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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코리안 뷰티 : 두 개의 자연

by 여히_ 2014. 7. 29.




그간 공연만 쫒아다니느라 전시를 안본지 시일이 좀 지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 다녀온 이창수 히말라야 사진전을 제외하곤 꽤 오랫동안 전시를 관람하지 못했다. 그러다 국립현대미술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목적을 갖고 방문한 국현에서 현재 전시중인 <<코리안 뷰티:두 개의 자연>>을 만나게 된 것이다.


처음 전시의 타이틀만 봐서는 어떤 전시회인지 잘 알지는 못했다. 하나의 사물을 두 가지로 해석한다는 건지, 아니면 자연에 대한 또 다른 시각을 이야기 하고 싶은것인지 말이다. 사실 전시회를 보면서 '왜 이렇게 구성되었는가'에 대한 의도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쓰지 않았고, 그 타이틀에 대해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전시회들이 작가나 소장 박물관의 이름을 따서 지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루브루박물관전 이런류) 그러다가 뭔가 의미가 담겨있는 듯한 전시 제목을 보니, 이 전시의 컨셉이나 큐레이터의 의도가 너무나도 궁금해진 것이다.


매표소 근처에 오디오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었는데 (유료, \3,000) 이 장치를 대여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 심심찮게 후회했다. 일반적인 전시에서 작품의 이름이나 작가의 이름을 작품 옆에 걸어놓는 것과 달리, 이 전시회에서는 작품이나 작가, 연도에 대한 별도의 설명이나 언급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작품이 무엇을 그리고자 했는지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한 작품들도 더러 있었다. 하지만 이 곳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이 결코 쉽게 넘어갈만한 것들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실의 구조 또한 독특하기 이를 데 없었다. 1층과 지하1층으로 구성된 본 전시는, 1층의 입구에서 시작해서 계단을 통해 지하로 내려가 나머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1층에는 현대작가들의 작품들이 주로 전시되어 있었고, 두 개의 층이 연결되는 열린 공간에는 큰 작품들이 벽면 한 켠에 큼지막하게 자리잡고 있어 그 독특함을 더했다. 작품들은 평범한 벽에만 걸려있을거라고 생각한다면,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을 것 같은 위치이긴 했지만 그래도 전시형태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 부분에 대해서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7,100여 점의 한국현대미술 소장품 중 세상 모든 존재로서의 ‘자연’과 교감하며 독창적인 감성과 미감을 보여주는 회화, 한국화, 조각 등 현대미술 전 장르의 대표작 140여점이 소개된다.

 

《코리안 뷰티: 두 개의 자연》전은 한국현대미술작가들의 고유한 시각과 미감을 보여주는 전시다. 관객들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현대미술의 독자적인 특수성과 국제적인 보편성, 그리고 창조적 미의식의 단면을 조망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현대미술의 다양성과 표현 영역이 폭넓게 확장된 현재에도 대중들에게 한국 미()’의 개념은 여전히 수 백 년 전의 각종 불상과 탑파, 도자 공예, 한옥 등 전통예술의 개념에 머물러있다. 이번 전시는 국제적인 보편성이 강조되는 현 시대의 경향에 휩쓸려 한국미술의 독자적인 특수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우()를 경계하며, 한국현대미술의 예술적 창조성과 고유한 미적 감수성의 단편을 살펴보는 시작점에 위치해 있다.

 

부제인 두 개의 자연은 세상 모든 존재의 근원으로서의 자연(自然)’에 대한 한국 작가들의 깊은 사유와 철학이 그들의 작품 속에 어떤 방식으로 구현되며, 이들 사이의 공통된 시각은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서 나온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자연을 향한 작가들의 따뜻한 시선과 공감을 그리고 자연의 본성과 본질에 대한 깊은 사유와 깨달음을 통해 창조된 또 다른 자연의 세계가 펼쳐진다.

생성과 소멸의 과정을 거듭하며 스스로 온전히 존재해온 자연은 세상의 모든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창조적 영감을 제공해왔다. 자연의 본질 대한 깊은 사유와 깨달음이 투영된 간결한 형태의 ‘추상 작품’과 자연과의 교감과 관찰을 통해 포착한 ‘자연의 미세한 표정’ 속에서 관객들은 한국현대미술이 보여주는 고유한 미감과 안목의 단편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코리안 뷰티: 두 개의 자연》전 1, 2전시실에서 개최되며, 두 개의 전시장은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결국은 하나인 자연의 속성을 보여주는 현대미술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1전시실: 「자연 하나: 울림」

 1전시실에 펼쳐진 자연은 본질이자 근원적 형태로서 자연의 특성을 형상화한 것이다. 함축과 은유, 비움의 여백, 여운과 울림을 보여주는 작품들은 한국현대미술에 있어서 정신적인 고유한 미적 감각을 보여준다.

극도로 단순화된 형태 속에는 의도적인 것, 군더더기와 장식을 자제하고, 근원적이며 핵심적인 어떤 순간에 도달하기 위해 끊임없이 비우고, 덜어내는 과정을 수행했던 작가들의 농축된 기의 흐름이 담겨있다.

전시장 한쪽 벽면은 한국의 예술가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한국의 도자 예술 ‘백자’, 그 중에서도 달 항아리의 미감에 영향을 받은 작품들을 보여준다. 현대의 작가들은 달 항아리의 담백한 우윳빛 순백이 품고 있는 신비로움과, 단순한 원형의 넉넉한 형태 속에서 현대적인 조형미의 극치를 발견하였다.

 

 

 

 2전시실: 「자연 둘: 어울림」

 1,2전시실을 연결하는 거대한 벽면의 위쪽 높은 하늘엔 풍성하고, 아름다운 구름이 둥실 떠있고, 수평선 위로 올망졸망 솟아오른 낙도(落島)의 아스라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들꽃과 잡풀들이 땅으로부터 솟아올라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며, 고요한 시냇가의 거울 같은 표면 위로 얼굴을 내민 조그만 바위와 물 위에 떠있는 버드나무 잎사귀가 우리들의 마음을 정화시킨다. 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씩씩하게 하늘을 향해 뻗어 있고, 마디마디 옹이진 대나무가 빽빽한 대숲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이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자연의 풍경을 지나 들어선 전시장에는 각 세대를 대표하는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이 벽면 가득 펼쳐져 있다. 대도시의 횡단보도를 바삐 건너는 수많은 익명의 도시인들과 서민의 발인 지하철을 이용하는 이웃들의 세밀한 일상 속에서 관객들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서민아파트에 사는 32가구의 같은 공간, 다른 삶을 보여주는 영상은 폐쇄적인 공간 속에서 소통 부재의 삶을 사는 현대인의 삶 속에 감춰진 우리 이웃들의 작지만, 행복한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

 

 

흰 벽을 배경으로 당당하게 서있는 7마리의 뿔 달린 우제류들은 인류의 생존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던 말, , 양 등의 ‘발굽 동물’에 대한 작가의 헌사이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소’는 단순한 가축 이상의 의미를 지닌 동물이었다. 농경 사회에서 황소는 노동력의 핵심이자, 인간과 교감하는 영물(靈物)이었다. 사랑하는 자식을 꼭 껴안고 있는 어미의 모성이 절절하게 표현된 작품은 최근의 충격적 사건으로 상처받은 모든 부모들의 마음을 고스란히 대변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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