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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일상의 유혹전] 일상 속 예술이 일상을 넘어선 예술로 인정받다.

by 여히_ 2015. 3. 13.

Art in Life, Art beyond Life

일상 속 예술이 일상을 넘어선 예술로 인정받다 - <파리, 일상의 유혹>


18세기의 프랑스에는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고,

세상을 밝히는 파격적인 영혼들이 모여들었다.

수많은 사상과 계몽주의로 무장한 철학가들이 집적된 하나의 거대한 연구소와 같이

문화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폭발적인 변화를 맞이한 시기이다.

- 올리비에 가베 Olivier Gabet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관장) -



훈훈한 봄바람이 일렁이는 3월의 어느 날,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을 찾았습니다. 언제나 새로운 전시들로 방문객들이 맞이하고 있는 예술의 전당. 이 날 만난 전시는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특별전 '파리, 일상의 유혹'이라는 전시회였습니다. 중세에서 현대에 이르는 예술사의 중요한 장식예술품과 디자인 오브제 5만여 점을 소장하고 있는 프랑스 장식예술박물관 (Les Arts Decoratifs)이 대표적 소장품 320여 점과 함께 해외 최초로 서울에서 첫 번째 전시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라고 하네요. 


전시된 모든 오브제들은 현대 디자인과 모든 유행의 기원이 된 18세기 프랑스 파리를 떠올릴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모든 오브제들이 각기 떨어져 전시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18세기 영국 저택을 마치 그대로 옮겨놓은 것 처럼 전시실을 꾸몄다는 점이 독특했습니다. 이번 전시 공간은 파리에 위치한 프랑스 국립 로댕 박물관을 모티프로 하여 재현된 것으로, 완벽하게 재단된 프랑스식 정원과 18세기 로코코 양식의 화려함, 네오클래식 양식의 대칭미와 균형미가 조화를 이룬 프랑스식 저택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8세기 프랑스 파리로의 타임슬립


전시장 안에 들어서게 되면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듯 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18세기 당시의 프랑스 파리 저택의 모든 것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기 때문입니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관람객을 맞이하는 하얀 기둥 4개부터 시작해서 입구, 정원, 침실, 살롱, 서재, 부두아, 식당, 드레스룸과 화장실까지 당시의 집안 곳곳을 그대로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진정한 럭셔리로 거듭난 '장인정신'을 느끼다


고가의 브랜드가 '럭셔리 명품 브랜드'로 인정받고 있는 요즘, 이번 전시는 진정한 명품이란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직설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본디 명품이라는 것이 '한 가지 기술에 몰두하여 그에 정통하고자 하는 철저한 직업정신을 가진 장인들의 손으로 탄생시킨 것'을 의미하는데요, 여기에 '시간'이라는 가치가 더해져 장인의 경험과 영혼이 고스란히 담기며 비로소 '예술'의 경지에 이르는 명품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이 전시에서는 이러한 명품의 진정한 가치를 눈여겨 볼 수 있었죠. 특히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단순히 어느 누구에 집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이지 이전에, 그 흔한 물건이 우리의 일상이 되기까지 영감이 되고, 그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이유가 되었으며, 또한 그러한 디자인어야하는 이유와 원칙에 대해서도 잘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이른바 현대 디자인의 출발점에 있는 장인정신의 집합체라고도 할 수 있는 전시회였습니다.



일상이 예술이 되고, 예술에 시간이 더해져 '명품'으로 거듭나다


들어서자마자 만날 수 있는 공간은 현관으로 불리는 공간과 정원과 같은 외부적인 느낌이 강한 장소들이었습니다. 모두에게 공개되어있는, 그래서 수 많은 사람들과 다양한 사교모임을 할 수있었던 독특한 공간들이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테이블의 한쪽면을 뒤집으면 언제든 게임 테이블로 변하는 컨셉의 독특한 테이블, 화려한 그림들로 수놓아진 멋진 벽면은 당시의 귀족사회에서 신분과 지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들이 무엇이었고, 얼마만큼 고급스러웠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려했습니다. 비단 게임 뿐 아니라 널찍한 거실에서는 지금의 '챔버'라고 불리는 오케스트라가 열렸고, 귀족들은 삼삼오오 거실에 모여 담소를 나누곤 했다고 전해집니다. 평소 클래식이나 오케스트라를 즐겨 들었었는데, 챔버 오케스트라의 어원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를 알고 나니 왠지 프랑스식 문화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전시장 곳곳을 가득 채우고 있던 수 많은 장식품들 또한 그 화려함을 숨김없이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부채 하나, 식기 하나에도 장인정신이 가득 담겨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요. 집 안에서 사용하는 수저나 포크, 나이프 하나하나도 장인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했다는 것만 보아도 귀족의 삶이 어땠는지 짐작해볼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본토에서 구하기 힘들었던 장미나무 등을 사용하여 나무 위에 또 다른 나무로 장식을 하여 하나의 가구를 완성시켰던 것 또한 독특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자개'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전시회를 관람하며 한가지 흥미로웠던 점은, 전반적으로 여성의 편의를 위한 오브제와 공간이 많이 할애되어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공간 이외에도 아름답게 꾸며져 있는 침실의 화려한 벽지, 오직 여성만이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각종 식기와 그릇, 화장품에 걸쳐 표현된 화려함은 가히 예술을 뛰어넘는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독특한 소품중에는 '가짜 점 보관함'이라는 오브제도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자신의 매력을 더 어필하기 위해서 귀족부인들은 가짜점을 제작하여 붙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연예인들중에서도 매력적인 점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여자 연예인이 있는 것처럼, 18세기의 프랑스 파리에서도 여성의 점 하나로 인해 매력이 증폭되기도 했었나 봅니다.


















끝없는 화려함을 추구했을것만 같은 프랑스 파리. 몇백년이나 지난 지금에 와서 당시의 모습을 둘러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고급스러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옛날의 모습이라고는 하나, 프랑스만의 독특한 저택 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고급스러운' 전시회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프랑스 파리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저택 문화를 들여다볼 수 있는 전시회가 또 개최되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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