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색을 입은 음악을 눈으로 듣다
양방언. 영화나 음악을 좀 안다하는 사람들에게서는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 국내 다수의 광고음악과 드라마, 영화 OST를 섭렵한 그가 지난 9월 6일 '블루문 페스티벌'이라는 프로그램으로 국내팬들과 다시한 번 음악으로 만났다. 'Moonlight story'라는 부제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양방언의 단독 공연이 아니라 국내 다양한 장르의 음악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진행되는 페스티벌 개념의 음악회였다. 음악적 장르를 뛰어넘어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역동적인 음악을 선사하는 그였기에, 그 어떤 장르와 섞여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상상은 현실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것이었다.
우리가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양방언의 음악으로는 'Frontier'가 있다(4집앨범 수록곡). 이 곡은 부산아이안게임의 테마송으로 사용되며 알려졌는데, 살면서 어딘가에서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법한 그 음악을 만든 장본인이다. 이 음악이 우리 귀에 착착 감겼던 이유는 아마도 적절한 국악과 서양의 악기들의 조화가 너무나도 잘 어울렸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딱딱한 클래식 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느낌의 뉴에이지를 듣는 사람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 음악의 인지도 또한 가히 낮지 않다고 본다. 이 음악 뿐 아니라 삼성파브 CF 음악 등 다수의 분야에서 자신의 음악을 보여주었기에 우리는 그 사람을 더욱 친숙한 존재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프론티어 이외에도 'The Tower Of Eternity - 영원의 탑'이라는 곡과 'Death Walts-죽음의 왈츠', 'Prince Of Cheju', 'Fogorren Sorrow' (실제 연주된 곡과 차이가 있습니다. 정확한 연주곡명으로 다수 수정할 예정입니다.) 라는 곡을 차례롣 들려주며 우리에게 피아노 선율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들을 수 있게끔 진행되었다. (사실 프론티어는 정규 연주프로그램에 있던 곡이 아니라, 앵콜용으로 준비한 곡이라는 사실!)
파란 달빛 아래 영혼을 힐링하기 위한 공연이라는 부제가,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사뭇 가슴에 와닿았다. 이런 음악 없이, 감상 없이, 생각 없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시간을 일에 매달리며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그 삶 속에 비어있는 틈을 아름다운 음악 한 소절로 채울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은 지금보다는 조금 더 기분 좋게, 행복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듣는이에 따른 개인적인 편차는 있겠지만, 최근 유행하고 있는 뉴에이지의 곡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정신건강을 회복하고, 조금 더 평화롭고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 위한 곡들이 많이 써지는 것을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동을 받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이런 아름다운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기까지, 양방언이라는 사람이 그냥 존재했던 것은 절대 아니다. 그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편곡가, 음악감독으로써 지난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에서 연주된 곡을 작곡한 바 있다. 뿐만 아니라 대중음악상 최우수 영상음악부분 수상,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식 공연 등을 통해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실력과 인지도를 제대로 갖추고 있는, 그야말로 '아티스트'로써 인정받고 있다.
| 차갑게 굳은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녹이는 힐링뮤직
이번 공연은 다양한 장르가 혼재되어 있었던 것 치고는 전체적인 흐름과 구조와 연주 등이 참 좋았다. 한 사람만을 보여주기 위한 공연이라기보다는, 페스티벌이라는 이름 하에 국내의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함께 소개하는 자리가 되어서 더욱 뜻깊었던 것 같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기량을 가진 아티스트가 한 명 있었는데, 처음엔 그저 그런 노래부르는 사람인 줄 알았지만 그녀의 노래가 절정에 이르면서 잠깐 졸렸던 눈이 번쩍 트였다.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우렁차고도 카랑카랑한 멜로디가 귓가에 꽂혔기 때문이다. 그 순간부터 흐려진 집중력을 다시 모아 제대로 된 '경청'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단독콘서트인 줄 알고 서둘러 예매했다가 콜라보레이션 형태로 진행되는 것을 보고 약간 실망한 기분이 들었었는데, 이런 아티스트의 공연까지 함꼐 보게 된 것에 대해서 감탄하고 만것이다.
블루문 페스티벌은 양방언의 공연 뿐 아니라 클래식과 국악, 재즈가 만나는 콘서트 페스티벌 형식으로 국악에는 '이자람'씨의 판소리 공연을, 째즈와의 크로스 오버에는 '송소희'양이 출연하여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해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양방언을 제외한 두 아티스트의 공연을 비록 보진 못했지만, 분명 양방언에 버금가는 감동을 선사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양방언'이라는 이름이 가진 파워때문에 이 공연의 예매율이 분명 높을 것이라고 생각 했다. 그래서 본 공연의 한 달 전부터 부리나케 예매를 해 두었는데, 기획사측의 운영변경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의 일부 관람석을 한 단계씩 업그레이드를 해 주었다. 마침 나도 그 대상자에 포함되었다. 개인적으로 아늑한 느낌의 박스석을 선호해서 이번 공연도 박스석을 예매했었는데,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되면서 2층 중앙측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비록 생각했던 아늑한 느낌은 줄었지만 조금 더 가까이에서 그의 음악을, 그가 음악을 연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나름 만족스러웠다.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국내에서 연주를 들려주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예술은 여러운 것이 아니고, 예술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문화예술이 국민과 더욱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소통하는 것을 원하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우리의 문화도 세계에서 널리 이름을 떨칠 수 있는 대열에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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