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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로빈훗] 모두가 작은 영웅이 될 수 있다.

by 여히_ 2015. 2. 6.

[뮤지컬 로빈훗] 모두가 작은 영웅이 될 수 있다.


지난 2월 5일, 신도림 디큐브시티에서 뮤지컬 '로빈훗'을 관람했습니다. '로빈훗' 어릴 적부터 정말 자주 들어오던 동화 속의 주인공이었죠. 분명 어릴 적 책을 읽은 적이 있기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잘 알고있다고 생각했는데, 동화는 역시 동화였나봅니다. 이번 뮤지컬로 접한 로빈훗은 제 기억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괜찮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 그런 공연이었습니다.





이날의 주연은 '엄기준'씨 였습니다. 뮤지컬계에서 내로라하는 배우로도 유명하죠. 그동안 그가 했던 작품들이 아직도 관람객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칭찬을 듣고 있는 것만 보아도 그 사람의 연기가 얼마나 좋았는지에 대해서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엄기준씨가 등장하는 뮤지컬은 첫 관람이었지만 익히 들어온 소문으로 기대감은 한껏 부풀어 있었습니다. 더블 캐스팅 된 다른 배우로는 '유준상'씨가 있었는데요, 로빈훗을 관람하고 나니 왠지 극 중 로빈훗이 입고 나왔던 옷의 스타일이 '유준상 맞춤형 스타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들었습니다. 그동안 유준상이 뮤지컬에서 보여준 다양한 캐릭터들이 입고 있었던 옷과 스타일이 비슷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네요. 각설하고, 이 날은 뮤지컬의 황태자라고도 불리는 엄기준씨의 열띤 연기를 볼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다이나믹한 무대연출


무엇보다 맘에 든 점은 '다이나믹한 무대셋트'였습니다. 사실 그 동안 관람했던 뮤지컬이나 오페라 작품들의 무대가 이렇게 다이나믹했던 적은 없었거든요.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 위에서 이야기를 펼쳐 나가야 하다 보니 구조를 변경할 수 있는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번 로빈훗 공연은 조금 달랐습니다. 무대연출을 담당하신 분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꼼꼼히 만든 것인지를 절절하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무대 셋트가 너무나도 화려하고 멋졌기 때문이죠. 시간과 장소가 바뀜에 따라 다이나믹하게 움직이는 무대 셋트에 한 동안 마음을 빼앗겨 눈을 떼지 못하기도 할 정도였습니다. 조명이 어두워지고 소리없이 바뀌는 무대와 배우들의 모습이 이 날따라 왜 그렇게 신기하게만 느껴지던지요. 이렇게 자연스럽고 빠르게 극을 전개하기 위해서 배우들도 정말 많은 노력을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에 등장하는 배우들의 연기력 또한 가히 일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토리상 로빈훗과 그의 친구들이 부패한 왕권에 맞서 싸우는 장면들이 여럿 등장했는데요, 칼과 창을 들고 격투를 벌이는 장면이 많다 보니 서로 합을 맞추어야 하는 장면들이 꽤 많았습니다. 수십명의 배우들이 한데 엉켜 서로에게 칼을 겨누고, 창을 찌르고 하는 연기의 호흡이 착착 잘 맞아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 뮤지컬을 대하는 배우들의 마음과 열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로빈훗은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던 용맹한 기사 중 한 명으로, 왕을 보필하며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자 했지만 친한 동료였던 '길버트'의 배신으로 왕을 시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숲으로 숨어들어가게 됩니다. 돈과 권력에 눈이 멀었던 길버트는 자신의 오랜 벗을 한 나라의 적으로 만들어 버리고는, 정작 본인은 귀족으로 신분을 바꾸기도 하고, 왕권을 자기 손으로 주무르기 위한 계략을 세우기도 하죠. 하지만 그의 계략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의로운 로빈 훗은 숲으로 들어가 귀족의 권력과 횡포에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백성들을 한 데 모아 그들의 삶에 한 줄기 희망을 주는 일들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숲을 지나는 귀족의 마차를 습격하여 그들의 금은보화를 탈취하여 백성들에게 나누어 주었다는 일화가 바로 이 부분에서 등장합니다. 억울하게 빼앗겼던 자신들의 재산을 다시 되찾아준 로빈 훗에게 백성들은 진심으로 그를 돕고자 했으며, 마침내 왕의 횡포와 권력에 맞서기 위한 그룹으로 그 규모가 점차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인 이들의 앞에 멀리 프랑스에서 지내던 왕세자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처음엔 이들은 왕세자를 믿지 않았습니다. 귀족들이란 언제나 천한 농민들의 재산을 약탈하고 억울한 누명을 씌우는 존재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자신의 신분을 숨기고 백성들의 삶을 지켜본 왕세자는 '자신이 왕이 되면 진정 백성을 위한 영국을 만들겠다'라는 다짐을 하게 되었고, 마침내 백성들의 편에 서서 더렵혀진 왕권을 되찾기 위해 맞서 싸우게 됩니다. 로빈 훗과 그의 일행이 왕세자의 싸움에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잠깐 철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지만 왕세자는 로빈훗의 도움으로 결국 왕권을 되찾게 됩니다. 부와 권력에 눈이 멀었던 길버트는 자신의 욕심이 불러온 재앙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가진자와의 끝없는 싸움


곰곰히 생각해 보면, 세상은 언제나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의 대립에서부터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것을 가진 사람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갖고 싶어 하는 반면, 가진 것이 없거나 적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 자신들의 것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합니다. 이렇듯 서로의 모순된 상황 속에서 오해들이 발생하기도 하고, 가진 자의 횡포가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최근 국내에만 해도 가진 자들에 의한 몇몇의 문제가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되었었는데, 이 모습이 로빈훗의 배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조금만 더 이해하고 배려한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많은 문제들이 서로의 욕심으로 인해 더 큰 문제가 되고, 이는 결국 어느 한쪽의 피해로 이어지는 여러 상황을 지켜보며 '이 순간 로빈훗같은 누군가가 나타나서 민심을 달래주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로빈훗같은 '영웅'을 기다릴 수는 없겠죠. 신분의 고저를 막론하고 다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스스로가 지켜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다 함께 행복하고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 지 역할을 분명히 이해할 때 이런 문제들은 줄어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로빈훗은 단순히 뿔난 백성들의 민심을 잠재웠던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모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권력에 대한 도전'이라는 방법으로 표현한 것이지요. 이러한 로빈훗의 모습을 오늘날에서는 조금 더 평화로운 방법으로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가끔은 의로운 영웅도 필요하겠지만, 개개인이 작은 영웅이라고 생각하고 의롭게 살아보는 것도 행복한 삶을 위한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보며 뮤지컬 '로빈훗'관람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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