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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my life/영화

[국제시장] 누구에게나 힘든 시기는 있다.

by 여히_ 2015. 1. 6.




개인적으로 부산이라는 곳을 정말 좋아했다. 2013년 한 해 동안 부산으로 발령받아 약 8개월간 부산 해운대에서 지낸 적이 있다. 서울에서 태어나서 나고 자랐고, 타향살이라고는 시드니에서 5개월 남짓 지내다 온 것 밖에 없는 내가 처음으로 '살아보겠다고' 떨어져 지낸 곳이었다. 부산은 나에게 너무나도 살기 좋은 동네였다. 멀지 않은 곳에 걸어서 갈 수 있는 바다가 있고, 시장이 있고, 유흥가가 있었다. 무엇보다 서울보다는 사람사는 동네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어서 참 좋았었다. 몇 달 간의 부산 생활을 하며 부산의 이곳저곳을 많이 돌아다녔었는데 국제시장도 그 중에 한 곳이었다. 소위 없는게 없다는 그 시장.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매력이 흘러 넘친다는 그 시장, 바로 국제시장. 그 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나온다니 어찌 안 볼수가 있겠는가. 물론 지금의 국제시장을 조명한 것이 아니라 나의 부모님보다도 앞선 세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국제시장이라는 4글자가 나에게 주는 느낌은 꽤나 묘한 구석이 있었던건 사실이다.


오랜만에 황정민의 연기를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황정민의 연기를 믿고 본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 동안 작품에서 보여준 그의 연기가 남달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자가 사랑할때> 라는 영화는 그다지 흥행하지 못했는데, 사람들의 말이라는게 참 쉽다고 느껴졌다. 흥행한 작품에 출연할 때는 믿고 본다더니, 그저 그런 흥행작이 아닌 작품에 출연했을 때는 '뭐가 아쉬워서 저런 작품에 나왔을까'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의 연기실력이 갑자기 형편없어진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결국 영화의 흥행은 스토리의 힘이지, 결코 배우의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하지만 아직도 특정 배우때문에 그 영화가 볼만했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흘러나오는 걸 보면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긴 한다. (내가 제작자도, 배급사도 아닌데 왜 아쉬운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각설하고, 나는 여전히 황정민의 연기가 좋았다. 그리고 특히 이번 영화의 대사도 좋았다. 사실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단 한줄의 대사때문이었다. 극 중 황정민이 "내는 그래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힘든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기 참 다행이라꼬" 라는 말을 하는 부분이 있다. 나는 이 대목에서 꼭 이 영화를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예고편에 보여지는 그 시절의 힘든 삶들은 사실 나와는 거리가 멀었다. 시대적으로도 내가 공감할만한 부분이 전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한 줄의 대사때문에 영화에서 보여지는 1960년대의 부산이, 마치 지금의 우리를 돌아보게끔 하는 힘이 있는것 처럼 느껴졌다. 전쟁통에 헤어진 아버지, 너무 늙어 생사를 알 수도 없는 그 아버지에게 이만하면 잘 살지 않았느냐며, 근데 너무 힘들었다며 울먹이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짠했던 것은, 아마 부모님이 생각났기 때문일 것이다. 얼마나 힘들고 모진 세월을 살아오셨는데, 나는 우리 부모님의 자랑인데, 나를 아끼고 사랑해 주신 나의 부모님이 참 잘 살아왔지만 힘든 시간이었다고 얘기한다면 마음이 꽤나 아플것 같았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런 힘든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지 않는다. 떠나실때 까지도 결코 하지 않으실 것이다. 이렇게 영화 속 대사를 통해서나마 우리 부모님 또한 이런 생각을 하시겠구나, 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미어지는 것이다.


요즘들어 부모님들의 사랑, 가족간의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영화가 자주 개봉되는 것 같다. 무작정 슬프게 하고 울게 하려는 스토리가 아니라, 어느 특정 시대를 살아온 우리의 부모님 혹은 그 이전의 세대의 모습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 힘을 주려는 그런 의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국제시장 (2014)

7.1
감독
윤제균
출연
황정민, 김윤진, 오달수, 정진영, 장영남
정보
드라마 | 한국 | 126 분 |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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