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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이창수 - 히말라야 14좌 사진전

by 여히_ 2014. 7. 29.

14 Himalayan Peaks



산을 좋아하긴 하지만 매니아라고 할 정도로 좋아하는건 아니고, 사진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것도 그냥 평범한 일반인수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보니 사실 이 전시회는 눈이 가는 전시회는 아니었다. 그냥 적당히 궁금한 정도? 그러다 함께 볼 사람이 생겨서 시간을 내서 전시를 관람하게 되었다. 사실 사진을 전시한다고 했을 때, 비슷한 작품들을 인터넷 등에서도 쉽게 볼 수 있고 특히 히말라야라고 하는 곳은 그 인지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사진을 찾는 작업 자체가 어려운 것도 아니었다. 그러던 중 어떤 사람이 쓴 글을 보게 되었는데, '큰 규모로 사진을 보면 또 다른 느낌이 든다.'라는 글이었다. 모니터 속에 보이는 고만고만한 사진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웅장함과 감동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그 문장은 나를 흔들었고, 나 역시 이 전시회를 통해 사진의 규모가 주는 느낌이 무엇인지에 대해 느낄 수 있게 되었다.


히말라야 14좌 사진전은 말 그대로 14개 달하는 극악무도(?)하고 험한 산봉우리들을 돌아다니며 촬영한 사진들의 모음이었다. 여러 사람이 촬영한 것이 아니라 이창수라는 한 사람이 촬영한 사진들이다. 전시의 시작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듯한 듯한 느낌의 사진들, 지도 위에 표시된 14 봉우리의 위치들... 그러다 문득 어떤 사진 앞에 서게 되었다. 그 사진은 그렇게 크지도 않았고, 난생 처음 보는 낯선 풍경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 사진은 독특한 점이 있었다. 바로 입체감이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사진에서 입체감이라니? 특별한 장치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사진에 뭔가 다른걸 한것도 아니고, 그저 인화지에 인화된 상태 그대로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착시현상같은 입체감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입체감이 느껴지는 또 다른 사진이 있었다. 총 2작품이었는데, 만지지 말라고 했지만 왜 입체감이 느껴지는 지 너무 궁금해서 살짝 손대봤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눈을 몇 번이나 비비고 계속 다시 쳐다보았지만 그저 신기할 따름이었다.


이 사진전이 맘에 들었던 것 이 뿐만은 아니었다. 정말 '큰 크기의 사진이 주는 느낌'이라는게 무엇인지 느껴버린것이다. 이렇게 큰 인화지가 있나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사진작품들을 한 걸음 떨어져서 보고 있노라면 마치 내가 그 곳에 가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시회장의 모든벽이 하얗고 적당한 냉방이 되고 있어서 사진 속의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듯 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조건들이 히말라야를 바라보기에 참 좋은 조건이었던 것 같다. 한 가지 재밌었던 점이 있다면, 이창수 작가를 직접 봤다는 점이다. 아마 지인들이 전시회를 보러 와서 간단하게 사진에 대한 설명을 곁들이며 전시장을 돌아다녔는데, 그 옆에서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귓동냐으로나마 듣는 재미가 있었다. 그 사진을 찍을 때의 전후상황, 무엇을 찍으려고 했던 것인지에 대한 의도 등의 이야기를 얼핏얼핏 주워들으며 사진을 보니 또 다른 해석이 가능했다.


1,2층에서 진행되는 전시회에 비해 방문하는 사람들의 수가 많지 않을 뿐더러, 관람객층의 평균 연령대가 낮지 않아서 쾌적하게 전시회를 관람할 수 있었다. (1층에서 열리는 전시회는 사람, 특히 아이들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이 보였다.) 꼭 산을 좋아하지 않아도, 사진에 대해 관심이 없어도, 더운 여름날을 한적하게 보낼만한 휴식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면 한번쯤 방문해도 참 좋을 것 같은 전시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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