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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나의 독재자] 당신에게 '독재자'란?

by 여히_ 2014. 11. 3.




|  '호불호'하나만큼은 명확히 나뉠 것 같은 

관람객 수는 많지 않았다. 알고 있었다는 듯, 상영관의 크기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 없었다. 많은 사람들이 봤다고 해서 꼭 좋은 영화는 아니니 말이다. 흥행만을 놓고 좋은 영화와 나쁜 영화를 쉽사리 판가름할 수는 없다. 그런면에 비춰볼 때, 개봉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영화에 대해 좋다 혹은 나쁘다는 이야기를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바로 '호불호'가 명확히 나뉠 수 있다는 점이다. 



|  변화에서부터 시작된 극의 긴장감

박해일과 설경구라는, 충무로에서 인정받는 두 배우가 나온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관람객이 많지 않았던 이유는 아마 영화에서 언급되는 시대적 이야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는 1990년대 초반, 우리나라가 북한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부터 시작한다. 한 극단의 연기자 지망생이었던 설경구는 어느 날 낯선 이에게서 뜻밖의 제안을 받는다. 아주 중대차한 연극을 위해 비밀리에 연기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시무시한 고통의 시간을 견디고 결국 설경구는 오디션에 합격하게 되고, 자신이 누구를 연기해야 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는 다름 아닌 '김일성'이었다. 연기를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연기에 대한 갈망과 아들과 노모를 책임져야 한다는 막중함으로 그는 어려운 결정을 따르기로 한다. 이윽고 연기 연습이 시작되었고, 그의 완벽한 연기를 위해 북한 정치에 대해 빠삭한 한 청년과 연극영화전공 대학교수가 달라붙어 연기수업을 강행했다. 뼛속부터 온 몸으로 캐릭터를 받아들이라는 말과 함께 연기 연습을 시작한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자 설경구에게 변화가 찾아온다.


영화는 이쯤부터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한다. 그가 어째서, 무엇을 위해 김일성이라는 자의 연기를 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부분도 중요한 대목이긴 하다. 하지만 영화의 전개상 흥미로워지는 부분은 설경구의 내적, 외적 변화가 드러나고부터다. 몇 마디 대사나 겉차림으로는 표현할 수 없었던 무수한 내면의 고통을 견디는 그의 모습에서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사람이 어떤 목표가 있으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되면 저렇게 자신이 하고있는 무언가에 미칠수가 있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수입의 고저를 떠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 혹은 잘하는 일로 더 큰 무언가를 해야 할 때는 그에 따른 고통이 수반된다는 것 또한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설경구는 그 캐릭터를 아주 잘 표현했다.



 



|  박해일과 설경구였기에 가능한 연기

영화의 중반부를 지날 때쯤엔 조금 답답한 면도 생겼다. 설경구의 아들 역할로 나오는 박해일의 존재가 점점 뚜렷해지면서 두 부자 사이에 일어나는 일들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있기 때문이다. 자식의 입장으로써 답답하고, 부모된 입장으로써 자식이 헤아려주길 바라는 여러가지 생각들이 뒤엉켜 도무지 머릿 속이 정리될 기미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답답한 시간을 견디고 난 뒤의 열매. 그 열매는 생각보다 씁쓸했다. 달면서도 씁쓸했다. '대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려고 이렇게 스토리가 밑도 끝도 없이 이어진단 말인가'하는 찰나부터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는 정리되기 시작했고, 새로운 캐릭터의 등장과 퇴장이 두어번 오간 후부터의 스토리는 오롯이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만을 담백하게 담았다. 그렇다보니 둘 사이의 심경의 변화나 복잡한 생각들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났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두배우는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를 소화하기에 충분했다. 아마 그 두사람이 아니라면, 그렇게 복잡한 심경과 환경에 처한 캐릭터를 연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생각보다 '평범한 엔딩'이었다. 극의 흐름상으로 봤을 때 이미 스로티를 끝내어야 하는 지점이 지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등장인물들에 대한 마무리를 지으려다 보니 마지막 5분은 꼭 없었어도 될만한 장면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나도 한국영화스러운 엔딩이 다소 실망스럽긴 했지만, 전반적으로는 기대했던 것보다는 괜찮은 영화였다. 공산주의니 민주주의니 어떤 체제나 사상에 대해 너무 명확한 생각을 가진 사람의 입장으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을 수 있겠지만, 요즘같은 시대를 사는 나와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이 어디 그러기가 쉬울까? 그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조금은 가볍게 이 영화를 대해주었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




나의 독재자 (2014)

7.5
감독
이해준
출연
설경구, 박해일, 윤제문, 이병준, 류혜영
정보
드라마 | 한국 | 128 분 | 2014-10-30
글쓴이 평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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