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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비장전]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판소리'를 '오페라'로 새롭게 만나다

by 여히_ 2015. 1. 19.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 '판소리'를 '오페라'로 새롭게 만나다

오페라 배비장전


2015.1.17   |   국립극장




지난 1월 17일 토요일, 국립극장 해오름 극장에서 독특한 오페라 한 편을 만났다. 바로 <배비장전>이 그 작품이다. <배비장전>은 20세기 이후 만들어진 활자본 소설로, 현재 2종의 한글본만이 남아 있는 작품이다. 이본(異本)이 적은 까닭은 《배비장전》이 여자를 밝히다가 망신당하는 비속(卑俗)한 줄거리에다가 음탕(淫蕩)한 내용까지 들어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있다.


그래서 조선시대 소설 독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좋아하지 않아 소설로 널리 유통되지 못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같은 이유로 판소리가 19세기 후반, 하층민의 예술에서 양반층도 즐기는 예술로 발전해 갈 때도 《배비장전》은 탈락했지만 충(忠)·효(孝)·열(烈) 등 유교적 덕목을 내세우는 다른 판소리들은 살아남아 현재 ‘판소리 다섯 바탕’이라는 이름으로 전승되고 있다.


〈배비장 타령〉은 20세기 들어와서 판소리로서 전승(傳承)이 거의 끊겼었다.고(故) 박동진(朴東鎭) 명창이 가끔 공연(公演)했을 뿐 다른 명창들은 거의 공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창극(唱劇)으로는 20세기 들어 여러 번 공연되었고, 현재도 가끔씩 마당극이나 창극으로는 상연(上演)되고 있다. 이렇듯 전체적인 내용과 구성면에 있어서 다소 외면받았던 작품이지만 특유의 해학적 풍자와 즐길만한 요소가 꽤 많았기에 오페라 작품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우리의 판소리, 소설을 오페라로 만든 작품이다보니 관람객의 연령층이 다소 높은 경향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오페라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진행까지도 올드한 것은 전혀 아니었다. 오히려 최근 불거졌던 사회적인 이슈를 함께 풍자했던 부분도 있었고, 오페라가 너무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재미있는 대사들도 많이 있었다. 원작에서 표현된 배비장의 바람도 오페라에서는 극의 재미를 위한 부가적인 요소로 사용되었다. 


특히 대사 중간중간 "헐~~" 이라던가 "~~하지 마세염" 같은 단어들이 가끔씩 사용되어 전체적인 극의 분위기를 너무 무겁지 않고 유쾌하게 이끌어 가는 부분들도 눈에 띄었다. 어떤 측면으로 봤을 때는 이러한 단어들이 오페라를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한 요소가 될 수 있겠지만 과한 사용은 오히려 극의 품질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페라라는 장르가 가지고 있는 특색이 분명히 있을진데, 이를 너무 유연하게 바꾸다 보면 오페라만의 매력이 약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런 면으로 볼 때, 새로운 오페라 작품을 기획하고 대본을 작성할 때 한 번 더 고민해 봐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작품은 꽤나 흥미진진했던 면이 많았기 때문에 나쁘지 않았다.


오페라라는 것이 주인공들의 연기와 실력도 중요하지만, 전체적인 극의 발란스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무대 위에서 아무리 뛰어난 연기와 음악을 선보인다고 해도 무대가 주연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혹은 무대만 화려하고 실속이 없는 경우가 가끔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번 공연은 전체적인 무대구성과 진행, 음악, 연기 등 모든 요소가 복합적으로 잘 어우러졌다고 본다. 장소가 바뀜에 따라 달라지는 무대 배경들도 버라이어티 했고, 각각의 배경들의 특징을 한번씩 어루만지는 대사가 함께 구성되어서 더 실감났던 것 같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오페라 뿐 아니라 다양한 예술장르에 관심을 갖는 현상은 좋아보인다. '문화가 있는 날'이라는 제도를 시행하면서 더욱 다양한 문화를 즐기는 분위기가 점차 형성되는 것 같다. 이렇게 점차 조금씩 다양한 문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즐겼으면 하는 그런 바람을 가져본다.





본 리뷰는 아트인사이트 (http://www.artinsight.co.kr) 의 지원을 받아 관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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