
로맨스/멜로, 판타지 | 미국 | 100 분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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