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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히어로] 정말 커다란 영웅은 포근해야 한다! 일본풍의 색다른 디즈니 애니메이션 '빅 히어로'

by 여히_ 2015. 1. 26.

너무나도 귀여운 영웅, 빅 히어로 '베어맥스'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큰 인기를 끄는걸 보면, 요즘 영화를 관람하는 사람들의 취향이 정말 다양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는 관심도 받기 힘들었던 애니메이션들이 꽤 많았는데 이제는 개봉할 때마다 관객석이 가득차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몇 년 전의 <인크레더블>이나 기타 등등의 애니메이션이 개봉할 때는 이렇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디즈니나 그 외 큰 외국 제작사에서 만든 애니메이션은 흥행을 몰고다니는 한편,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들은 아직도 눈 밖에서 쉬이 관람객에게 어필하고 있지 못하는 점이다. <마당을 뛰어나온 암탉>이나 <우리별 일호와 얼룩소>같은 작품들도 분명이 훌륭한 국내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겨울왕국>이나 이번 <빅 히어로>처럼 큰 흥행을 거두지는 못했다. 애니메이션 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분명 반길만한 일이지만, 국내에서 제작된 애니메이션들에도 더 많은 관심을 보여 국내 에니메이션 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관객들이 마련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작품을 제작하는 스케일 면 등 여러가지로 비교되는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꾸준히 관람해주는 사람들이 있어야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빅 히어로는 정말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었다. 맘에 드는 이유는 단 하나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로봇 '베이맥스'가 너무나도 순수하고 귀여운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말랑말랑한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베이맥스'는 상처를 치유하고 회복을 위한 시스템을 갖춘 로봇으로, 인간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주기 위해 풍선 형태로 디자인이 되었다.(고 한다. 극중 개발자 왈.) 이 베이맥스를 개발한 사람은 주인공 '히로 아르마다'의 형인 '테디 아르마다'이다. 이 테디 캐릭터는 다니엘 헤니가 목소리 주연을 맡아 큰 관심을 끌고 있기도 하다. 다니엘 헤니만의 특유의 목소리가 듬직한 형의 느낌을 참 잘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외국 애니메이션에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의 목소리를 들으니, 더 반가웠던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이 힐링로봇 '베이맥스'는 의료용(?)으로 개발된 로봇이지만, 나중에는 악당(?)을 물리치기 위해 각종 소프트웨어를 탑재하여 파워풀한 로봇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천재 '히로'는 여러 심경의 변화를 겪지만, 궁극적으로 베어맥스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봄으로써 베어맥스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게 된다.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한 가지 눈에 띄었던 점은, 여자가 주인공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디즈니의 역대 애니메이션 중 손꼽히는 작품들의 주인공은 대부분 여자가 맡았던 것이 사실이다. 이전 작품이었던 겨울왕국도 마찬가지로, 자매가 주연으로 등장하여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끌어 갔다. 그러나 이번 애니메이션은 마치 겨울왕국에 성별로 대적하기라도 하는 듯, 남자형제를 주연으로 삼았다. 아무래도 과학이나 공학쪽이다보니 캐릭터를 남성화 한 것으로도 보이지만 그 동안 흥행을 달성했던 대다수의 주인공이 여자였던것에 비한다면 꽤나 신선한 캐릭터로 보여지기까지 한다.


또 눈에 띄는 점으로는 스토리가 전개되는 배경이 일본스러운 것이다. 일본스러운 것인지, 일본인지 명확하게 구분짓기는 힘들겠으나 거의 모든 장면의 배경에는 일본의 다양한 문화와 일본어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가 '샌 프란쇼코(샌 프란시스코 + 도쿄의 합성)'라고 불리기 까지 한다. 모르는 채 보면 다소 왜색이 짙어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주인공인 '히로'의 이름 또한 '히어로'의 일본식 발음이며, 이름이나 특정 도시의 이름 등이 일본식 발음으로 불리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일본적인 색채가 강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번 애니메이션이 일본시장을 메인 타겟으로 제작되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씨네21에서는 아래와 같은 기사로 해당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빅 히어로>의 디자인에서 또 하나 특징적인 것은 동서양 문화를 적극적으로 혼합했다는 점이다. 제작진은 샌프란시스코와 도쿄를 한데 섞어 샌프란소쿄라는 가상의 도시를 만들었다. 샌프란시스코의 가파른 언덕길 양옆에 벚꽃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샌프란시스코의 랜드마크인 금문교와 케이블카 사이사이 일본풍 가옥과 골목길이 늘어서 있다. 거기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고양이 인형 마네키네코가 빈번하게 영화에 등장한다. 콘 로이는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를 기반으로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반영하고 싶었다. 실제 우리의 현실도 그렇지 않은가. 호주의 어느 거리를 걷든 런던의 어느 거리를 걷든 다양한 문화가 섞인 세상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것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자신의 작품에서 표현해왔던 것이기도 하다.” 베이맥스가 힐링로봇에서 전투로봇으로 변신할 때, 히로가 새 프로그램에 저장하는 무술도 일본의 가라테다. <빅 히어로>의 두 감독이 재패니메이션, 일본의 망가, 전대물(다수-대개는 다섯명이 팀을 이뤄 악당을 물리치는 내용의 일본의 특수촬영물)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냐고? 돈 홀 감독의 대답은 이렇다. “<빅 히어로>를 만들며 수많은 영화를 참조했다. 로버트 레드퍼드의 <보통사람들>도 있고,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도 있고. 개인적으로는 <아키라>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팬이다.” 베이맥스, 히로와 함께 ‘빅 히어로 6’를 구성하는 괴짜 친구들 고고, 와사비, 허니레몬, 프레드 역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인물로 나온다. 그중 고고는 한국인 캐릭터로 설정됐다.

[출처] 씨네21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78988


애니메이션에서 일본 색채가 너무 많이 묻어난다는 것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반감을 갖기보다는, 어떠한 의도로 이렇게 제작되었는지에 대해 먼저 생각해보면 이해하는데 무리가 없을듯 하다. 일전에 배두나가 주연으로 등장했던 영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도 동양과 서양의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일본을 배경으로 한 도시의 모습이 보여졌듯이, 이번 애니메이션에도 동양과 서양의 콜라보레이션같은 효과를 표현하기 위해 이렇게 표현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그다지 반감살 만한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무엇보다 이번 애니메이션에서 메인 캐릭터인 '베어맥스'를 디자인한 사람이 바로 한국의 '김상진' 캐릭터 디자인 수퍼바이저다. 무조건 '왜색짙은 애니메이션'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속속들이 담겨있는 이야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면 좋을 것 같다.


끝으로 가장 귀여운 모습으로 기억되는 '베어맥스'의 '만취된 듯한 배터리 방전 모습' 이미지를 띄워놓는다. 극중에서 베어맥스가 배터리가 방전되어 바람이 빠지는 모습이 나오는데, 이 모습이 흡사 술에 만취한 듯 귀엽게 표현되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빅 히어로 (2015)

Big Hero 6 
7.7
감독
돈 할, 크리스 윌리엄스
출연
다니엘 헤니, 라이언 포터, 스캇 애짓, 제이미 정, T.J. 밀러
정보
애니메이션, 액션, 코미디 | 미국 | 108 분 | 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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