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 / SAD / BAD
미쳤거나, 슬프거나, 나쁘거나
신촌좀비만화는 3명의 감독이 각각의 다른 시선으로 풀어낸 3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는 옴니버스구성의 영화이다.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각각의 스토리에 중심에 되는 키워드인 '신촌'과 '좀비'와 '만화'를 붙여놓은 것이고, 실제로 각각의 스토리마다 타이틀은 또 다르다. '신촌'은 '유령'이라는 타이틀, '좀비'는 '너를 봤어'라는 타이틀, '만화'는 '피크닉'이라는 타이틀로 각각의 스토리를 풀어내고 있는 구조이다.
보통은 한 영화에 대해 한 가지 감상만이 남기 마련인데 아무래도 옴니버스 구성이다보니 3가지의 감상이 함께 존재하는 독특한 경험을 꽤나 오랜만에 했다. 무엇보다 영화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이기에 그 속에 담긴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었는지 어느 정도 고민하며 영화를 보다보니 영화를 감상했다기보다는 영화를 분석하려 들었던 것 같다, 바보같게도. (영화를 분석하며 보는건 절대 내 타입이 아니다. 나는 그냥 스토리가 이끄는대로 철저하게 끌려다니는 타입.)
먼저 실화인 '신촌 사령카페 살인사건'을 모티프로 풀어낸 이 스토리인 '유령'의 감독은 류승완이 맡았다. 실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구성한 것은 맞지만, 정작 류승완 감독은 해당 사건에 대해 명확한 의견이나 결과를 내지 않았고, 해석은 관객의 입장에 맡기는 형태로 스토리를 마무리 지었다. 영화를 관람한 후 실제 사건에 대해 검색해보니 영화에서 보여줬던 것들과 유사한 내용이 굉장히 많았다. 살인의 동기, 수법, 목적 등에 있어서는 굉장히 비슷했다. 영화를 보기 전 해당 사건사고에 대해 미리 알고간다면 조금 흥이 떨어질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그건 관객이 해석하기 나름인 것 같다. 현실에서는 외면받거나 혹은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다보니 온라인상의 대인관계에 치중하는 요즘 아이들에 대한 단상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그러다보니 한편으로는 안쓰럽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이 뭉친 목적보다는 '왜 그럴수밖에 없었을까'하는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 사회가 다시 돌아봐야 할 필요성이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판타지 호러 멜로물에 가까운 '너를 봤어'는, 개인적으로 조금 슬프기도 했다. 나름대로의 귀여운 반전이 숨어있어서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박기웅이라는 연기자가, 내 머릿속에는 아직도 광고에서 목을 돌리는 춤을 추던 그 사람으로 기억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연기를 한다는 모습을 상상하는것만으로도 굉장히 어색했다. 하지만 나름대로 귀여운 매력포인트를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새롭게 보게 된 배우라고나 할까?사실 이전에 '은밀하게 위대하게'라는 영화에서도 머리에 염색을 하고 음악을 사랑하는 간첩 캐릭터로도 나오긴 했었다. 그런데 이수현의 비중이 컸던 것도 있고, 뭐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보니 그 영화에 나왔었다는걸 잊고 있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 충무로에 자신의 존재감을 조금 더 단단하게 굳힐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뭐랄까, 잘만 하면 원빈같은 캐릭터가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그것보다는 조금 더 개구진 부분이 있어서 그런것들을 잘 살리면 꽤나 신선한 캐릭터가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동심을 넘나드는 판타지인 '피크닉'은 제목과 스토리의 매치가 참으로 독특하게 느껴졌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김수안(수민) 어린이의 연기가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어쩜 저렇게 어린 나이인데도 연기를 자연스럽게 잘할 수 있을까 놀라웠다. 근래에 봤던 아역배우들중에 가히 TOP3안에 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생활같이 자연스러운'연기를 보여줬다. 특히 감정선의 변화를 너무 잘 표현해줘서 더욱 놀랐다. 평범한 한 어린이의 심경의 변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섬세한 연기에 나는 마음 속으로 박수를 얼마나 쳤는지 모를 정도니 말이다. 결말은 요즘 유행한다는 '열린결말'(?) 형태로, WHY와 HOW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생략되어 있긴 하지만 그게 중요한 스토리는 아니었다. 관객이 상상하기 나름의 결말을 만들 수 있었다는 점이 독특했던 것 같다.
참으로 다양한 배우들을 만나볼 수 있었던 영화인 것 같다. 괜찮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예매하기가 너무 까탈스러웠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아직까지 사회 전반적으로 이런 영화가 대중들의 관심을 받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크진 않아도 꾸준히 관심을 갖고 지켜봐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순수 국내 3D기술만으로 제작된 영화라는 점도 주목할 만 하지만 보다 다양한 장르에 능동적인 자세로 접근할 수 있는 관람객 마인드(?)를 이 영화를 통해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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