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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란도트] 끝내 그들의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by 여히_ 2014. 10. 27.



끝내 그들의 사랑은 어디로 가는가?

오페라 '투란도트(Turandot)'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3대 오페라 작곡가가 있다. 베르디와 바그너, 그리고 푸치니라고 한다. 이번에 관람한 오페라 '투란도트'가 바로 푸치니의 작품이다. 작곡가인 자코모 푸치니 (Giacomo Puccini)가 1924년도에 만든 이 오페라는 푸치니가 완성하지 못한 채 죽은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오페라의 이름이 어렵다면 '공주는 잠 못 이루고'라는 곡에 대해서는 한번쯤 들어봤을 법 하다. 원곡 제목은 'Nessun dorma'다. 한석규가 출연했던 국내의 한 영화에서 남자주인공이 이 곡을 부르는 장면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지기도 했다. 굳이 영화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이 음악을 한 소절을 듣는다면 '아!'하며 무릎을 탁 내리칠 수 있을정도로 유명한 곡이다. 투란도트에 바로 그 곡이 나온다. '왜 공주는 잠을 이루지 못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알지 못했었는데 이번 공연 관람을 통해 그 이유에 대해 알게 되었다. 투란도트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투란도트 줄거리



오랜 옛날, 중국에는 '투란도트'라는 아주 아름다운 공주가 있었는데, 이 공주는 선조들이 남자와 사랑에 빠져 올바른 정치를 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여 남자를 싫어하게 되었다. 남자에 의해 휘둘리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자신이 내는 세 가지의 수수께끼를 모두 맞추는 남자와 혼인하겠노라고 선포했다. 이후 수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남자가 되기 위해 수수께끼에 도전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죽음뿐이었다. 문제를 못 맞추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맞추지 못하는 자에게는 목이 잘리는 형벌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죽음의 조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아름답고 황홀한 모습에 숱한 남자들이 끊임없이 도전했다. 


그러던 어느 날, 패망한 한 국가의 왕자인 칼라프가 악독하기로 소문난 투란도트 공주의 모습을 먼 발치에서 보게 된다. 그리고 단 한순간의 마주침으로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겠노라고 다짐한다. 그렇게 결심하고 찾아간 궁 앞,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공주가 아니라 그를 만류하기 위한 사람들이었지만 칼라프는 아버지와 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국 그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여기서 '류'는 어릴 적 칼라프의 집안의 노예로, 칼라프 왕자의 미소에 반해 평생을 바쳐 모시겠노라고 연민의 정을 품고 있는 여인이다.) 투란도트는 자신의 수수께기에 도전하러 온 이방인을 보며 코웃음을 쳤고, 당연히 맞추지 못할것이라며 문제를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칼라프 왕자는 침착하게 한 문제, 두 문제를 모두 풀었고 결국 마지막 세 번째 문제까지 풀게 되었다. 약속대로라면 투란도트는 칼라프 왕자와 결혼해야 하지만, 어디서 왔는지도 모르는 낯선 이방인에게 안기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혼인이 싫다며 한사코 거부를 한다. 


이를 보다 못한 칼라프 왕자가 한 가지 제언을 한다. 새볔이 오기 전까지 자신의 이름을 알아낸다면, 혼인을 없었던 일로 해주겠다는 것이다. 투란도트 공주는 깊은 고민에 빠졌고,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수소문한 끝에 그의 아버지와 '류'를 찾아내게 된다. 그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칼라프의 아버지와 류를 문초했지만 그들은 쉽게 이름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러다 칼라프의 아버지가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을 본 류는 신의를 지키기 위해 '그의 이름은 나만 알고 있노라'고, '죽는 한이 있어도 말하지 않겠노라'고 말한 후 자결을 택한다. 결국 그들에게서도 이름을 알아내지 못한 채 새볔은 밝아왔고, 그녀는 인정할 수 없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지만 투란도트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있었다. 바로 아무도 모르게 칼라프 왕자를 마음에 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 동안 자신의 수수께끼에 도전해 온 수 많은 남자들에 비해 패기 넘치는 모습과 용맹스러운 눈빛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이다. 자신이 마음을 빼앗겼다고 해서 수수께끼를 내지 않는다면 규칙을 위반하는 것이기에 그녀는 순간 많은 고민을 했었노라고 칼라프에게 털어놓는다. 칼라프 왕자는 이런 투란도트의 모습을 보며 자신에게는 더 이상의 비밀이 없으니 이름을 알려주겠다고 하며 자신의 이름을 말한다. 결국 칼라프의 이름을 알아낸 공주는 칼라프와 함께 궁전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이방인의 이름이 무엇인지 알아내었다며 외친다. 그녀가 외친 이름은 "사랑"이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사랑의 감정을 안은 채 막이 내린다.


어떻게 보면 '류'라는 사람의 가슴 아픈 짝사랑 이야기가 될 수도 있고, 남자를 사랑하지 못하는 투란도트의 마음에도 신경이 쓰일 수 있는 스토리였다. 또는 칼라프의 사랑과 용기에 박수를 보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투란도트와 칼라프 이 두사람의 손을 들어줄 수는 없었다. 그들의 대사가, 그들의 행동이, 내 상식에서 이해하기엔 조금 난해한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 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버지를 믿음을 저버리고, 자신을 보필하겠다던 류의 마음마저 저버리고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투란도트를 단지 한 번 본것만으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 살짝 못미더웠다. 그녀의 마음이 어떻던지간에 외적으로 아름다운 여자는 남자에게 사랑받으르 자격이 있다는 쪽으로 해석이 됐기 때문이다. 


반대로 마음이 예쁘고 순수했지만 가진 것 없었던 류는 칼라프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외려 그의 앞날을 위해 자신의 목숨마저 희생해야 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 볼 때, 오히려 류의 사랑이 더 큰 진정성이 있었다고 느껴졌다. 반대로 투란도트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는 갔다. 그 동안 자신에게 도전했던 남자들은 단지 자신의 권력이나 지위, 외모에 끌려 자신의 능력을 고려하지 못한 채 달려들기 일쑤였는데, 칼라프의 눈빛이 유난히도 용맹하고 자신감 넘쳤기에 그 사람이 유독 눈에 들어올 수는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그런 마음을 제대로 인정하기가 어려웠고, 결국 수수께끼라는 심판대 위에 그를 세워야만 했다. 숨겨진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스스로가 만든 제도에 얽혀야 하는 숙명 앞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을 했을까 떠올리면 그녀의 사랑 또한 꽤나 마음 아픈 부분이 있었다. 모든 이들이 행복해지지는 않았지만, 최소한 주인공인 두 사람은 행복해진다는 결말이 그리 썩 내키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극찬을 받고 있다고 하니 어딘가에 내가 느끼지 못한 부분이 상당수 남아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오페라라는 장르는 생애 처음으로 관람한 작품이기에, 조금 더 디테일한 부분을 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무대 바로 앞에서 사람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를 있는 그대로 느끼며 관람을 하고 있다는것이 나에게는 굉장한 문화충격으로 다가왔다.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깔리고, 몇 발자국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던 모든 배우들의 얼굴이 아른거린다. 특히 이번 공연에서 기억에 남는 캐릭터가 있었는데, 바로 '핑'과 '퐁'과 '팡'이라는 캐릭터였다. 칼라프를 바보같다고 조롱하고, 만류하고, 한 편으로는 응원하는 여러 모습을 보였던 이 캐릭터로 인해 이 오페라가 더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것 같다. 부채를 촥촥 펼치며 유쾌하게 노래를 부르던 모습이 참 재미있기도 했다. 이런 감초같은 캐릭터들이 극의 전반에 있다보니 지루할 틈이 없었던 것 같다.


다양한 장르의 문화를 접하면서 오페라를 쉽게 만나지 못했던 이유는 가격적인 부분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었다. 하지만 이번 투란도트의 공연같은 경우에는 10,000원대부터 150,000원대까지 다양한 폭으로 가격이 책정되어 있어 누구나 부담없이 원하는 자리에서 관람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마치 오케스트라 공연이 너무 비싸 관람하기 어렵다고 느꼈다가, 실제로 공연을 보고 난 후 그렇게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 처럼, 오페라 또한 기회가 닿는다면 더 다양한 작품을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만난 작품이 정말 좋은 작품이라 참 다행이다. 깊어가는 가을 밤, 좋은 오페라 한 편으로 더욱 깊은 가을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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