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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엑소더스-신들과 왕들] 람세스는 과연 악역인가?

by 여히_ 2014. 12. 7.



사실 처음엔 이 영화를 관람할 생각이 없었다. 왜 이런 영화가 1위에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이 영화는 내게 아무런 감흥도 불러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예고편의 힘이란 굉장한 것이었다. '이 영화를 보는게 어떻겠느냐'는 말에 예고편을 보게 되었고, 나는 이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그제서야 들었다. 


기본적으로 나의 종교는 기독교라고 하기엔 애매하다. 기도를 하는거라던지, 신의를 지키는 것이라던지 이런것과 나의 생활은 그다지 가깝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와 관련된 영화는 거의 항상 재미있었다. 대부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스토리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낯설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 영화는 제목만 봤을 때는 종교에 관한 영화라고 바로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지만, 내용만큼은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모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까지 나는 모세가 누구에게 쫒기는지에 대해서까지는 잘 몰랐다. 그저 핍박받는 자신의 동족들을 데리고 고향인 가나안으로 가기 위해 40여년에 걸친 기나긴 여정을 한다는 것 외에는 별다른 정보가 없었다. 동일한 스토리로 만들어진 '이집트의 왕자'라는 애니메이션도 있었지만 보지 않았고, 그렇다고 어릴 때 교회를 그렇게 열심히 다닌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자세한 내막(?)까지는 잘 몰랐었다. 알고보는 그는, 내가 역시 알고 있는 인물인 '람세스'에게 쫓기는 것이었다. 내가 알고 있는, 그러나 전혀 상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한 두 인물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니 왠지 기분이 이상했다. (그정도로 뭘 몰랐다.)


각설하고, 영화는 흥미로웠다. 그 동안 내 머릿속에 각이되어 있었던 '모세의 기적', 즉 모세가 홍해를 두 쪽으로 갈라 바다를 건너는 이야기는 말 그대로 바다가 양갈래로 갈라지는 그림이었다. 모세가 지팡이를 바다에 내리치자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통로가 생기는 그런 그림이었다. 사실 이것도 머릿 속의 이야기 혹은 어느 책에서나 봤던 삽화의 일부였는데, 이렇게 영화로 촬영된 모습을 보니 또 다른 느낌이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바다가 '갈라지는' 모습은 아니었다. 왜 그렇게 표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바다가 갈라지는 것이 아니라 물이 빠지는, 즉 '배수'같은 느낌으로 그려졌다. 마치 강바닥의 물이 마르듯이 바닷물이 어느 곳으로 휩쓸려가 마른 상태가 되었고, 그 마른 땅을 히브리 사람들이 건넌 것이다. 상상만 하던 그림이 실제로 다양한 사람들의 연기와 그래픽을 통해 만들어진 모습을 보며, 어떠한 이야기를 전달할 때 시각적인 요소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새삼 실감했다. 만약 모세의 이야기를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보게 된 아이가 있다면 그 아이의 머릿 속에는 그 동안 내가 알고 있던 바다가 두 쪽으로 갈라지는 그림이 아닌 바닷물리 말라 길을 건너는 모세와 사람들의 모습이 각인될 것이다.


람세스가 마치 악연인 것처럼 등장했다. 사실 람세스가 그렇게 악역의 캐릭터로 나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은 지금도 미지수긴 하다. 모세의 입장에서 볼 떄 람세스는 그렇게 나쁜 캐릭터는 아니었다. 자신이 평생을 몸바쳐 일한 이집트의 왕이었고, 앞으로 함께 일구어갈 이집트라는 나라를 이끄는 대표자였기 때문이다. 자신의 출생에 대해 알고난 후 혼란을 겪으며 모세에 대해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일어나긴 했지만, 꼭 그가 악역이기 때문에 대적했다고 보여지지는 않는다. 모든 불행을 모세가 불러온 것이 아니라 신의 뜻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모세는 평생을 함께 했던 친구같은 존재인 람세스가 더이상 큰 화를 당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물론 마지막까지 모세와 사람들을 쫓아 죽이라고 명령한 것은 나쁜 행동으로 비춰지긴 하지만, 그 행동 하나만으로 람세스가 나쁜 역햘이라고 단정짓기엔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왜냐하는 그는 최소한 이집트 중심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왕이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유한 삶을 살게 해 줬고, 도시를 번영하게 했으며, 굶주림과 가난을 겪지 않도록 도시를 정비하고 개발했기 때문이다. 비록 그 모든 노역을 노예들이 하긴 했지만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 어릴 적 읽었던 성경의 목차(?)가 생각났다. 창세기에서 시작되는 성경은 곧바로 출애굽기로 이어지고 연달에 레위기 등으로 그 이야기가 이어진다. 영화 속에서 모세와 사람들이 애굽을 떠나 가나안 땅으로 향하는 그 부분이 바로 '출애굽기', 그러니까 애굽을 떠나는 이야기인 것이다. 나름대로 성경을 열심히 읽었던 어린이에 속했지만 그 이야기가 쉬이 떠오르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 때는 성경을 진짜 '성서'로 취급했던 것 같다. 이제와서 성경을 읽는다고 하면 소설책 읽듯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엑소더스: 신들과 왕들 (2014)

Exodus: Gods and Kings 
5.6
감독
리들리 스콧
출연
크리스찬 베일, 조엘 에저튼, 시고니 위버, 존 터투로, 벤 킹슬리
정보
드라마 | 영국, 미국 | 154 분 | 2014-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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