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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그녀] 사랑의 의미를 배우다

by 여히_ 2014. 5. 26.

Learned the meaning of love

사랑의 의미를 배우다



사랑에 대한 사람의 감정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그리고 이렇게 디테일하게 풀어서 설명하는 영화는 난생 처음이다. 그렇기에 내가 받는 충격(?)도 적지 않다. 처음엔 메인 포스터의 컬러가 독특해서 보고싶었고, 두번째로는 예고편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왜 저러고 있는걸까'라는 의문의 들어서 보고싶었다. 사실 영화 속 등장하는 주인공이 사랑에 빠진 대상이 고도화된 기술이 집약된 컴퓨터 OS라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사전 줄거리를 꼼꼼히 읽어보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그 부분에 대한 후회는 없다. 오히려 영화가 더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었던 요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화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어쨌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그러다보니 소통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가끔 일신상의 문제(?)가 나타나기도 한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사랑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으며, 주인공들에게 닥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데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아마 그 동안의 사랑 영화에서 가장 흔해가 접했던 스토리였다. 그 결말이 해피엔딩이든, 해피엔딩이 아니든 말이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는 달랐다. 일단 서로 사랑에 빠진 상대가 사람과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사람이 시스템을 일방적으로 사랑하지는 않는다. 프로그래밍 되어 출시되긴 했지만 그 OS는 자의식을 가지고 있었고, 마치 사람처럼 생각하고 성장했다. 이혼의 고통에서 채 벗어나지도 못한 채로 또 다른 외로움을 극복해야 했던 주인공에게는, 육체적인 위로보다는 진심어린 마음의 위로와 함께 '언제 어디서 나와 있어줄' 상대가 되어주었다.










그들이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서툼이 없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웠다.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법한 '사랑에 빠진 순간들'부터 사랑하는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에피소드들, 그리고 그걸 헤쳐나가는 모습까지도 사람대 사람의 사랑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가끔은 토라지거나 화를 내기도 하고, 함께 안타까워 하거나 행복해 하기도 하고, 여행을 하고 사랑을 나누는 그런 평범한 연인으로서의 모든 것들을 그들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나타나는 그들의 한 마디 한 마디는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공감할 만큼 아름다운 말들도 많았다. 우리가 했던 말, 혹은 우리의 머릿 속에서 맴돌던 그 수 많은 단어들이 하나의 스토리로 이어져 눈 앞에서 보여지고 있다는게 너무나도 신기했다. 그들이 하는 모든 말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었고, 그리고 그 상황을 나에게 (좀 더 명확하게는 과거의 나에게) 대입해보며 상처로 남아있는 기억들을 어루고 달랠 수도 있었다.


주인공(테오도르)의 친구 에이미는 그가 OS와 사랑에 빠졌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이런 말을 했다. "Falling in love is a crazy thing to do, It's like a socially acceptable form of insanity."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사회가 인정하는 광기어린 짓이라는 말이다. 사랑만큼 달콤한 감정은 세상에 없으며, 반대로 그만큼 위험한 감정도 세상에 없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의 폭이 무한히 넓고 크기에, 그리고 그것이 가진 장점이 단점을 덮고도 남기에 사회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인정하고, 사랑의 아름다움을 인정하고 있다. 그만큼 사랑의 가치는 쉬이 넘길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그리고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나는 전적으로 이 이야기에 동감했다. 사랑은 꽤나 위험하거나 혹은 미쳤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그것을 잊는다. 행복을 꿈꾼다. 그리고 모든 결말은 스스로에게 달려있다. 라는 부분을 말이다.






테오도르가 사만다(OS)와 사랑에 빠져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장면들이 떠오른다. 마치 사랑하는 이의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고 있는 듯한 그의 표정에 묻어났던 행복한 모습, 함께 여행을 떠나 한 명은 기타를 연주하고 다른 한 명은 노래를 부르던 모습, 마치 함께 해변에 누워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듯한 모습... 이 모든 모습을 보며 조금 슬프기도 했다. 사랑은 과연 감정만으로 존재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싶고, 만지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건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이고 어떻게 보면 사랑에 대한 욕망을 채우기 위해 사랑을 하고, 사람을 만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 속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떠한 대상을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마음 아픈 일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기에 더 속상했던 것도 맞다. 손 끝 하나 스칠수도 없는 아픈 사랑이었다. 해피엔딩을 꿈꿀 수는 없다는 걸, 영화를 보는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이 해피하든 해피하지 않든, 분명한 건 사랑에 대해 다시한 번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 현재 사랑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고 있는지를 되돌아 볼 수 있을 것이고,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앞으로 하게 될 사랑에 대해 먼저 생각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며 느끼는 다양한 감정, 그리고 생각들이 차분하고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있었다. 비단 사랑 뿐 아니라 우리의 삶 그 자체라고 표현해도 과언은 아니라고 본다. 그만큼 모든 상황에서의 감정을 치밀하게 표현했다는 점은 정말 훌륭했다. 고로 사랑이란, 최소한 그 진심에 있어서는 이들만큼은 되어야 할 것 같다.


사만다 역할을 너무나도 완벽하게 소화해 준 '스칼렛 요한슨'과, 

상대 배우가 없음에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 '호아킨 피닉스'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녀 (2014)

Her 
8.7
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호아킨 피닉스, 스칼렛 요한슨, 루니 마라, 에이미 아담스, 올리비아 와일드
정보
드라마, 로맨스/멜로 | 미국 | 126 분 | 2014-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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