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and She_
일부러 그런건 아니겠지만, 최근 TV에서 하고 있는 차승원의 캐릭터와 중복된다는 느낌은 나만 받는 것은 아닐테다. 이승기와 함께 주연으로 등장하고 있는 드라마 '너는 포위됐다'에서도 차승원은 카리스마 넘치는 거친 형사 역을 하고 있다. 짧게 깎은 머리, 하얀 셔츠에 까만 멜빵, 검은 정장, 흉터로 가득한 몸... 감독의 입장에서 드라마와 유사한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의 개봉을 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이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걱정이 되기도 했을테고, 시너지 효과를 노릴 수도 있었겠다. 각설하고, 비록 캐릭터는 중복되었을 지언정 표현하고자 하는 주제가 굉장히 달랐기 때문에 그래도 괜찮게 봤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이렇게 긴 썰을 풀어제꼈다.
정말 남자중에 상남자같은 연기자인 차승원을 데려다가, 여성의 극단적 아름다움인 하이힐을 신기겠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꽤나 독특했다. 정 반대되는 이미지와 개념을 하나의 존재에 묶는 다는 것이 그리 쉬운 작업은 아니었겠지만, 장면의 곳곳에서 차승원에게 묻어있는 여성스러운 모습을 볼 때마다 감탄사가 절로 흘러나왔다. 가볍게 지나갈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장면을 구석구석에 여성성을 묻혀 놓음으로써, 자연스럽게 관람객이 캐릭터의 생각과 행동에 동화될 수 있었던 일종의 장치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차승원이라는 배우를 보면, 조니뎁이 떠오른다. 차승원은 마치 한국의 조니뎁같은 존재다. 뭐랄까, 믿고 보는 구석이 있다고 해야 할까? 그가 등장하는 드라마나 영화들이 모두 흥행을 거머쥔 것은 아니지만 (조니뎁의 모든 영화가 국내에서 흥행하지 않았던 것과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했다.) 그만의 연기는 보는 이들을 사로잡게 하는 무언의 매력임을 우리는 알고있고, 또 그것을 즐기기 위해 TV와 영화관 앞에 삼삼오오 모여드는 것 같다. 그리고 나도 그 중심(?)에서 나름대로 동참을 하고 있었고 말이다.
진지하거나, 코믹하거나, 사랑스럽거나, 독단적이거나, 표독스럽거나, 자상하거나... 사람이 살면서 겪을 수 있는 다채로운 감정들을 그간 시청자와 관람객들에게 선사한 그였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의 '여장'도 그렇게 충격적이었다고 하기엔 좀 애매한 것 같았다. 뭐랄까, '그래, 차승원이 언젠가는 여장할 줄 알았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최근들어 굉장히 남성적이고 강한 캐릭터를 자주 하다 보니 은근히 마음 한켠에서 '여성스러운 모습도 보여줘!'라는 욕구가 꿈틀대고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마침 이 영화는 나의 그런 욕구를 해소하고 잠재워주는데에 지대한 공헌을 끼친 것이다.
배우에 대한 이야기를 생각보다 길게 써내려가고 있긴 한데, 이 영화는 스토리도 중요하긴 하겠지만 캐릭터 자체가 이야기 전체를 끌고가는 특성이 강하기 때문에 캐릭터 이야기를 안할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길게 적게 되었다. 캐릭터가 그 존재만으로도 하나의 이야기가 되어버리는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더더욱 캐릭터 얘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이 영화를 보려는 사람들도 너무 스토리 자체에 집착하기보다는 캐릭터 하나만 놓고, 그 캐릭터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를 상상하며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특히 하이힐이라는 영화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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