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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나를 찾아줘]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던가

by 여히_ 2014. 11. 16.

오뉴월에 제대로 된 서리 한 번 내려보자

영화 <나를 찾아줘>





에이미는 대단했다. 치밀했고, 지독했다. 스토리가 탄탄하다는 느낌이 단 하나의 캐릭터에서 모두 보여졌다. 누군가의 행동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여러가지 변수를 만들어 각각의 변수에 대한 대응책까지 모두 세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녀의 직업을 감안할 때 충분히 가능한 범주였다. 그녀의 완벽하고도 치밀한 계획을 보며 처음엔 독하다는 생각을 했다. 굳이 저렇게까지 했어야 했을까, 나를 찾아달라는 메시지만 남긴채 홀연히 사라진 줄 알았던 그녀가, 그렇게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었을 줄은 생각치도 못했다.


굳이 따지자면 잘못은 닉에게 있었다. 모든 잘못의 시작은 닉에서부터 출발한 것이다. 닉의 그릇된 행동이 에이미를 빡치게 하고 만 것이다. 가만히 자고 있는 사자의 콧수염을 건드렸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설정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작가의 여러 장치가 이러한 주제를 지루하지 않게끔 잘 커버해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쓰면서 늘 느끼는 점은 어느 선까지 영화에 대한 스토리를 공개할 것이냐에 대한 부분이다. 사실 이 영화는 꽤나 많은 복선과 반전을 가지고 있는 영화다, 반전을 미리 알면 보는 이들이 재미없어지는 건 당연하지만, 영화에 대해 이야기 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몇 가지는 공개되어야 한다. 특히 에이미의 폭력성이 드러나는 부분은 어쩔 수 없이 언급하고 넘어가야 하는 것 같다.


영화의 시작은 그렇다.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한 부부, 어느 날 외출을 마치고 돌아온 닉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집안을 마주했고, 순간 아내인 에이미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부부의 결혼기념일이었다. 나를 찾아달라는 메시지를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아내 에이미가 정말 누군가에 의해 납치된 것인지, 아니면 결혼기념일을 빙자한 살벌한 이벤트를 계획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늘 하던 방법대로 그녀가 남긴 메시지를 쫒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하나 둘 씩 단서가 발견될 때마다 자신을 조여오는 올가미에 남자는 답답해 한다. 모든 증거와 정황히 모두 자신을 '살인마'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 하나 부족함 없이 그녀는 모든 상황을 닉이 불리한 쪽으로 맞춰 놓고 있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점이 참 특이했다. 에이미는 왜 그렇게 닉을 못 잡아먹어 안달일까, 하고 말이다. 그렇다보니 어느 한 편의 입장으로만 영화를 볼 수는 없었다. 닉의 입장도 충분히 이해가 갔고, 에이미의 입장도 충분히 수긍할만 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조금 또라이같지만 그래도 나는 에이미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 했던가. 이 이야기는 비단 우리 나라의 속담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여자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한 문장인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상영관을 나오며 들었던 생각은 '아, 나도 정말 빡치면 저정도로 치밀하게 계획을 세워 한 사람을 엿먹일 수 있겠구나'라는 것이었다. 여자에게 있어서 연애, 사랑, 결혼은 굉장히 중요하다. (물론 남자에게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행복한 인생의 여정을 꾸려나가는 데 있어서 큰 문제가 발생했고, 이 문제로 인해 자신이 너무 큰 상처를 입었다면 에이미와 같은 행동으로도 충분히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영화이기 때문에 강도가 조금 셌고, 조금 더 치밀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닉에 대한 반감은 크지 않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먼저 잘못했다는 것이다. 남녀문제에 있어서 어떤 문제를 누가 먼저 저질렀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자그마한 균열이 커다른 댐을 무너뜨리듯이, 아주 사소한 잘못이라도 관계의 전부를 망쳐버리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닉은 자신의 잘못에 대해 끝까지 뉘우치지 않았고, 에이미를 그저 광기 어린 여자로만 보는 것으로 영화는 결론지어졌다. 닉이 분명히 먼저 잘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제대로 뉘우치는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진짜 진심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에이미에게 보였더라면, 그녀의 화는 아마 어느 정도는 누그러지지 않았을까 싶은데도 불구하고, 그는 정말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닉은 그런 일을 당해도 싸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


어느 입장에 서서 영화의 스토리를 이해하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양한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에이미를 지지한다. 내가 또라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 있을만한 여지나 이유가 충분하다면, 비단 영화 속 일만은 아닐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나를 찾아줘 (2014)

Gone Girl 
7.5
감독
데이빗 핀처
출연
벤 애플렉, 로자먼드 파이크, 닐 패트릭 해리스, 미시 파일, 킴 디킨스
정보
스릴러 | 미국 | 149 분 | 20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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