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summer
여름날, 전망 좋은 방
무엇보다 '색다르다'라는 느낌을 가질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그 동안 관람해온 공연들은 주로 예술의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아트센터, 아트홀 등에서 이루어진 공연들로 객석과 무대가 구분되어 있고 구조나 시설 또한 청음에 최적화되어있는 그런 곳이었다. 어떻게 보면 정석이기도 하면서, 다소 딱딱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사실인데 이번 <<여름날, 전망 좋은 방>> 같은 경우에는 매우 색달랐다. 일단 장소가 주는 느낌부터가 남달랐다. 글자로만 써 있는 '국내 최대의 아트월'이라는 게, 그 규모를 실제로 보지 않고서는 어느 정도의 크기인지 쉽게 감이 오지 않았고, 그곳에서 영상이 보여지는 느낌 또한 상상하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JW메리어트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만난 이 아트월은 웅장함을 넘어서 아름다운 영상과 시각적 효과들로 평온함까지도 전달해 주고 있었다. 그런 측면으로 볼 때 기술의 발달이 사람의 감성까지 자극한다는 것은 틀린 말은 아닐것이다.
이 공연은 일반적으로 자리에 앉아서 관람한 후, 공연이 끝나면 흩어지는 형태의 공연은 아니었다. 본 공연이 시작하기 전, 공연장 바깥쪽에 마련된 리셉션 공간에서 담소와 함께 간단한 다과를 즐길 수 있었고, 공연을 마친 후에도 다양하고 고급스런 요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형태의 공연이었다. 딱 볼것만 보고 가는 것 보다는 함께 모여 두런두런 공연이나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속에서 음악이라는 것이 생활의 다양한 측면과도 이어져있음을 느낄 수 있었던 자리였다.
이 날 연주된 음악은 바흐와 모차르트, 드뷔시, 풀랑, 슈만, 칼리보다의 음악으로 은은한 오보에의 선율과 피아노의 선율이 환상적인 하모니를 이루는 공연이었다. 특히 거대한 미디어 아트월의 기획과 제작, 연출을 담당한 크리에이티브퍼포먼스팀의 멋진 작품을 공연을 보는 내내 눈과 귀과 함께 여름 날, 선선한 방 한켠에서 음악을 듣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번 공연에서 보여진 영상과 사진들은 다소 독특한 기법과 장면들을 구사하고 있었는데, 특히 창가에서 동대문을 바라보는 다수의 시선을 육각형 형태로 표현하여 시선의 차이에 따른 화면의 주제가 달라보인다는 점 또한 독특했고, 거리와 초점의 변화에 따라 작가가 의도한 곳으로 장면이 이동하는 모습 등은 아이디어적인 측면에서도 정말 나무랄 곳 하나 없이 음악과의 완벽한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영상이 너무 화려해서 음악을 못 듣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결코 연주보다 뒤떨어짐 없이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고 다독이며 연주가 진행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직까지 진행횟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 공연을 경험해 본 사람은 적겠지만, 기회가 닿는다면 꼭 한번쯤은 볼만한 공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미디어 아트 월이라는 초현대적인 기술과 클래식이라는 기품 있는 장르가 만나 선사하는 모든 것들 속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생각을 할 수 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여름 날, 전망 좋은 방'이라는 컨셉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일과 사회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위한 힐링이 아주 잘 되었던 것 같기에, 앞으로도 이어질 다수의 공연들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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