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less classic, X-Men
나는 누구? 여긴 어디?
나에게 유명한 영화는 천천히 보고싶기도 하고, 개봉하는 첫 날 보고싶기도 한 그런 존재다. 무슨 말이냐면, 수 많은 사람들이 너도 나도 보기 전에 먼저 봐서 영화에 대한 감상이나 추천여부를 전해주고 싶기도 하다가, 어차피 유명한 영화라면 상영 기간도 길거고 그만큼 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니 상대적으로 상영기간이 짧은 영화를 위주로 보고 유명한 영화는 나중에 천천히 봐도 된다는 그런 느낌이 공존한다는 것이다. 엑스맨도 그랬다. 여기서 한가지 고백하자면, 사실 난 엑스맨의 X자도 모르던 여자였고 이런쪽 영화는 관심도 없었을 뿐 아니라 봐야 할 필요성도 모르고 있었다. 24살때까지는 말이다. 그러다 내가 엑스맨이라는 존재들(?)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 건 2009년 개봉한 '엑스맨 탄생 : 울버린'을 보고나서부터다. 물론 이것도 타의에 의해 거의 반 강제적으로 관람하게 된거긴 하다. 그 때의 기억을 살짝 돌이켜 보자면, '내가 여지껏 왜 엑스맨의 존재를 모르고 살아왔는가!' 였다.
한창 청소년이던 시절 유재석이 진행하는 '엑스맨'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이 있었다. 나는 당시 프로그램 제목이 X맨이라는게, 그냥 사람들 속에 자연스럽게 섞여서 어떠한 특별한 임무를 하는 그런 존재라고만 생각했지, 이게 영화 엑스맨과 별반 상관이 없을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흔히들 이야기하는 '너는 소머즈냐'라는 농담을 들어도 '소머즈가 뭐지?'라며 궁금해 하던 그런 사람이었던 것이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울버린의 탄생편에서 나는 제대로 된 엑스맨들의 존재에 대해서 알게되었고, 그 후로 엑스맨들이 어디서 무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었다. 이 관심이 약간 식었던 적이 있는데, 일본을 배경으로 제작된 '더 울버린'이 개봉했을 당시였다. 울버린이 나온다기에 무조건 보겠다고 다짐했지만, 왠지 모르게 영화를 볼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 결국 영화관을 포기하고 나중에 DVD로 보게 되었는데, 전반적인 스토리나 등장인물 등이 내가 원하는 타입(?)이 아니어서 실망했던 것 같다. 난 좀더 으리으리한 캐릭터들이 떼거지로 나와서 각자의 능력을 펼쳐주길 기대했지만 더 울버린은 달랐다. 뭐랄까, 너무 인간적인 냄새가 많이 나는 느낌이었달까?
하지만 해당 시리즈를 제외하고 나머지 시리즈는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다. 물론 개봉하는 순서대로 말이다.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특히 시리즈 영화에 있어서 사람들은 가끔 이러너 질문을 한다. '몇 편 부터 봐야 시간 순서에 맞게 이해하기 쉽게 볼 수 있나요?' 라고 말이다. 사실 그걸 일일히 계산하기는 조금 복잡할 뿐 아니라, 한 편의 영화를 쪼개서 봐야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이런 비슷한 질문을 들을 때 나는 항상 '그냥 개봉한 순서대로 보세요.'라고 한다. 그리고 그게 맞는것 같다. 시리즈가 하나 둘씩 만들어지면서 '오.. 이래서 저번 편에서 그랬던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그래야 보는 사람도 뭔가 기대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번 개봉한 시리즈는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을 오가며 전쟁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캐릭터들의 잇단 부활(?)과 오랜만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등장은 괜찮았다. 다시 예전 편을 보고싶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그런면에서 엑스맨은 시리즈 단편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연속성을 두고 봤을 때 기존에 개봉한 작품을 다시 한번 더 보게끔 하는 데에 있어서는 단연 으뜸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를 다시 보게 하는 힘도 있지만 무엇보다 마블사가 국내 영화 관람객들에게 영향을 끼친 게 있다면, 바로 '엔드 크레딧을 보는 문화 형성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긴 한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보통 영화가 끝난 후 엔드크레딧을 끝까지 보질 않는다. 상영관 내의 불빛이 켜지기도 전에 영화가 끝났다는 이유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이 보편적인 문화이다. 끝까지 자리에 앉아 크레딧을 보는 사람은 나를 제외하고 한명, 두명도 있을까 말까 한다.
사실 문제는 여기서 비롯됐다. 짧게는 2~3분에서 길게는 8~10분까지 이어지는 엔드크레딧을 사람들이 안보면 영화관 입장에서는 해당 시간동안 상영관을 청소하고 정리할 수 있는 여윳시간이 생기는 것이다. 그러나 누구 하나라도 앉아있으면 방해할 수 없기 때문에 시끄럽게 청소를 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다음 타임에 상영되는 영화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보통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편성할 때 생각보다 상영 회차별 텀을 굉장히 짧게 두는 경우가 있다. (많다.) 나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엔드 크레딧도 분명 영화이고, 나는 그 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일정 금액을 지불한 고객인데, 그들이 하는 행태는 내가 영화를 관람할 권리를 앗아가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은 일부러라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 오기를 부리기도 한다.
아무튼 국내에서 이렇게 엔드 크레딧을 보는 문화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끝까지 앉게 된 건, 마블사에서 제작하는 영화들은 엔드 크레딧 이후에 쿠키영상을 넣어놓기 때문이다. 흔히 보너스 영상 등으로 알고 있는 이 영상은 영화에서 다 보여주지 못한 장면을 부가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도 있고, 다음에 이어질 시리즈에 대한 예고편과 유사한 느낌으로 나오기도 한다. 특히 마블사의 영화들은 각각의 주인공들이 어느 정도 연관되어 있는 부분들이 있다보니 쿠키영상을 통해서 다음 이야기는 무엇일까에 대한 추론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쿠키 영상 안나오면 환불해달라고 소리칠 기세)
방법이 어찌되었든 아무튼 엔드 크레딧까지 보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그것이야말로 영화를 제작한 수 많은 사람들의 노력을 알아봐주는 좋은 애티튜드인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 이제는 마블사에서 개봉하는 영화 뿐 아니라 다른 영화들의 엔드 크레딧도 감상할 수 있는 여유로움이 생겼으면 좋겠다. (사실 엔드 크레딧에 나오는 OST중에 주옥같은 명곡이 진짜 많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 원작에서 퀵 실버는 매그니토의 아들이란걸 알고 보면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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